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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린,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후기
세상의 모든 책이 사라지고 단 몇 권만 남길 수 있다면, 나는 이 책을 반드시 남기고 싶다.
전혜린의 일기.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진 일기들을 엮어 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전혜린이 느끼는 고독이 좋았다. 그것은 막연하거나 피상적인 감상이 아니라, 인간 실존의 본질을 예리하게 포착한 고독이었다. 삶에 대한 치열한 사유와 감정의 결이 섬세하게 드러난 산문이었다.
인간은 얼마나 혼란스러운 존재인지.
‘미친 듯이 살고 싶다’는 충동은 어디로 향하는지.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로 파고드는 길을 끝없이 찾아 헤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러져 가며 죽어간다. 그것이 어쩌면 생의 참모습일지도 모른다.
나는 세상을 본다. 세상은 때때로 추하지만, 대부분 아름답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과 깊이 엮일수록 세상은 더 추악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그것들은 언제나 비슷한, 그러나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로 돌아온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것들을 잃는다.
전혜린의 문장을 읽으며, 문득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여름비』가 떠올랐다.
이 책 또한 내 곁에 오래 두고 반복해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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