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7호선 장암역에서 올라가는길이 홈통바위에 가장 가깝다고 해서 오후1시쯤 장암역에 도착했습니다.

여친과 번갈아가며 지하철 화장실을 갔다왔는데 한 할머니께서 저희에게 "이 근처에 뭐가 있나요??" 하고 물어보셨습니다..

저희도 등산온거라서 이 지역을 잘 모른다고 답변드렸는데, 조금있다가 따님으로 추정되는 분과의 통화내용을 본의아니게 엿들어 보니, 남편에게 심한말을 듣고 집을 뛰쳐나오셔서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아무데나 왔다고 하시며 흐느껴 우셨습니다... 여친이 할머니께 행동식으로 챙겨왔던 양갱을 드리고, 저희는 수락산으로 출발했습니다.

늦은시간에 출발을 해서그런지, 등산객은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석림사를 지나서 표지판을 따라 홈통바위방향으로 가는데 길이 상당히 헷갈렸습니다. 길이 중간중간 끊어져서 어디로 가야하나.. 하고 몇번 헤맸습니다.

심지어 등산객도 별로 없어서 더 헷갈렸습니다.. 

날씨는 또 왜이리 더운지, 추울까봐 긴바지도 입고, 솜잠바도 챙기고 대비를 빵빵하게 해 왔는데 아무것도 필요가 없었습니다.

반바지 입고올걸..하고 여러번 후회했습니다.

바위 너덜지대 같은길을 어찌저찌 잘 올라서 힘든구간을 지나니 저멀리 홈통바위가 보였습니다.

다른사람들의 리뷰사진으로 봤을땐 경사가 그리 안심해 보였는데 저멀리 보이는 홈통바위는 그냥 수직으로 보이더군요.

날씨는 끝내주게 좋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참 좋았습니다.

가까이서 본 홈통바위 입니다. 저기 매달려 계시는 아주머니 두분은 이 코스로 하산중이셨는데, 밧줄타는게 너무 재밌다며 다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셨습니다...

여친이 여길 어떻게 올라가냐며 뭐라 하다가 아주머니들이 재밌다며 두번 왕복하시는것을 보고선 용기를 내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실제론 저 사진보다 경사가 조금 더 심했었습니다.

이게 처음엔 재밌고 신나서 막 올라가는데, 중간지점쯤 올라가니 슬슬 팔이 아파오고, 힘이 빠져서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기 시작하니 조금 겁이 나더라구요..

여친도 중간지점쯤부터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싶었다고...

제가 예전에 암벽등반 할때, 슬랩등반 하면 이정도의 경사를 암벽화 신고 두발로 올라가기도 한다고 여친에게 말해주니 뻥치지 말라는 표정을 짓더군요.

근데 때마침!!! 저희 뒷쪽으로 어떤 아저씨께서 파이브텐 릿지화를 신고 밧줄을 안잡으시고 두발로만 서서 홈통바위를 올라오셨습니다..

홈통바위 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만약 밧줄을 놓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상상을 해봤는데, 슬랩을 따라 미끄럼틀 타듯이 내려가게되고, 저 밑에 바위있는곳에서 멈춰질 것 같았습니다. 아마 죽지는 않겠지만, 미끄럼 탄 부위는 전부 까지거나 화상을 입고, 떨어지며 땅에 닿은 부위는 크게 다칠것 같았습니다. 장갑과 등산화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구간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올라가니 정상이었습니다. 정상엔 그래도 사람이 꽤 있었지만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사진이 꼭 광고같네요... 

뒷광고 아니고 내돈내산입니다 ^^

정상에서 수락산역 방향으로 내려오는길에 바위위에 앉아서 먹은 컵라면...

신라면 두부김치맛이 새로나와서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론 그냥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자친구와 오손도손 컵라면 말아먹고 있는데, 아랫쪽으로 중년 부부께서 올라오시는것이 보였습니다.

