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맵(Ending Map)을 준비하라."

그렇다면 ‘엔딩 맵’이란 과연 무엇인가?
말 그대로 인생의 끝자락에서 나 자신의 상황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지도’다. 이 지도 안에는 자산과 부채, 가입된 보험 목록, 유언장의 존재 여부, 이용 가능한 호스피스 서비스, 자주 가는 병원이나 응급의료기관 연락처, 위급시 연락해야 할 비상연락처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즉, 누군가가 이 엔딩 맵을 들여다본다면, 그 사람의 경제적 여유, 삶의 가치관, 건강 상태, 사회적 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책의 주요 내용은 왜 이런 엔딩 맵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저자는 사회 구조의 변화를 짚어가며, 특히 ‘1인 가구의 급증’이라는 흐름에 주목한다. 예전에는 가족이라는 최소 단위의 공동체가 있었기에 누군가 아프거나 위급할 때 돌봄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생활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복지 체계와 삶의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1인 가구가 많아지자 이들을 겨냥한 음식, 가전, 여가 등 다양한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혼밥’, ‘혼술’, ‘혼영’이라는 신조어가 일상이 되었고,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아도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혼자’ 사는 데는 점점 익숙해지는 반면, ‘혼자’ 죽는 것에는 여전히 준비가 부족하다. 이는 곧 고독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며,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문제는 단지 외로움만이 아니다. 혼자 살면 위급 상황에서 대응하기 어렵고, 법적·행정적인 절차 역시 복잡하게 얽히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쓰러졌을 때 나를 대신해 병원에 연락해줄 사람은 누구인가? 혹여 죽음 이후, 내 재산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장례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며, 남겨진 물건과 기록은 누가 정리해줄 것인가?

이러한 질문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대답을 망설인다. 막상 누군가 곁에 있을 때는 이런 일들을 ‘언젠갗 하겠지 하고 미뤄두기 쉽다. 하지만 혼자인 사람에게 ‘언젠갗는 곧 ‘지금’이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지금 이 시점에서 ‘엔딩 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단지 죽음을 준비하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더 잘 살기 위한’ 준비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도구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필연적인 현실이다. 그리고 고독사나 무연고 사망 같은 사회적 이슈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죽음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뒷감당은 고스란히 남겨진 사회의 몫이 된다.

물론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감정을 지우기 어렵다. 왜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혼자 죽을 준비’를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을까. 돌봄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 점점 개인화되고 단절된 관계 속에서, 생의 마지막까지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관계마저 스스로 포기하거나 강제로 잃어버린 채, 죽음을 계획해야 하는 지점에 도달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갗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엔딩 맵은 나를 위한 준비일 뿐만 아니라, 나로 인해 곤란을 겪을 수 있는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혼자 살아가는 시대. 혼자 죽는다는 사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 그런 세상에서 우리의 마지막을 조금이라도 덜 허무하고 덜 복잡하게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도구,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엔딩 맵’이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오늘 하루 잠시 멈춰, 나의 엔딩 맵을 그려보자. 그것은 삶의 끝을 준비하는 동시에, 남은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