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 겨울 부터 등포에 매일 들락날락 거리며 열심히 눈팅하는 등린이 입니다. 

가본곳이라고는 청계산, 관악산, 남한산성 둘레길 정도 입니다. 

아이가 방학을 하면서 마지막 남은 휴가 하루를 이용해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일부러 날을 그렇게 잡은건 아닌데 마침 코로나 때문에 제주도가 비싸지 않았습니다.

호텔 3박에 13만원이었으니까요. 

아내와 아이와 하루 즐겁게 구경하고 2월 15일 홀로 한라산에 도전했습니다.

숙소인 서귀포 시내에서 7시에 출발 합니다. 김밥집에서 김밥 두줄을 샀습니다. 

코스는  돈내코 --> 남벽분기점 --> 윗세오름 --> 영실 하산 으로 잡았습니다.

당일 날씨가 흐려서 백록담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초보로서 체력적인 부분도 걱정이 되었고, 혼자 올라간다는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돈내코로 올라가는 길이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것도 이유였죠.

도착하고서 알았는데 돈내코 탐방로 초입은 공동묘지(?) 같은 것들이 많더군요. 

시야는 트이기는 했는데 이쪽으로 어둑할 때 하산하면 좀 무서울 수 있겠더라구요.

여튼 올라갈 때는 푸르른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푸른 하늘이 이걸로 끝이었습니다. 

각 장소에서의 마지노선 시간도 체크 합니다. 

초보다 보니 걱정되어 사진하나 찍어 놓습니다. 

2.6킬로 만에 아침을 먹습니다. 

여기까지 가는 동안 사람 딱 한명 만났습니다. 

코로나 때문인지 인기가 없는 등산로 인지 모르겠습니다. 가방은 오스프리 스트라토스 24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처럼 초보분을 위해 말씀드리면 돈내코 코스는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바위길이 남벽 분기점까지 계속 됩니다. 

발목고 무릎에 정말 피로감이 많이 쌓이는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도 돌길만 밟으며 가니 정말 짜증이 납니다. 

푹신한 흙길을 밝고 싶습니다. 

1500미터 부터는 무릎까지 빠지는 산길입니다. 

겨울 산행에는 필수로 사야 한다고 해서 구입했던 아이젠도 꺼내서 신었습니다. 

눈이 많다보니 정상 등산로에서 벗어나 자빠지기도 합니다. 

남벽에 도착했는데...

날씨가 흐려서 벽이 보이지 않습니다. 

윗세오름 휴게소에서 컵라면과 남은 김밥을 먹고 쉽니다. 

제법 사람들이 많아 보였는데 물어보니 평소 주말에는 앉을 자리도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남벽에서 윗세오름으로 가는 길부터 시야가 20미터도 안되는 것 같았는데 

하산 하면서 더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영실로 내려가는 길에는 정말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더라구요.

무서웠습니다.  

겨우 겨우 정신줄과 아픈 무릎을 붙잡고 내려옵니다. 

영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장갑을 벗어보니 살껍질이 벗겨졌더군요.

아픈줄도 모르고 하산길에 스틱을 손바닥으로 비비며 내려 왔습니다. 

제가 오른쪽 무릎이 아픈적이 있어서 3시간 이상 걸으면 통증이 오는데 

스틱에 너무 힘을 많이 줬나 봅니다. 

등산로 초입 경비실(?) 같은 곳에서 간단히 도움을 받았습니다. 

8시부터 시작해서 내려오니 4시였습니다. 

두려움을 잔뜩 안고 올라간 한라산이었는데 어떻게든 하산하고 나니 기분이 좋습니다. 

느낀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 초보도 한라산 갈 수 있다. 자신의 체력을 냉정히 알고 코스를 잘 짜자. 

- 산위의 날씨는 정말 예측할 수 없다. 항상 준비하고 조심하자.

- 아름다운 설산을 보는건 65%의 일기예보와 35%의 복인가 보다.

- 장비를 더 챙기기 보다는 체력과 엔진을 더 키우자.

  (하지만  방수 아웃쉘을 하나 살까 고민중 입니다.  ^^)

초보로서 점퍼사고 가방사고 신발사고 스틱사면서 와이프에게 혼났었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잔뜩 사 놓고 또 안할라고 한다고 말이죠. 

그런데 이제는 그런말이 쏙 들어갔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기운 북돋아 주네요. 

심심한지 매주 주말마다 가지는 말라고 하더군요. 가끔은 낮은 산에 아내와 함께 가야겠습니다. 

이상 초보의 한라산 정상 등반 실패기를 마칩니다. 

등산포럼에서 많은 도움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