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요약

설악산 서북능선이 힘든 도전일 수 있다면, 오색부터 출발해 보세요!

남교리에서 대승령까지의 오르는 구간을 쉽게 보지 마십시오!

귀때기청봉을 지옥의 너덜길이라고 하는 말에 너무 겁먹지 마세요!

3대 종주를 마치고!

저는 지난 5월 2일 지리산 화대종주에 이어서 10월 18일 월요일에 설악산 서북능선을 종주하였고, 11월 6일 토요일에 덕유산 육구종주를 마쳤습니다. 각각의 종주마다 나름대로의 매력과 다른 느낌이 있네요~ 3대 종주를 한 마디로만 표현하자만, 지리산은 힘들고, 설악산은 무섭고, 덕유산은 지루하다고 저 개인적으로는 표현하고 싶습니다. 지리산은 저번에 설명드렸고, 요번에는 설악산 서북종주에 관한 글이니, 덕유산 육구종주는 다음 기회가 된다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설악산 서북능선 종주는 이번이 세번째 도전이었습니다. 

한 번은 남교리에서 출발했지만, 비온 다음 날이어서 그런지 여섯 번이나 넘어져서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다 되었고, 너덜길에서 스틱까지 망가져 한계령으로 하산했습니다. 

또 한 번은 무더운 8월 한여름에 오색에서 출발해 귀때기청봉 정상까지 올라 갔다가 식수부족으로 다시 한계령으로 내려왔습니다. 

이날, 오색에서 2리터를 갖고 올라 도중에 1리터를 마시고 중청에서 2리터를 더 구입해, 총 3리터의 무거운 물을 짊어지고 귀때기청봉으로 출발했으나 도중에 1리터를 마셔 버리고 귀때기청봉에 도착했으나, 남은 2리터의 물로는 남교리는 커녕 대승령으로 하산하는 것도 안될 것 같아 한계령으로 다시 내려오면서, 마침 한계령삼거리에서 물이 다 떨어져 중청대피소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묻는 젊은 학생에게 0.5리터를 주고 1리터를 마시면서 한계령 휴게소로 내려오니, 0.5 리터가 남았네요. 

이날 8월 한여름 그늘과 대피소가 없는 서북능선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이렇듯, 두 번의 경험은 설악산 서북능선이 만만치 않으며 좀 무서운 구간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딱 한 번만 종주를 성공하면 그 다음부터는 가지 말자고 생각했고, 그러면 남교리와 오색 중에서 어디에서 출발해야 유리할지 많이 궁금했지만, 그 답을 찾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의 3번의 경험을 통해서, 설악산 서북능선이 너무 힘들어서 한 번만 성공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남교리보다는 오색부터 오르시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고 장점도 있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일출시간만 잘 계산해서 오르시면, 별다른 기다림없이 잠깐동안 멋진 일출을 보면서 쉬었다 갈 수 있는 천운의 기회가 오색코스에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 남교리에서 대승령까지는 “보통”의 난이도로 지도상 구분되어 있지만, 절대 쉽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아주 긴 구간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어려웠는데, 저는 오색보다 남교리의 구간을 오르는 것이 더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쉽다고 생각한 나머지, 초반 오버페이스하는 것도 주의해야 할 곳인것 같습니다. 또,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끊임없이 크게 들리는 계곡의 물소리에 압도되고, 랜턴 불빛으로 간간히 보이는 계곡에 마음이 위축되어, 등산의 의지가 팍팍 꺽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 급경사의 오색을 하산하는 것보다는 비교적 원만한 남교리로 하산하는 것이 지친 몸과 마음에 큰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 귀때기 청봉도 한계령삼거리에서 오르는 것보다 1408봉 방면에서 오르는 것이 더 힘듭니다. 큰감투봉(1408봉) 방면에서 오면서 보이는 귀때기청봉은 거대한 피라미드와 같이 보여, 보기만 해도 힘이 빠지더군요.

