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들어 전남 산 3개째 돌고 있습니다.

금당도 삼랑산, 쫓비산에 이어 고흥의 팔영산입니다.

토일을 산행에 연거푸 뛰면 지친 채 일하게 되니 월요일과 화요일이 그냥 순삭이네요.

강산리 강산교회 인근의 곡강마을에서 출발합니다. 공중화장실도 있습니다.

능가사로 올라서 원점회귀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녀봉 코스로 하여 1봉부터 8봉까지, 그리고 마지막 인증점인 깃대봉을 향한 뒤에 능가사로 내려갑니다.

선녀봉으로 향하여 오르는 길은 혹이나 사마귀처럼 암릉이 더덕더덕 모여 있습니다. 왼쪽 돌출부는 진등산(봉우리)으로 추정됩니다. 

무난한 흙길과 바위 너덜을 지나면 경사가 올라가는 구간이 나오는데 그 전에 강산폭포가 나옵니다. 폭포라고 하기엔 아직 수량이 볼품없는 이끼폭포입니다. 그러나 깎아지를 듯한 높은 수직 절벽입니다. 

암릉에 다다르기 전에는 고운 흙길을 마지막으로 만납니다.

처음 나온 데크여서 바로 위의 뾰족한 이게 선녀봉인 줄 알았습니다.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ㅎㅎ

선녀봉으로 오르는 길은 처음 오르기 전에 아래에서 보았던 것처럼 바위 위를 오를 때마다 환한 뷰가 펼쳐집니다. 

날이 따뜻했던 까닭에 먼 곳은 또렷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답게 듬성듬성 조그만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집니다.

오르면 오를수록 지나온 길과 암릉은 줌아웃되어 배경에 또 추가됩니다.

선녀봉 왼편의 이름 모를 봉우리가 오른쪽에 떡하니 있고, 뒤편 오른쪽 끝이 깃대봉입니다.

계단을 올라 오른쪽 방향에 있는 암릉까지 다 지나야 선녀봉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선녀봉에 오르는 길에서 가장 암릉다운 아찔함을 보여주는 구간입니다. 세 번 정도 이런 암릉이 계속되고 지나가면 결국 선녀봉에 도착합니다만, 막상 선녀봉에서의 바다 쪽으로 보는 뷰는 막상 이전 봉우리만큼의 조망은 없습니다.

봉우리 넘을 때마다 지나온 길을 보는 맛이 있습니다. 

선녀봉 비석 방향의 뷰는 그래도 볼 만합니다. 진행방향의 오른편에 있어서 지나온 뒤쪽은 나무가 우거져서 조금 갑갑합니다.  

선녀봉을 내려가려고 하면 이제 주능선이 보입니다. 가운데 지점의 봉우리에서 전봇대 같은 게 뾰족 튀어나와 있는 쪽이 최종 봉우리 깃대봉입니다.

그리고 오른편으로 8봉부터 7봉, 6봉 등입니다.

오른쪽부터 1봉인 유영봉의 시작입니다.

안내판은 선녀봉에서 본 봉우리의 방향과 좌우가 반대입니다. 사진을 아래쪽에서 틀어서 찍은 것인지 깃대봉이 제일 높은데 제일 뒤에 낮게 잡혔네요. 6봉을 리더로 센터에 세운 샷 같습니다.

선녀봉을 내려가는 잠시 짧은 구간이 지나면 비교적 쉬운 흙길로 이어지고 능가사에서 1봉으로 가는 등산로와 합류합니다. 그대로 진행하면 2봉과 1봉의 갈림길이 나옵니다. 여기서 오른쪽을 먼저 가야 1봉을 찍을 수 있습니다.

멀리서 내려가기 전에 찍은 1봉 유영봉입니다. 정상이 반듯하게 깎여 있습니다. 신선대라 이름 붙여도 될 듯합니다. 여길 가려면... 

1봉 유영봉에서 찍은 2봉 성주봉에서 1봉으로 향하는 루트입니다. 계단의 낙폭이 제법 크고 비좁은 면이 있습니다. 철제 계단이지만 두께가 얇아 좀 부실한 느낌도 듭니다.

 좋은 곳인 걸 아는지 아마도 까마귀의 흔적으로 보이는 배설 흔적이 있는 1봉 비석입니다. 유영봉 뒤편은 들머리로 시작하여 올라온 선녀봉입니다. 왜 선녀봉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배지 안내가 정신없이 울리는 구간입니다. 성주봉으로 오를 때는 잡을 게 있어 정비는 되어 있지만 몸을 비벼서 오르는 팔힘이 좀 드는 구간이 짧게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더군요.

3봉 오르는 길도 험난합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또는 바람 많이 불면 아찔하다 못해 무서울 것 같은 암릉이 제법 등장합니다. 스틱을 넣고 오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허접한 신발 신고 가다간 아마 추락할 겁니다.

3봉 생황봉입니다. 악기처럼 생겼나 봅니다. 역시 뒤에 선녀봉이 조망됩니다. 멀리서 보는 선녀봉과 그 뷰는 선녀봉으로 오른 사람만이 좀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녀봉이 가리는 뷰가 있거든요.

