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만 있던 일요일. K49 암벽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병신년 첫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매인 몸이라 멀리는 못가고 가까운 관악산만 한 바퀴 휘휘 돌았습니다. 그것도 오후 느지막히.
눈이 좀 와야 어디 멀리 길을 나설 작당을 해볼텐데요. 이래서는 올겨울 산행은 소백산 마수걸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듯.
바람만 매섭고 눈이 빠진 겨울이라 몹시 아쉽습니다.

산행거리 7.86km, 산행시간 2시간 50분.




관악산입구 공영주차장이 없어졌더군요. 아마 공사때문인듯 한데 다시 생기는 건지, 아예 없어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주말에는 도로변 주차가 가능해서 빈 공간에 차를 세우고 부지런히 길을 나서봅니다.




남들은 다 내려오는 시간에 올라가니 등산로가 한적합니다. 오늘의 코스는 늘 가던대로 도사바위능선으로 올라 칼바위능선으로
내려올 겁니다. 혼자 시끄러운 속 달래고 싶을 때 자주 가는 코스입니다.




제2광장까지 와서 잠시 고민합니다. 이대로 제1깔딱고개쪽으로 가서 K48 국기봉으로 갈까, 아니면 원래 가려던대로 철쭉동산으로
갈까. 아직 해가 떨어지려면 여유가 있는 시간이라 철쭉동산 지나 도사바위능선에 붙기로 합니다.




철쭉동산에서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계속 오르면 모자암, 제4야영장, 삼막사로 갈라지는 사거리가 나옵니다. 여기서 우측 삼막사
방향으로 올라가야 도사바위 거쳐서 K48 국기봉에 닿습니다.




오후 2시에 시작했다곤 해도 급할 게 없습니다. 제2깔딱고개에서 K48까지는 걸음을 재게 놀리면 40분이면 됩니다. 벤치에 앉아
물도 마시고 옷도 정비하고 갑니다. 출발할 때 웨스트콤 쉬프트 LT 후디 입었다가 다시 벗었습니다. 역시 덥네요.




도사바위능선은 제2깔딱고개에서 조금만 더 위로 올라가면 시원한 조망이 빵빵 터집니다. 크게 힘 안들이고 멋진 풍경을 보려면
이 코스가 제법 좋습니다.




칼바위 지나 장군봉으로 가는 능선. 저 산 중간쯤에 돌탑공원도 보입니다. 사진으로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악산이니 잊을만 하면 암릉구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관우가 오관참육하듯 하나씩 제끼면서 호기롭게 나가려고 했습니다만,
등산화를 살로몬 퀘스트 4D 신고 왔더니 그게 또 생각처럼 안되더군요. 착화감은 발군인데 미끄러운게 단점입니다.




성큼성큼 오르다보니 어느새 도사바위. 영감님, 오랜만입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엔 인상 좀 피세요.




멀리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용마산이 보입니다.




흰눈이 넓게 펼친 치마폭처럼 능선마다 포개진 모습을 보고 싶은데 어째 올해는 텄다 싶네요.




K49 암벽 앞까지 왔습니다. 암벽꾼들의 소란이 사라진 바위에 볼트만 덩그러니 남아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추락위험구간이라곤 하지만 조금만 주의하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구간입니다.




암릉구간을 다 오르면 K49 암벽 표지판이 보입니다.




우락부락 팔봉능선 뒤로 광교산, 백운산. 그 우측 앞에 모락산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K48 국기봉에서 인증샷 하나 남겨갑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짜리몽땅하게 나온 것이냐...;;
허리에 찬 건 아크테릭스 마카 1 웨이스트백입니다. 지리산에서 웨이스트백을 써보니 아 글쎄 이게 너무
편한 겁니다. 손수건 넣고, 자동차키 넣고, 돈 넣고, 핸드폰 넣고, 초코바까지 넣고 다니는데 이만한게
없더라고요. 너무너무 편합니다. 겨울에는 웨이스트백에 자주 꺼내쓰는 것들 넣고 다니면 정말 유용합니다.
배낭 허리벨트와의 간섭도 없고요.

웨스트콤 쉬프트 LT를 얘기해야 할 타이밍인데요. 사실 이거, 저는 보유중인 하드쉘하고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땀나면 더운건 마찬가지에요. 네오쉘이든 고어텍스든 그냥 벗는게 장땡. 뽀대나 희소성 차원에서
하나 보유하겠다면 말릴 이유는 없으나 이걸 웃돈까지 주고 살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냥 지금 갖고 있는
하드쉘 부지런히 입어서 뽕 뽑는게 남는 장사입니다.




올라왔으니 내려가야 됩니다. 살로몬 퀘스트 4D 신고 왔으니 평소보다 조심조심 발을 디뎌가며 안전하게
내려왔습니다. 미끄럽지만 않으면 정말 좋은 등산화인데요.




K48 아래 삼거리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이왕 오랜만에 나온건데 조금 더 가보자 해서 호압사쪽으로 갑니다.




저 멀리 서해바다가 반짝입니다. 미세먼지가 좀 끼긴 해도 이만하면 준수한 날씨입니다.




운동장바위까지 왔습니다. 여기서 직진하면 찬우물 지나 석수역으로 떨어지고 우측으로 빠져야 민주동산 지나
칼바위 국기봉으로 갈 수 있습니다.




캠프라인 신고 왔으면 두고 볼 것도 없이 칼바위에 붙었겠지만 오늘은 안전하게 우회합니다.




가족들과 저녁약속이 있어서 발걸음을 재게 놀렸더니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갈 것 같습니다.




자, 경로구역까지 다 왔습니다. 3시간 채 안걸려서 한 바퀴 잘 돌았네요.




집근처에서 깃발 좀 날린다는 아구찜집에서 조촐한 가족모임이 있었습니다. 콩나물천국인 신사동 아구찜보다
훨씬 푸짐하고 좋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바로 먹었더니 식욕만땅이라 오랜만에 과식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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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도 눈소식이 없습니다. 주중에 영동/영서에 살짝 눈이 스쳐지나갈 것 같은데 적설량이 그리 많진 않을 것
같군요. 이렇게 빈한한 겨울도 처음 봅니다. 앞으로 더 심해지겠죠. 모쪼록 겨울이 다 지나가기 전에 대설주의보
한 번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