전 세계를 다 일주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5년정도 40여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며 학교와 도서관을 지어주면 좋겠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제 손으로 직접 학교도 짓고, 도서관도 짓고, 그 일이 커져 국제구호단체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학교를 지으면서는 병원도 필요하더라구요.  그래서 3년전 쯤에는 작은 진료소도 지어서 지금껏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많이 필요하지만, 해외 오지와 빈민촌은 그야 말로, 학교도 다닐 수 없고, 다닐 병원도 없어 많은 어린이들이 죽는걸 보고 그곳에 짓기로 결심했습니다.) 

운이 좋아, 마흔이 된 지금 450명의 아이들을 매일 먹이고, 공부시키며 

한달 수백명의 환자들을 무상진료하는 꽤나 멋진?!? 꿈꾸던 사람이 되었습니다.  (자랑 죄송합니다. 근데 돈자랑, 차자랑 이런것도 흔한 곳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 과정에서 절 꼭 닮은 아들이 태어났고, 아기를 키우며 한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과 헌신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운영하고 있는 멕시코 학교에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꽤 많았는데, 저도 모르게 이 아이들에게도 부모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다만, 아내도 저도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며 학교와 진료소를 운영하는건 너무 벅찬 일이기에, 둘째 계획 대신, 보육원을 짓자고 합의를 봤습니다. 

근데 또 생겼습니다. (열심히 피임하는데, 완벽한 피임은 없나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딸이 태어났습니다.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그런 기분이 들더군요. 

사실 가정과 일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늘 일을 택했습니다.

돈 때문이 아니라, 제가 하는 일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고,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까, 

육아와 가정을 돌보는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더군요. 

근데 둘째까지 태어나 일을 하다보니, 일이 손에 안잡힙니다. 

빨리 퇴근하고 싶고(사실 퇴근이라는 개념이 없는 대표지만;) 

아이랑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돈욕심도 생겨서 노동강도와 희생, 헌신, 위험성 대비 얼마되지 않는 급여를 받는 이 일에 대한 아쉬움?이 커졌습니다. 

예전에는 세상을 다 구하고 싶었는데, 

전세계의 기아를 없앨거라고,  수백만명을 살리는 사람이 될거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요즘은 보육원도 짓기 싫다고, 그냥 지금 돌보는 아이들만 잘 키우고 싶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한국에서 안전하게 출산해야지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5개월을 키우고, 

이제 보육원을 짓기 위해 또 위험한 멕시코로 돌아가야 하는데, 엄두가 안나 티켓팅을 미루고 미루다 

방금 눈 딱 감고, 멕시코행 티켓을 샀습니다. 

막막함에 두서없이 글을 써봅니다. 

제 SNS에 쓰면 부모님이 볼까봐, 또 직원들이, 친구들이 보고 괜히 걱정할까봐 걱정도 되구요. 

아내와는 이번 보육원만 짓고, 잘 운영되도록 하게 하고,  그곳에서 우리 아이들까지 함께 키우며 

더이상 새로운 도전과 위험감수는 하지 말자고 이야기 했습니다. 

가족이 가장 소중한 것이기에, 이 결정과 판단이 분명 옳은 일일텐데, 

하는 일이 이렇다보니 맘이 뒤숭숭하네요. 

아직 마흔밖에 안됐으니, 아이들이 더 큰 후에 꿈을 위해 한번 더 도약할 수 도 있겠지만, 

조급함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비슷한 것이 느껴지는것 보니. 마흔이 되도 어른이 되는건 아닌가봅니다. 

육아와 일.  그리고 스스로의 꿈을 향해 열심히 사는 우리 엄마 아빠들 화이팅 입니다. 

긴 하소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