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본디 장보기를 싫어하기 마련인데 캠핑을 시작하고부터는 달라집니다.
캠핑 가서 뭘 해먹을까 식재료 코너에서 고민하고,
평소에는 전혀 관심 없던 주방용품 코너에서 머무는 시간도 길어집니다.
(외곽 지나가다 주방용품점 보면 절로 눈이 돌아가시죠?)
그에게 있어서 마트의 모든 상품은 딱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캠핑에 쓸 수 있는 물건과 쓸 수 없는 물건으로 말이지요.

캠핑 장비가 자꾸 늘어나는 이유중 하나는 장비질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모텔에서 자면되지 왜 저 고생이냐라고도 하지만,
산 정상에 서는게 등산의 목적이라면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편이 나은 것처럼
캠핑의 목적도 숙박이 아니라 캠핑의 모든 과정이 바로 목적이자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장비질은 단순히 장비를 조립하고 해체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장비를 구입하거나 자작하는 과정을 말하는 거라 할 수 있겠죠.
손재주 없는 사람이야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지만,
손재주가 좋은 사람은 캠핑 장비도 자작을 많이 하는데
캠핑에 편리한 것도 많지만 애써 만든 장비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잉여 물품이 되기도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온수 보일러와 접목시킨 싱크대입니다.  
겨울에 캠핑장 텐트 안에서 온수로 씻을 수 있게끔 만든 것이지요.
(제 솜씨는 아닙니다)
과거에는 지금과 달리 캠핑장에 온수가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온수는커녕 개수대조차 변변치않은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손재주 좋은 이는 싱크대를 자작하여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런 류의 제품이 사실 처음에는 좋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죠.
누가 대신 준비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잠깐의 편리함에 비해 준비나 해체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몇 번 사용하고는 창고나 장터행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캠핑장에서나 블로그에서 자랑하기에는 좋지만,
실상은 그렇고그런 잉여 장비입니다.
싱크대말고도 이런 물품이 많습니다.

캠핑은 늘 말하지만 수납과의 전쟁입니다.  
또한 설치, 해체 시간과의 전쟁입니다.
추위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겨울철에는 절실하죠.
겨울철 텐트의 확장을 피하고 작고 간단히 하라는 것도 그 이유에서입니다.
편리함을 좇다보면 그로 인해 없던 불편함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적당한 선이 중요합니다.
물론 남들보다 30분 더 투자해서 1박2일 혹은 2박3일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쁜 선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지내는 동안 다소 불편하더라도 장비 설치, 해체 시간을 최소로 단축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오토캠핑을 하다가 백팩 캠핑을 하면 정말 천국이 따로 없죠.
그러나 나 하나라면 모를까 가족과 함께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힘이 들더라도 가족을 위해 기꺼이 수고를 감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내를 위해서라면 모를까, 아이를 위해서라면야 릴렉스체어를
한라산 정상까지 지고 못 올라가겠습니까?  (과연...)
상황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
또하나 처음 말했듯이,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캠핑의 모든 과정이 사실 캠퍼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므로
뭐가 옳다 틀리다 따질 이유도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절로 귀차니즘이 커지며 점점 꾀를 부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