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공적 감정>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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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공적 감정>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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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6 16:20 조회 :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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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츠베트코비치의 <우울: 공적 감정>은 우울을 둘러싼 시각을 전환시켜 준 책이다. 그동안 나는 우울을 단지 '질환'의 언어로만 이해해 왔다. '정신과적 진단명', '약물 치료', '정상 회복'이라는 익숙한 틀 안에서 우울은 늘 사적인 문제였고, 개인의 고립된 상태로 환원되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시각에 이의를 제기한다. 오히려 우울은 후기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강제하는 삶의 조건들 - 불안정한 노동, 끊임 없는 자기계발, 경제적 가치 생산 - 속에서 형성된 감정의 집합체이며, 따라서 우울은 공적이고 역사적인 정동이라는 게 이 책의 주된 주장이다.

<우울: 공적 감정>은 '프로작 운동'으로 상징되는 우울증의 의학적 접근에 맞서 우울을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담론으로 끌어올린다. '좌파 멜랑콜리'나 '퀴어 시간성'과 같은 흥미로운 개념들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정은 국가, 제도, 자본에 의해 구성되고 관리되며, 우울 역시 그런 감정들 중의 하나다.

이 책에 따르면, 우울은 '치유되어야 할 개인의 병'이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조직될 수 있는 집단적 경험'에 가까워 보인다. 감정을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과 권력 구조에 반응하는 정치적 실천으로 다루는 방식은 기존의 감정 연구와는 전혀 다른 무게감을 지닌다.

'퀴어 시간성'에 대한 논의가 특히 인상 깊었다. 이는 이성애 규범적인 시간의 흐름 - 학교, 취업, 결혼, 출산 등 - 에서 벗어난 존재들이 경험하는 시간의 비틀림을 가리킨다. 우울은 이 시간의 틈새에서 발생하곤 한다. 나 역시 주류의 시간표를 따르지 못하는 삶을 살아오며 어떤 모호한 열패감과 공허함을 느껴왔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감정들이 정당한 서사로 다시 돌아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