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크립토 대통령'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한 달이 됐지만 아직 가상화폐 정책은 준비 단계로 구체적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시장도 점점 둔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규제 완화 정책이 확실시되는 만큼 언제든 뉴스 흐름에 따라 가상화폐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20일 공개된 '트럼프 취임 한 달, 가상자산 시장 변화는' 보고서에서 "아직 (트럼프)행정부 출범 초기라는 점에서 미국 내 가상자산 관련 입법이나 비트코인 국가자산 채택과 같은,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정책이 추진되지는 않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개당 10만9000달러선을 넘어섰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현재 9만6000달러대를 나타내고 있다.
한 달간 약 12% 빠진 셈이다.

김 연구원은 "다만 정책 추진의 첫 단계로 디지털자산 규제 마련 및 비트코인 국가 전략자산 비축 가능성 등을 검토하는 ‘디지털 자산워킹그룹’ 신설 행정명령이 추진됐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며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친(親)가상자산 성향을 보이며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도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변화 중 하나"라고 짚었다.

SEC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만 해도 가상자산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엄격한 규제 적용을 주장해왔던 기관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가상자산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은행 등 공시 의무가 있는 금융기관들이 고객의 가상자산을 보유할 경우 회계 관리 상 부채로 간주하는 내용의 SAB121 지침을 무효화하는 내용의 SAB122 지침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 SEC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도 출범한 상태다.
해당 TF팀은 '크립토 맘'으로 불리는 헤스터 피어스 위원이 이끈다.
김 연구원은 "TF팀이 제시한 과제의 우선순위, 구체적 과제수행 등 추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 규제 완화 및 관련산업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SEC뿐 아니라 미국 연방의회도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정책에 발맞춰 '디지털자산 워킹 그룹'을 출범한다.
김 연구원은 해당 그룹이 "향후 디지털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 및 입법 마련, 비트코인 전략 자산 비축 등 지난 후보 시절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가상자산정책들의 실질적인 추진 가능성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연내 관련 정책 제안을 담은 보고서가 마련될 전망이다.
그는 "결국 트럼프 2기 정부의 친가상자산 정책의 추진과 관련된 구체적인 실행 단계는 이들의 보고서 발표 이후부터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목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에서도 이러한 친가상자산 기조로의 변화에 대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위한 로드맵을 공개하고, 법인 실명계좌 허용 등의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내 가상자산 규제 변화가 국내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한 달간 구체적인 관련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면서도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정책 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는 뉴스가 등장하면 빠르게 반영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트럼프 2기 초기인 현재에는 뉴스 플로우에 관심을 갖고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