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A(아이다)가 X(자비에르)에게 쓴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종신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힌 연인에게 쓴 사랑의 편지들은 고스란히 모여 작가에게 전달되었고, 작가는 이를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로 묶어냈다.

당신의 편지를 쥐고 있으면, 제일 먼저 느껴지는 건 당신의 따뜻함이에요. 당신이 노래할 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것과 똑같은 따뜻함. 그 따뜻함에 내 몸을 꼭 대고 눌러 보고 싶지만 참아요. 왜냐하면, 기다리면, 그 따뜻함이 사방에서 내 몸을 감쌀 테니까요. 당신의 편지를 다시 읽고 당신의 따뜻함이 내 몸을 감싸면, 어느새 당신이 쓴 말들은 먼 과거가 되고 우리는 함께 그 말들을 돌아보죠. 우리는 미래에 있어요. 알 수 없는 미래가 아니에요. 우리는 이미 시작된 어떤 미래 안에 있어요. 우리는 우리의 이름을 딴 미래 안에 있는 거예요. 내 손을 잡아요. 나는 당신 손목에 있는 상처에 입을 맞춰요.

구스타보라는 신발 장수가 나이가 들어서 죽어요. 가게에서 샌들을 고치다가 죽은 거죠. 어떤 천사가 천국까지 그와 동행하는데, 가던 중에 천사가 이렇게 말해요. 원한다면, 지금 아래를 내려다보면 당신이 일생 동안 남겨 놓은 발자국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노인은 아래를 내려다보죠. 그리고 자신이 남겨 놓은 긴 발자국의 흔적을 봐요. 그런데 눈에 들어온 그 흔적들이 그를 혼란스럽게 해요. 어째서, 그가 물었죠, 발자국 흔적이 두세 군데에서, 아주 길게, 멈춰 있는 겁니까? 마치 그때 내 인생이 끝나서 죽은 것처럼 말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죠? 천사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죠. 저건 제가 당신을 데리고 다녔던 시간들입니다!

천사들은 사물을 이야기하고 노래를 하죠, 그리고 모든 노래는 천사들에 의해 불리기를 꿈꿔요.  

어쩌면 음악과 날개 달린 천사는 쌍둥이였던 건지도 몰라요, 차례차례 태어났던 거죠. 음악이 먼저예요. 그리고 첫 번째 천사가 태어날 때까지의 그 외로운 시간, 음악이 홀로 있던 그 시간을 상상해 보고 싶다면, 빌리 홀리데이를 들어 보세요.

물론 그들에게도 약점은 있었죠, 천사들 말이에요. 15세기에는 타락 천사의 숫자만 일억 삼천만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대부분은 아사엘처럼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그렇게 되었죠.

순서가 어떻게 된 건지는 나도 확실히 모르겠어요. 어쩌면 반대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타락이 먼저 있었던 게 되겠죠, 나중이 아니라. 천사를 인정하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타락한 천사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델미스는 열린 문틈으로 아이스크림 공장을 볼 수 있는 자리로 의자를 옮겼어요. 그녀는 공터를 질러가는 사람을 지켜보는 걸 좋아하죠. 지금은 진통제와 해열제가 있는 곳에 앉아 있어요. 그 자리에 대해 농담을 하기도 했어요. 그녀는 책을 읽고, 생각하고, 조는데,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 한두 번밖에 되지 않는 날도 있어요. 하지만 약국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느 정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언제 자기가 일어나야 하는지 알 수 있죠. 가끔은 그녀가 내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밤이 됐네요, 전기가 나가고, 하늘에서 우리를 감시하는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들려요, 촛불을 들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내 손을 당신의 두 손 사이에 밀어 넣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