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포 회원님들.

한가한 등포를 틈타 후기 하나 투척하고 가겠습니다.

저는 카메라도 없고 사진을 잘 찍는 편도 글 재주도 일천하여 후기는 잘 안남겼는데

버나드윤님의 강권(?)에 어쩔 수 없이 후기를 쓰고 있네요. 비루한 후기 이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토요일(5/28) 설악산 공룡능선 후기 시작합니다.

한달전 마눌님께 설악산행을 허락받고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날이 되었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주섬 주섬 배낭을 챙기고 애들이 잠에 들면 살며시 나오려고 했는데...

내일 토요일이라고 잘 생각이 없는 아이들... 시간은 자꾸 다가오고 어쩔 수 없이 같이 따라 간다는

애들을 장난감 사준다고 달래고 달래서 겨우 때어 놓고 오후 10시에 드디어 동서울 터미널로 출발합니다.

밤 11시 출발 속초행 막차를 타고 잠깐 졸았는가 싶었는데 어느세 속초시외버스터미널!

시간은 밤 1시가 조금 넘은 상황. 터미널 건너편 편의점으로 향합니다.

잠깐 자고 일어난 상황이라 속이 편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먹어야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뭘 먹어 볼까 고민 고민 하다 

그래도 담백한게 좋지 않겠나 해서 오뚜기 떡국을 선택했는데 의외로 맛이 있어서 깜놀 하며 한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산행에 필요한 먹거리와 잠을 깨기 위해 핫식스 까지 하나 마시고

택시로 소공원으로 향합니다. 속초에는 전기차 택시가 많더군요. 아이오닉5를 타고 갔네요.

1시 50분 정도에 주차장 앞에서 내립니다.

이미 주차장은 산객으로 시끌 시끌 합니다. 

간단히 몸도 풀고 배낭도 정비하여 2시 좀 넘어 신흥사 일주문을 통과합니다.

문화재 관람료 4500원을 삥뜯기고(징헌 인간들 새벽 2시에..)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뭐 보이기라도 했음 덜 억울하기라도 하지 ㅋㅋㅋ

아무튼 비선대를 향해 걷습니다.

3~40분 정도 걸으니 비선대 도착. 밤 2시 50분 이었습니다.

기다려야 하나 했는데 문이 열려 있더군요.

마등령을 향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공룡은 이번이 다섯번째 인데 날씨가 딱 한번 빼고는 엉망이었습니다.

하늘에 별이 총총 하니 오늘은 날씨가 좋을 것 같아 많은 기대를 하고 마등령 험난한 오르막을 올라 봅니다. 

깜깜한 밤이다 보니 아무것도 찍지 못하다가 속초 야경이 언듯 보여 찍어봅니다.

차츰 날이 밝아 지더니 드디어 공룡님을 알현합니다. 다행이 날씨가 넘나 좋습니다. ^^

해는 이미 오를때로 올랐고... 뒤늦게 일출 조망처에 도착한 재 느린 발을 한탄하며 힘겹게 마등령으로 향합니다.

마등령 아래 샘이 있었는데 아무리 가봐도 샘이 안보여 샘 찾다가 고개를 드니 마등령에 도착해 버렸네요 ㅎㅎㅎ

이후로는 설명이 필요할까요? ㅎㅎㅎ 우와 우와 감탄의 연속이었습니다.

 해가 뜨니 점점 더워지긴 했지만 간간히 부는 강풍에 더위가 싹 달아나는 상쾌한 산행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덧 공룡의 한가운데 1275봉 까지 왔습니다.

무념 무상 1275봉 비탈길을 낑낑대며 올랐더니 산솜다리가 반겨 줍니다. 이렇게 무더기로 모여 있는건 첨보네요.

멀리 대중소청 형재들

1275봉 내려가는 길에서 만난 장지도마뱀. 위장색이 너무나 뛰어나더군요. 눈으로는 보이는데 찍으려고 보면 없어지더라고요 ㅎㅎㅎ

경치에 취해 걷고 또 걷다 보니 드디어 공룡능선 최고의 전망을 보여주는 신선대에 도착합니다. 