아저씨가 "우리도 여기 앉아서 컵라면 먹고 가자" 고 하셨는데 아주머니는 "흙바닥에서 먹기싫다" 하시니 아저씨께서 저희 옆쪽 바위로 오셔서 돗자리 피시고 컵라면이랑 보온병을 꺼내셨는데, 아주머니께서 옆에 잠시 앉으셨다가 "바위 위는 평평하지 않아서 싫다" 불평하시고선 화를내고 그냥 혼자 올라가버리시더라구요... 사연은 모르겠지만 아주머니께서 뭔가 기분안좋은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아저씨가 혼자남아서 꺼내놓았던 컵라면과 보온병을 다시 주섬주섬 담으시다가 저랑 눈이 마주쳤는데, 표정이 참 씁쓸해 보이셨습니다.

제 아버지를 보는것 같아서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어릴때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말다툼을 하시면 저는 항상 어머니편이었습니다. 

"아빠는 대체 왜그래요?!" 이러면서 아버지만 나쁜사람인 줄 알았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어머니의 잔소리가 가끔 도가 넘는다는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아버지가 안타깝게 느껴지더라구요..

장암역에서 마주친 할머님과 정상부근에서 마주친 아저씨... 그날따라 씁쓸한 분을 두분이나 만났네요.

수락산 역 방향으로 하산을 하고 싶었는데 길이 또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갈림길은 여기저기 있는데 표지판이 잘 없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내려가다가 표지판을 봤는데 [흥국사] 방향과 [수락산공영주차장] 방향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게 되었는데, 네이버지도를 키고 [수락산공영주차장] 을 검색해 보니 수락산역 바로옆에 있는 주차장이 검색되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방향이 수락산역 가는 방향인줄 알고 내려왔죠...

별로 없던 등산객이 그 후로 아예 안보이고.. 미끄러운 흙길만 자꾸 이어지고 뭔가 하산길이 너무 긴것처럼 느껴지는것 같았습니다.

시계는 오후6시가 다 되어가는데 내리막길은 끝이 안나보여서 발아프다는 여친을 재촉하며 해가 지기 전에 겨우 하산을 했는데 내려와보니 주변에 주차장 하나만 덜렁 있고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내려와버렸습니다.  지도를 켜 보니 청학리 라는 곳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수락산유원지 근처더군요. 다행히 당고개역을 가는 버스가 지나가서 뛰어가 붙잡아 타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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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으로 파타고니아 캐필린 라이트를 입고 등산을 해 봤습니다.

이렇게 잘 마르는 옷은 처음봅니다. 뻥안치고 세탁기 돌리고 나서 빨래를 꺼내보니 거의 다 말라 있었습니다.

단점은 오늘 첫 개시하여 처음 입어본 것인데, 등산배낭의 허리벨트의 버클이 닿는 부분이 조금 헤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약한 옷도 처음봅니다.

그리고 작년에 산 마인들 히말라야 등산화를 신어본지 이제 1년 좀 넘었습니다.

1년동안 신어보며 느낀점은, 하이컷이 장거리 산행에서 생각보다 불편하다는것입니다. 산행시간이 4~5시간이 넘어가면, 하이컷 부분이 발목을 압박하면서 발목이 갑갑해지고 시큰해오기 시작합니다.

첫번째와 두번째 착용했을땐 왼쪽 발목의 안쪽으로 복숭아뼈 윗쪽이 패인듯한 상처가 났었습니다.

세번째 착용때부터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저의 팔자걸음과 한쪽방향으로만 비스듬히 하산하는 버릇이 문제인것 같아서 의식적으로 여러방향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비스듬히 하산해 보았더니 통증이 많이 사라졌었습니다. 

지금도 산행시간이 길어지면, 하산시에 발목이 갑갑하게 느껴지는건 여전합니다.

다만, 등산중에 발목을 몇번 접질렀지만 하이컷을 신고있으니 발목근육이 살짝 놀란정도 에서 그치더군요.

그 외에 신발의 외형이라던가 접지력은 만족스럽습니다. 캠프라인처럼 바위에서 쫙쫙 붙는 정도는 아니지만, 적당히 잘 붙고, 흙길에서도 남들보다 덜 미끄러지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