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먼 해남 두륜산에 다녀왔습니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 기대를 안했는데 뜻밖의 장관을 보게 되어서 참 기쁜 하루였습니다.

오르기전에 비가 한차례 쏟아졌던지 바위가 젖어서 미끄럽더라고요.

그래도 비도 안맞고 즐겁게 즐기다가 내려왔습니다.

대흥사라는 절이 정말 규모가 크더라고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고도 하고 신라시대때 부터 있던 절이라고 하고

뭐 우리나라에서 엄청 유명한 절 중에 하나인것 같아요.

근데 코로나 때문인지 조용했습니다.

사람들도 별로 없고......

날씨가 별로여서 일지도.......

언제 비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구름도 많고 매우 흐린날이였습니다.

오르던 중간에 겨우 보이는 조망이 이정도 밖에 없네요.

정상 부근은 구름인지 안개인지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더라고요.

고작 700고지 밖에 안되는 산인데도 말이죠.

비 맞으면서 산을 오르면 얼마나 괴로운지 알기에 서둘러서 올라갑니다.

날은 서늘한데 습도가 높아서 땀이 많이 났어요.

유명한 천년수를 만났습니다.

크기가 정말 주변의 나무들을 압도할 만큼 컸습니다.

다만 날씨가 음침해서 그런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어요.

천년유혼에 나오는 나무요괴가 나올듯 한 뭐 그런...;;;

정상전 깔딱구간 바로앞 헬기장이에요.

여기서 정상을 바라보면 엄청 멋진 풍경이라던데 보다시피 도화지만......

어떻게 보면 몽환스러운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꿈속에서 본듯한 풍경.

등산하면서 처음으로 고소공포증을 제대로 느꼈습니다.

계단 아래가 안개 속이라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서 바람이라도 불면 바로 날아가 버릴것 같은 착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공포감은 처음 느꼈습니다.

몸이 말을 안듣고 심장은 터질것 같고 머리가 하얘져서 기절할 것 같더라고요.

하...... 다시는 오르지 않을 산인것 같아요.

창피하지만 마지막에는 기어서 겨우겨우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면서 이걸 또 어떻게 내려오나.......;;;

내려갈때까지 심장이 진정이 안되더라고요.....

다행이 내려가는 쪽은 공중에 떠있는 계단은 없더군요;;

정상에 막 올라왔을때만 해도 온통 안개속이였는데

조금 지나니까 이런 장관이 펼쳐졌습니다.

하........... 겨우겨우 기어 올라온 보람이 있구나.....ㅠㅠ

나무 계단이 없었을때는 어떻게 올랐을까 모르겠어요 이런 산을......

정상에서 한참 운해를 구경하다가 내려왔습니다.

내려올때도 날씨는 변함이 없더라고요.

다시는 오르지 않을 굴욕감을 준 두륜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듯 싶습니다.

고소공포증을 극복할 방법을 연구해 봐야겠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