비탐인 가야동 계곡. 죽기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힘들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겨우 옮겨 신선대를 내려 옵니다. 내려오는 길에 대청 찍고 다시 소공원 갈꺼라는 설악산 초행 부산싸나이 분과 이야기 하며 내려와 재미있었네요. 저는 너무 힘들다고 말렸는데 가셨는지 궁금하네요.

무너미 고개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 점심을 먹기는 이른 시간이라 양폭에 가서 점심을 먹고자 바로 무너미 고개로 내려왔습니다.

아~ 그 좋은 천불동 계곡도 가뭄에 물이 부족해 영 모냥이 안나더군요.

드뎌 양폭 도착. 발열 용기로 라면을 먹었습니다. 1주일 전 미우새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짠희가 쓰는게 방송에 나왔는데 마눌님이 급 관심을 보이더군요. 저도 하나 지르고 싶었는데 그닥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어 마눌님을 설득, 득템을 했네요. ㅎㅎ 

라면 맛은 정말 조금도 틀리지고 완벽한 뽀글이 맛이었습니다. ㅎㅎㅎ 봉지라면 이어서 그랬던 걸까요? 다음에는 컵라면으로 해먹어 봐야겠습니다. 100점 만점에 85점 정도 주고 싶네요.

라면을 먹고 있는데 대여섯명 정도 되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여학생들이 옆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쉬고는 있는데 간식 같은 걸 안먹는걸 보니 아마도 설악산을 잘 몰라 아무것도 준비를 해오지 못한것 같더군요. 배낭에 간식 남아 있는 것을 그냥 주면 안먹을거 같아서 "아저씨 배낭이 무거워서 주는거야. 그냥 먹어" 하고 넘겨주니 "감사합니다." 하고 허겁지겁 잘 먹더라고요. 사실 배낭이 무겁기는 했지만 ㅎㅎㅎ 뭔가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시 천불동 계곡을 내려 옵니다. 다리가 천근 만근 입니다.

설악산 전체 코스 중에 제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귀면암 계단 ㅋㅋㅋ 항상 힘 다빠진 상태에서 올라가려니 마등령 다시 올라가는 기분이었습니다. ㅎㅎㅎ

드뎌 비선대 도착! 한 숨 돌려 봅니다.

더덕막걸리와 메밀전병으로 마무으리~ 관광지라 비싸긴 했지만 맛은 좋았네요.

참 좋은 날씨에 진짜 오랜만에 공룡을 제대로 만끽하고 내려왔습니다.

지금 까지 공룡이 그립고 또 그립네요 ㅎㅎㅎ

마지막으로 이번 산행에 썼던 장비 두 가지 정보 남겨 봅니다.

첫번째 장비는 아크 신솔라햇입니다. 산행 당일날은 케이블카도 운행이 중단이 될 정도로 간간히 바람이 거세게 불었었는데요.

신솔라햇은 챙이 넓고 가벼운 장점도 있지만 넘나 부드러워서 바람이 불면 챙이 확확 접히며 모자가 벗겨지는 것을 막아주는 또 다른 장점을 발견했습니다. 앞으로도 애용할 것 같네요.

두번째로 진짜 감탄한 장비는 툴리스 깔창입니다. 저는 10키로 정도만 산을 타면 발바닥에 불이 납니다. 그래서 조언을 듣고 구매한 것이 툴리스 깔창인데 이걸 등산화에 넣으니 발등이 높아져 불편하더군요. 유일하게 가능한 신발이 호카 카하였습니다. 카하의 발볼과 발등 높이는 진짜 최고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카하는 바닥 내구성이 너무 약해서 장거리 산행에는 신지를 못하고 근교 산행에만 이용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장거리 산행에서 매번 불타는 발바닥에 좌절을 하곤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한번 시험을 해보자고 툴리스 깔창 깔린 카하를 신고 갔습니다. 오~ 근데 10키로가 넘어도 발바닥이 괜찮더군요. 다른 등산화의 경우 10키로만 넘으면 쉴 때마다 등산화를 벗고 발 주무르기 바빴는데 진짜 신세계를 경험하고 왔습니다. 저처럼 발바닥 통증으로 고생하신다면 툴리스 깔창 추천 드립니다.

여기 까지 비루한 후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안산 즐산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