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부터 32살 결혼 전까지, 사진에 미쳐 일출 사진 찍으러 산에 많이도 올랐습니다.
허나 결혼 후, 산행을 느므 느므 싫어라하는 와이프 때문에 산행을 등한시 하다가 작년 부터 새벽에 간간히 동네 뒷산에만
다녀오곤 했습니다. 어느 순간 사진에 시들해질 무렵, 예전에 정보 검색하러 한번씩 들리던 등포에 자주 오게 되고, 이젠
거의 등포 모든글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에 달하게 되고, 이에 따라 동계 산행을 준비하게 됩니다.

이번에 다녀오고 느꼈지만 각 계절에 맞는 장비 준비도 중요하지만 역시나 젤 중요한건 엔진이네요..^^
이래 저래 한파에 대비해 장비를 아래와 같이 준비했습니다.

- 상의 : 브린제 슈퍼써모 + 파타 메리노 2 집넥 + 마하 몽키 후드 집업 + 마하 하드쉘 2.5/3L (NC픽스 구매) + 7년된 코오롱 우모복
- 하의 : 기능성 내복 9부 + 감마 AR
- 신발 : 스마트울 PHD 미디엄 크루 + 잠발란 비오즈 플러스
- 기타 : 아이젠 프로, 코오롱 스패츠, 스틱(듣보잡), 코오롱 프리마로프트 장갑, 사은품으로 받은 플리스 장갑, 버프, 바라클라바 등

2016년 01월 01일

결혼 후, 첫 방학을 맞이하여 (6년만..ㅠㅠ) 함양행 직행 티켓을 끊고 출발합니다. 출발 전, 잠을 설치는 바람에 버스 안에서 일출도
보지 못한채 쿨쿨 잠들어 버립니다..


10:15  - 백무동 탐방지원센터에서 확인 받고 출발 합니다. 뭔가 아직 두근거립니다.. '할 수 있을까?'


11:15 - 숨 넘어가며 하동 바위에 도착합니다.. 겨우 1.8km 왔는데 곡소리 납니다... 역시나 땀은 비오듯 했으나 응달져서 보온을
위해 몽키 자켓은 계속 입고 오릅니다. 이때까지는 버프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목 뒤가 서늘하게 느껴져 버프를 목에 착용하고
오르니 딱 상쾌하니 흐르는 땀도 잡아주고 좋습니다.


12:40 - 헐떡 헐떡.. 참샘에 도착합니다. 행동식으로 빵 조금과 에너지바 그리고 사탕을 섭취합니다. 물론 수분도 보충하고 물통도
보충합니다.


15:30 - 어딘지도 잘 몰겠고 핸드폰은 꺼내보기도 귀찮고.. 표지석 남은 키로수는 좀체 줄어들지를 않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오르고 또 오르다 경치가 좀 보이는 구간이 나오니 살만합니다. 온도는 확인 못했지만 브린제+메리노2만 입어도 전혀 춥지 않고
땀이 납니다. 이쯤 되니 자꾸 배가 고파 옵니다..ㅠㅠ 중간 중간에 사탕과 육포로 허기를 달랩니다.


15:55 - 드뎌 장터목 0.8km.. 빨리 밥묵고 싶다... 헐떡 헐떡...


16:20 - 드뎌 장터목 도착.. 박산행이 첨이라 자리 배정을 어찌 받는지도 몰겠고 몇몇분들이 일찌감치 식사준비를 하고 계시길래 저도
무작정 들어가 밥을 준비합니다. 오늘의 메뉴는 밥+라면+소 갈비살.. 밥 데우고 데운물로 사발면에 불 붓고.. 이제 고기를 굽습니다.
고기가 익어갈 무렵 햇반을 뜯으니... 밥이 제대로 안퍼졌네요... 이런 니x럴.. 고기 굽다 잠시 옆으로 빼놓고 물 조금에 컵스프를 두봉
풀고 밥을 넣은 후, 끓입니다. 다 끓인 후, 고기를 마저 굽고, 고기를 챱챱챱... 근데 고기가 맛이 없어요.. 이런 ㅆㅑㅇ ..
아무래도 열량 높은 음식이 필요할거 같아 준비해간 비엔나 슬라이스한걸 컵스프밥에 넣고 다시 끓입니다...
우호.. 뜨끈하니 술술 잘 넘어갑니다. 느끼하게 느껴지면 김치도 곁들여 먹습니다..만.. 사진엔 안보입니다.
아울러 가져간 소주 반병과 션한 콜라도 한캔하고나니 배가 터질거 같습니다..



17:25 - 새해 첫 일몰입니다. 장터목에서 새해 첫날밤을 맞이합니다.


18:00 - 방 배정을 받고 아스피린 두 알 섭취 후 양말을 벗었는데... 왼쪽 발 뒷꿈치가 까졌네요.. 역시 신발이 좀 큰게 문제였습니다.
엊그제 장산 다녀오며 테스트를 해봐서 괜찮겠다 싶었는데... 가져간 알콜솜으로 소독을 하고 후시딘 좀 발라주고... 밴드로 단단히
붙인 후, 테이프로 다시 한번 밀착 시킵니다. 내일은 헤비크루로 갈아신고 가야겠단 생각을 하고 자리에 몸을 기댑니다.
온몸이 쑤셔 오네요...

