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북한산 숨은벽 산행기로 인사드립니다

원래는 아침 일찍 일어나 구기터널 입구를 찾아가 탕춘대 능선을 타고 북한산 횡종주?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언제나 계획만은 참 거창합니다ㅎㅎ)

전날 트랭글에서 내비를 다운받고 경로설정까지 다 해놨는데 역시나 저는 참 게으른 녀석입니다

알람이 울리는데 일어나기가 싫습니다ㅎ 에잇~ 더 자고 그냥 사패산이나 수락산이나 가자하고 신나게 더 자다가 10시 30분쯤 일어나 창밖을 보니 와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집앞의 산에 만족할 날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전날 받아놓은 거창한 계획의 산행 경로입니다

하산을 숨은벽으로 하려고 했는데 너무 늦었기에 그냥 숨은벽 능선만이라도 찾아가려고 마음 먹고 12시경 집에서 나섰습니다

집앞의 회룡역의 전경이 정말 화창한게 기분이 좋습니다

집에서 나온지 한시간이 조금 넘게 걸려 국사당쪽 들머리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북한산을 보며 항상 가까우면서 멀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바로옆의 도봉산은 집에서 나가는 시간 포함해도 걸어가서 전철타고 총 10~15분이면 가는데 바로옆의 북한산은 제일 가까운 우이동이 최소 40~50분이 걸립니다

아 그리고 혹시 숨은벽에 가실 분들은 간식이나 식수를 준비해서 오시는게 좋습니다

제가 오른 국사당 주변엔 편의점이 없습니다

본격적인 들머리를 찾아가는 초입부분에 차를 댈 만한곳이 있는데 주말은 자리를 기대 안하는게 좋을듯싶고 평소에도 그닥 추천을 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짧은 길이지만 돌이 울퉁불퉁한게 차량 밑부분 긁어먹기 아주 좋아보입니다

숨은벽 이정목을 보고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갑니다

조금 오르다보니 나오는 이정목엔 숨은벽 안내가 없네요 어디일까 고민하다 트랭글을 보고 발걸음을 옮겨보고 확인후 백운대 방향으로 오릅니다

햇살은 눈부시게 빛나고 뜨거운데 그늘은 써늘하고 바람은 어찌나 강하게 부는지 적응하기 힘든 날씨였습니다

오른지 30분정도 됐을쯤 숨은벽이 살며시 인사합니다

안녕^^ 반갑다

20분쯤 더 오르자 왼편으로 오봉과 신선대 방향이 조망됩니다 

상부는 단풍이 거의 절정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떨어진 잎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숨은벽이 확실하게 보이는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3개의 능선을 모두 통틀어서 숨은벽이라 부르는건가 싶었는데 실체를 마주하니 가운데 능선이 양 옆의 능선보다 낮아서 양 옆쪽 너머에서는 보이지가 않아서 숨은벽 인가보다 느껴졌습니다

후에 찾아보니 제가 느낀게 맞는것 같습니다

왼편으로 찾아가보고 싶은 앵무봉 라인과 중앙 맨뒤에도 찾아가 봐야할 저번주에 맛보기로 다녀왔던 감악산이 보입니다

유명한 해골바위인데 제 눈에는 외계인이나 꼼데가르송의 마크를 더 닮은듯 보였습니다

움푹 패인 눈 부위엔 물이 고여있네요

사진에서 보던대로 역시 멋짐니다

바람이 워낙 강하게 불어서 바위틈에서 나가기가 조금은 싫습니다ㅎ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바람이 워낙 강하게 불어서 귀도 아프고 추워서 바람을 피해 골에 숨어서 컵라면에 김밥을 아주 맛있게 먹어치웠습니다ㅎㅎ

추운게 싫은거와는 별개로 따뜻한 음식은 추울수록 더 맛있죠ㅎㅎ

숨은벽을 코앞에서 감상하고 지나갑니다

이제 숨은벽의 조망은 뒤로하고 단풍이 멋지게 들은 골짜기 길을 올라갑니다

너덜 바위와 돌계단 길이 경사가 상당합니다

오늘 계획대로 탕춘대 능선을 거쳐 이곳으로 하산을 했다면 주인 잘못만나 이미 망가진 무릎에 아주 큰 죄를 지을뻔 했습니다ㅎ

백운대에 도착했습니다 

평일이라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다시한번 느낀거지만 우이동에서 백운대에는 외국인이 정말 많습니다