생황봉은 있는지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감각적으로 내려간다 싶으면 비석을 찾아야 합니다.

4봉 사자봉까지는 올라갈 만합니다. 꽤 시간도 잘 가고 2봉 오를 때 약간 까다로웠던 것 빼면 이 정도 페이스로 쉽게 끝날 거란 낙관도 생깁니다.

비석 뒤편에 조금만 내려갔다 오르면 5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5봉에서 본 사자봉의 뒤통수입니다.

배설의 흔적이 있습니다. 5봉 오로봉입니다. 사실 본격은 6봉입니다. 두류봉이란 이름이 붙은 뒤의 봉우리입니다. 왼편에 펜스가 쳐져 있지만 도봉산 신선대 오르는 느낌으로 바위를 타고 오르는데 등로는 등반처럼 다소 거칠고 길게 이어집니다. 바람도 여기서 꽤 붑니다. 

6봉 두류봉 올라가기 전 지나온 5봉의 하산길을 봅니다. 

6봉 두류봉에 올랐다면 사실상 힘든 것은 거의 끝났다 보면 됩니다. 또 배설의 흔적이...  

7봉 칠성봉 가기 전에는 길쭉길쭉하게 잘려나간 바위들의 군상이 있습니다.

7봉 칠성봉입니다. 여기도 잊지 않고 싸놓았습니다.

한숨 쉬며 올라간 6봉 두류봉을 칠성봉에서 바라봅니다.

마지막 8봉 적취봉에 가기 전 조망터가 있습니다. 정면에 적취봉이 보이고, 우측 편에는 간척 농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저 산 너머는 아마도 거금도 방향일 거 같습니다. 사실 정신이 없습니다.

8봉 적취봉입니다. 배설의 피날레입니다. 맛집이군요. 이제 위험한 봉우리는 다 끝났습니다. 행복한 산길만 남았습니다.

8봉을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옵니다. 왼편의 이정표를 따라 깃대봉으로 향하는 마지막 9봉이 남았습니다. 선녀봉까지 포함하면 10봉일까요? 깃대봉 가는 길에서 지나온 8봉우리들을 훑어봅니다. 여기도 녹색 군대가 물들면 봉우리의 모습도 희끗희끗해지겠지요? 먼 곳이 1봉, 가까운 곳이 8봉입니다.

깃대봉 향하는 방향에서 남해 방향으로 바라봅니다. 시계가 좋았다면 더 멀리 보일 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등산 시작한 뒤 단 하나의 봄꽃을 보지 못했습니다. 컬러에서 너무 박한 산행입니다. 생강나무, 히어리, 산수유, 복수초 등등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정말 없었는지 안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2주 정도는 지나야 다채로워질 거 같습니다. 여긴 분명 분홍의 꽃길일 겁니다.

깃대봉 정상에서 바라본 남해 방향입니다. CCTV도 있고... 뭐 하여튼 국립공원이니 인위적이지만 관리를 위해 뭔가 설치는 되어 있습니다.

비석 방향이 매우 아쉽습니다. 바로 위의 샷처럼 찍을 수 있게 45도를 틀었다면 좋겠습니다만... 그리고 너무 비석을 찍을 자리가 협소합니다. 광각이 아니면 진짜 돌삐만 찍힙니다.

팔봉의 갈림길에서 능가사로 하산합니다. 인위적인 느낌이 물씬 드는 편백나무 군락이 있습니다. 돌이 많지만 그래도 밟기 좋은 돌들로 이루어져 있고, 네트까지 깔려 있는 구간이 나오면 임도가 나옵니다.

다 끝났다 싶겠지만 또 2km이상을 산길을 내려가야 완전히 하산이 끝납니다. 

하산 지점에 다른 등산로 입구가 있습니다. 가기 전에 프리뷰인가요? 봉우리 모양을 위치대로 재현한 듯합니다. 선녀봉에서 성주봉 진입할 때 유영봉을 따로 일부러 가야 하는 것까지요. 

 능가사 가는 길에는 자동차 야영장도 있고, 길가에 8봉의 유래도 있네요.

막걸리 병으로 이런 걸 만든 건 처음 봅니다. 흡착판도 아니고 노랗게 칠하면 산수유 같기도 하겠습니다.

팔영탐방센터 바로 뒤의 가게집에서 메뉴에 없는 라면을 요청하니 4천 원에 진매를 끓여주십니다. 공기밥까지 해서 6천 원을 썼습니다. 팔영산보다 왜 이 라밥 메뉴가 머릿속에 남는 걸까요? 별거 아닌 콩나물무침이 들어와 있는데 이상하게 감격스럽습니다.

그냥... 파전을 또 시켰습니다. 싸게 파는 게 괘씸해서요. 비빔밥도 맛있을 거 같은데 안 파네요.

물도 석수 500ml 한 병을 주시더라고요.

이번엔 백김치를 주시네요... 크흑... 밥통의 여유가 됐다면 도토리묵까지 또 먹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