2016년 01월 02일
04:50 - 알람 시간은 5시였는데 용수철과 같이 튕~하며 저절로 기상이 됩니다. 역시 인간의 무의식은 불가사의 입니다.
솔직히 못일어날줄 알았거든요... 정상 공략 전, 단 1g이라도 줄이기 위해 화장실에 다녀오고 짐을 꾸리고 출발 준비를 합니다.

05:30 - 다른 분들보다 체력이 딸리니 일찍 가는 수 밖에요.. 보통 한시간 반 걸린다는데 두 시간 안에 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렌턴을
밝히고 출발합니다. 아직 몸도 가열이 안되고 공기는 차고.. 영 힘이 나지를 않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해 더더욱 그런거
같지만 일출을 보기 위해 열심히 스틱질 해가며 올라가봅니다.

06:30 - 열씨미 열씨미... 속으로 ㅆㅂ를 계속 내 뱉으며 올라 왔는데 아직 정상은 700m가 남았습니다.
뜨헐... 이 즈음 부터해서 청룡열차 코스가 시작됩니다. 오르락 내리락...아.. 내 허벅지, 종아리....ㅠ.ㅠ


07:10 - 드뎌 천왕봉 도착... 뜨허.. '해냈다.... 허.. 디게 힘드네... 헉헉...' 배낭은 대충 집어 던지고 우모복 꺼내 입고 이제 일출을
기다립니다. 참샘에서 떠 왔던 물을 꺼내 마시니 정말 꿀맛입니다...ㅎㅎ 저 멀리 동이 터 오기 시작합니다.


07:33 - 해가 떠 오릅니다. 아직 3대의 덕이 부족한가 봅니다. 지평선에는 구름이 한가득...
그래도 조그마한 성취감에 기분은 좋습니다... 조그마한 소원도 빌어 봅니다.


역시나 정상석 인증샷은 혼자 가니 너무 찍기 힘드네요. 20대 대학생 일행이 찍어줘서 몇장 찍었네요..
'저기요 사진 좀 찍어주세요..'해서 찍어드리고 '저도 한장...' 부탁 드리려는 말 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 일행이 4팀...
좀 씁쓸하더군요... 담엔 누구와 함께 가야할거 같습니다...



08:10 - 슬슬 추워지기도 하고 배도 고파서 장터목으로 발을 옮깁니다.

08:25 - 통천문을 지납니다. 올라갈 때 남기지 못한 인증샷도 한번 남기고 발을 재촉합니다.


09:00 - 제석봉. 유명한 고사목과 함께 또 셀카로 기록을 남깁니다.. 해녀룩..이네요...ㅎ


09:50 - 장터목 도착.. 취사장 자리도 없고 해서 무작정 안에서 기다리다 자리 Get... 북어국 햇반에 어제 남은 비엔나 슬라이스를
넣고 김치 한팩을 넣은 후 푹푹 삶습니다... 배터지게 먹습니다... 물 500ml + 콜라 한캔..  크어억~~ 넘 정신이 없어 인증샷도
못남겼네요..

10:30 - 장터목 출발... 힘차게(?) 출발하려 했으나 힘이 남아 있을리 만무하고 더군다나 과식을 해서 몸이 안움직입니다.
그리고 어제 까졌던 뒤꿈치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하면서... 아직 적응이 덜 된 등산화 탓인가 양 발의 엄지발가락 외측이 물집이
생길 기미가 보입니다. 허나 계속 뒤뚱 뒤뚱거리며 내려갑니다.

12:15 - 참샘 도착... 와 다왔네 싶었습니다... 근데 이 이후 부터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ㅠ.ㅠ 아악 내 엄지 발가락...

12:40 - 아흑..ㅠ.ㅠ 하동 바위 도착... 올라올 때 못 찍은 다리에서 한 컷 찍어봅니다. 땀에 완전 쩔었습니다....


13:50 - 휴.. 드뎌 다 내려왔습니다.. 다리가 맘 대로 안움직이지만.. 스트레칭으로 간단히 풀어줍니다...
탐방로 입구에서 어제는 오뎅과 차를 무료로 주던데.. 오늘도 내심 기대하고 왔지만... 없.었.습.니.다.. ㅠㅠ
내려오다 사진 한장 찍어드리고 저도 한장....^^



트랭글 사용이 익숙치 않아 기록이 지 맘대로이네요...ㅎㅎ 디게 느리지요?? ^^;;
운동 좀 마니 해야할거 같아요...


* 금번 산행 후 배운 점.
- 식사는 운행 중 소화에 지장이 없도록 하지만 부족하지는 않도록 조절 잘 해서 섭취할 것.
- 기상 상태에 따라 물 준비량을 잘 생각할 것.
- 미국산 갈비살은 맛이 없다는 것.
- 평소에 운동 좀 할 것. (다리가 이제 좀 풀려 살거 같네요...ㅎ)


늦었지만 등포 회원님들 올 한해 대박 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