이날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았던것 같습니다

유독 딱 우이동에서 백운대 구간으로만 오르는 것이 외국인들의 여행가이드 책자 같은것에 도선사~백운대 코스가 수록돼 있는것이 아닌가 혼자만의 생각을 해봤습니다

날 좋은날 사패산에서 봤던 물줄기가 역시 바다였네요

지리에 약해서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저 모습은 서해바다가 맞는것 같습니다

백운대에서 사방팔방 탁 트인 조망을 감상합니다

거창한 계획대로라면 오늘 신나게 누볐을 능선과 봉우리들도 바라봅니다

도선사 우이동 방면의 상부에도 단풍이 예쁘게 들었습니다

춥지만 오를때 땀을 많이 흘려서 손이라도 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옛 백운산장 밑쪽으로 가물어서 마른곳이 많은 곳중에도 물이 남아있는 곳을 발견하고 손을 씻는데 나뭇잎이 스륵스륵 움직이는게 이건 가재다 싶었습니다

딱 작년 이맘때 왔을땐 풍부한 수량에도 이곳에선 가재를 찾기가 힘들었는데 오늘은 손 씻다가 만나게 되네요

너무 반가웠습니다

작년에 이어 오늘도 영봉을 거쳐 육모정길로 하산 할 계획이라 영봉으로 오르는 중 좋아하는 까마귀도 담아봅니다

영봉에 올라 인수봉을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한잔 마십니다

인수봉 너머로 넘어가는 해를 보니 이곳에서 노을을 보고싶었지만 어두워 지기전에 내려가 가재를 보고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북한산은 상부쪽엔 단풍이 풍성한데 하부는 아직 파랗습니다

날도 추운데 세찬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가 제 마음을 더 쓸쓸하게 만듭니다

작년에도 만났던 물고기 머리를 닮은것같은 바위도 또 찾아보고요

지는 해에 머리만 반짝 빛나는 도봉산을 바라보며 하산합니다

작년에 쉬어갔던 곳을 지나 영봉 뒤편으로 노을이 지고있는 모습이 예쁘네요

예쁘게 물든 단풍이 세찬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쓸쓸합니다

가재가 있는곳에 딱 도착하니 약간 어둑어둑 해졌습니다

이곳도 작년과 다르게 많이 말라있는데 큰 가재는 못봤지만 가재들이 참 많이 살고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완전 어두워 지는줄도 모르고 30분 가량은 신나게 놀은것 같습니다

다 내려온 지점이었기에 용덕사까지 5분 그리고 둘레길이 나오는곳 까지 또 5분 총 10분정도의 야간 하산을 했습니다

어둑해진 길 기로등 아래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 소리가 요란하니 더 쓸쓸한 기운이 감도네요

둘레길을 10분정도 걸어내려와 오늘의 산행을 끝마쳤습니다

저번에 여자친구와 우이령길을 찾았을때 함께 와플을 먹었던 곳을 오늘은 혼자 쓸쓸히 지나갑니다

버스타고 방학역에서 전철로 갈아타니 집에 금방 도착했습니다

집앞에 도착하니 어두워진 도봉산의 실루엣 옆으로 초승달이 멋지게 빛나고 있네요

마무리는 엄마가 끓여주신 국수 한사발 입니다

어두워지자 걱정돼서 전화하셔서 가는동안 중간중간 어디쯤 가고있다 전화를 드렸는데 집에 도착하니 딱 맞춰서 내어주시네요ㅠㅠ

게으른 탓에 계획했던 횡종주는 못하고 거센 바람에 고생한 날이었지만 역시 산은 산입니다

한겨울만 빼고는 저에겐 휴식이자 놀이이며 즐거운 친구입니다

단풍철 모든 분들 안전한 산행하시길 바라면서 이만 숨은벽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