• 오색에서 출발하면 대승령 끝까지 해를 등지고 갑니다. 반대로, 대승령에서는 계속 해를 바라 보면서 와야 하는데, 이것이 은근 피곤합니다. 또, 어떤 분은 남교리 쪽에서 와야 좋은 전망을 즐기면서 올 수 있다고 하는데, 대승령 이후 아주 작게 보이기 시작하는 대청과 소청을 보면서 오는 것 이외에는 볼거리의 장점을 전혀 못 느꼈습니다. 오히려, 전망 볼 것 없는 것으로 잘 알려진 오색을 어두운 새벽에 올라 멋진 일출도 기대하면서 오후에 계곡과 폭포, 샘 등 볼거리가 많은 남교리로 내려 가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 오색에서 출발하면 대승령까지만 가서, 힘들어 도중에 장수대 분소로 내려 오더라도 서북능선은 모두 간 것이기에 큰 의미가 있지만, 남교리에서 출발하여 한계령삼거리로 내려오면, 서북능선을 온전히 즐기지는 못한 것입니다.

• 이런 여러 장점들이 있지만, 그래도 오색보다 남교리에서 출발하는 것이 매우 유리한 결정적인 이유는, 새벽 3시 이전에 등산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

그외 설악산 서북능선 종주 팁

• 귀때기청봉을 오르고 내릴 때, 경험없는 분들은 크고 작은 바위들 사이를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고 당황해 하면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바위 너덜길에서 얇은 봉은 내가 가야 하는 경로, 두꺼운 철봉은 너덜길에서 등산로로 빠져 나가는 출구로 생각하시면(아닌 경우도 있지만), 너덜길을 쉽게 빠져 나가실 수 있습니다. 덕유산 육구종주를 하면서 설악산 너덜길이 많이 생각났는데, 징검다리 건너듯이 나름 재미도 있고 호흡도 한 탬포 쉬어 갈 수 있는 구간으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오색에서 남교리로 가는 경우, 대승령이 어려운 구간의 끝이라고 생각하고 갈 수도 있지만, 대승령에서 바로 하나의 약간 높은 고개가 더 있으며, 이 고개만 넘으면 이제 별로 어려운 코스는 없습니다. 대승령까지 왔다면, 거기에서 남교리까지 저의 경우에는 3시간 만에 하산하였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하산을 천천히 하며, 보통 다른 산을 하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저를 빠르게 추월해 가니까, 빨리 가시는 분은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지 않을까 합니다.

• 많은 분들이 너덜길에서 스틱을 망가 트립니다. 귀때기청봉 주변 너덜길을 가다보면 종종 떨어져 나간 스틱헤드가 보입니다. 저 역시 그러했는데, 스틱이 없으면 그 시간 이후로 등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너덜길에서 부득이하게 스틱을 써야 하는 상황이고, 바위 사이에 스틱이 박혀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무리하게 스틱을 제껴 빼내려고 하지 마세요. 다른 곳과는 달리, 이곳 너덜길에서는 너무 쉽게 스틱 헤드가 망가져 버릴 수 있습니다.

•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또는 남교리에서 대승령까지 올 때, 몇 번이나 쉬면서 힘들게 올라왔다면, 그날 설악산 서북능선 종주를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남교리에서 오색, 또는 오색에서 남교리 종주 기준)

• 다른 사람들이 설악산 서북능선을 지옥의 너덜길이라고 하는 표현에 겁먹지 마세요. 약간 까칠하고 날카롭기는 하지만, 설악산 서북능선은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있는 산이랍니다. ^^

• 오색으로 오르면서 보이는 여명이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 멋진 일출은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오늘 일출을 안보면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 종주만을 생각하느라 얇은 패딩만을 가져 가는 바람에 약 30분간을 앉아 있는데, 많이 추웠습니다.

•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속초시내와 울산바위가 보입니다.

• 매일 시간날 때마다 보고 있는 대청봉 CCTV 화각지역 안에서 스틱을 흔들면서 지나갔습니다. 

• 한계령삼거리에서 조금가면 너덜길이 시작됩니다. 넘어지거나 헛디디지 않게 조심히만 걷는다면 아주 재미있습니다.

• 오색에서 이곳 귀때기 청봉까지 오는데 6시간 15분 걸렸으며,  여기서 남교리까지 6시간 30분 걸렸으니 여기가 딱 절반쯤 온 셈입니다.

• 너덜길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보이는 대청봉과 소청봉을 보면 놀랍습니다. 저 먼 곳에서 왔다는 것이...

• 언제나 무사히 하산을 마친 곳은 매우 기쁘고 마음 뿌듯한 장소로 기억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