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물들일 기세로 잔뜩 우거진 녹색의 숲길. 4개의 산을 넘는 동안 즐거움도 4배 더 커진 도구가서 종주.

푼짱입니다. 가야산 이후로 좀 쉬다가 미뤘던 산행들 하나씩 작파중입니다. 어제(5/8) 광명 도덕산부터 시작해 서독산까지 돌아봤습니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광명알프스라고 부르는 4산 종주길입니다. 이 작은 땅덩어리에 알프스가 참 많군요.

도구가서 종주는 대략 10km 정도 됩니다. 빠른 사람들은 4시간 30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고 밥먹고 쉬고 뭐하고 해도 6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도덕산~구름산~가학산~서독산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해가 거의 들지 않아 한여름에도 무리 없이 진행이 가능합니다.

야생화도 지천에 피어있고요. 오르락 내리락이 반복되지만 한 두 군데를 제외하곤 까마득한 된비알이 없어 종주 초보자들도 즐겁게

다녀오기 좋죠. 운길~적갑~예봉이나 광청 종주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편안합니다...만, 그래도 산을 4개나 타고 넘어야 하니 기본적인

체력과 경로 숙지는 완비해야 합니다. 대신 광명시에서 이정표 설치를 워낙 잘해놔서 길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접근성 또한 편리합니다. 7호선 철산역에서 10여 분만 주택가를 오르면 도덕산과 바로 연결되죠. 서독산부터 시작한다고 하면 이케아

광명점 맞은편에서 바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식수보급은 주로 구름산에서 할 수 있는데 구름산 약수터의 수질은 그리 좋지 않아요.

왠간하면 패스하고 식수 충분히 갖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어제는 1리터 들고 가서 약간 찰랑거릴만큼만 남겨왔습니다. 

산행거리 약 10km, 산행시간 4시간 30분 (휴식 포함)

7호선 철산역 2번 출구로 나와 길을 건너 주택가로 오르면 도덕산으로 연결됩니다. 들머리 설명 잘해놓은 블로그가

꽤 되니까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주택가 화단에 송엽국이 심어져 있습니다. 남아공이 원산지라고 하네요.

도덕산 야생화단지부터 본격적인 등로가 연결됩니다. 야생화단지를 안 거치고 곧장 정상으로 갈 수도 있지만

야생화단지에서 바라보는 도심풍경이 제법 시원하니 들렀다 가시면 좋습니다.

집에서 오전 7시에 나와 철산역 근처 김밥해븐에서 아침 먹고 도착한 시간이 8시 30분. 이제 시작합니다.

할미꽃은 이제 다 지고 씨방만 남았네요. 또 한 번의 봄이 무연하게 흘러갑니다.

애기똥풀. 줄기를 꺾으면 노란 액이 나오는데 이게 애기똥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랍니다.

자주달개비. 고혹적인 보라색 꽃잎과 노란 수술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예쁜 꽃입니다.

보통 이런 식의 화려함을 뽐내는 꽃들은 외국꽃들인 경우가 많은데 자주달개비도 물 건너온 꽃입니다.

돌단풍. 꽃이 시들시들한거 보니 욘석도 끝물이겠네요.

이른 아침부터 꽃밭에 앉아 이야기꽃을 틔운 언니들. "하하 두 분 웃음소리에 꽃들이 놀라겠어요. 뭐가 그리 즐거우세요?"하며 

은근슬쩍 끼어앉았다가는 얼굴에 냉커피 팩을 한사발 바르게 되겠죠.

왠지 시큰해지는 콧날을 움켜쥐고 올려다본 하늘에 이팝나무가 활짝 피었습니다. 하늘아, 꽃들아 오빠 눈물 좀 닦아주지 않으련

멋진 나무로군요. 하늘도 청명하고 번잡스럽지 않은 등로에 꽃들이 서로 질세라 한껏 피어있고

줄딸기. 언제쯤 열매가 익으려나

산딸기. 어렸을 땐 동네친구들과 뒷산을 헤집고 다니면서 손톱 밑이 고추장 단지에 넣었다 뺀 것처럼 빨갛게 되도록 따먹곤 했는데요.

앙증맞고 깜찍한 보리수꽃.

부부가 손 잡고 걷는 도덕산 숲길. 보기 좋습니다. 장관은 이제 슬슬 일어나서 이 인간이 아침에 쿠리 화장실도 안치워주고 

또 어디로 내뺐나 아이고 내가 못살아 잘살아를 연발하고 있겠네요. 핸드폰 전원을 잠시 꺼두기로 합니다.(여,여보!! 빠때리가 다 됐어!)

걷기 참 좋은 길입니다. 하루종일 걸으라고 해도 흔쾌히 나설 듯.

도덕산 정상 거의 다 와갈 때쯤 내려다본 광명 스피돔. 경륜장은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재미있나 모르겠네요.

도덕산 정상에 위치한 정자. 철쭉들은 거의 다 시들고 망가졌더군요. 화무십일홍. 아무리 예쁜 꽃도 시간이 지나면 속절없이 생기를 잃죠.

광합성 중인 붓꽃 무리. 

이제 도덕산을 내려와 구름산으로 갑니다. 내리막길이 완만하고 편안합니다. 

골병꽃나무. 병꽃나무보다 잎자루가 좀 짧습니다.

찔레꽃. 가까이 다가가면 좋은 향기가 납니다.

밤일분기점에서 구름산, 가학산 방면으로.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

밤일육교를 건너면 이제 구름산 영역으로 진입합니다. 

저기 구름산이 보이는군요. 자주 가는 산인데 이렇게 보니 또 새롭습니다.

찔레꽃 참 많이 피었네요. 모양도 새색시처럼 어여쁘고 향기도 좋아요.

낮은 산들이라 젊은이들은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이들 찾습니다. 이제 막 등산에 재미 붙인 커플들이라면

도구가서 코스가 적당히 땀도 흘리고 걷는 재미도 보고 좋습니다. 

흰씀바귀. 햇빛을 한줌이라도 더 받으려고 목을 길게 빼고 있네요.

노온배수지 갈림길에서 올려다본 하늘. 밀가루 뿌린 듯 옅게 펼쳐진 구름이 예술입니다.

한치고개 육교 앞. 육교를 건너면 이제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되죠.

선괭이밥. 노란꽃이 생기있고 명랑해보입니다.

보통 구름산 올 때는 광명시보건소에 차 대놓고 가리대광장 거쳐서 진행합니다. 한치육교에서 오르다 보면

구름산 정상 가는 길과 합쳐지죠.

3곳의 약수터를 모두 패스하고 이제 마지막 정상 직전 깔딱구간이 남았습니다.

구름산에서 남긴 인증샷. 그런데 찍어주신 분의 손이 흔들렸...ㅠㅠ

캐필린 2+피엘 아비스코 하이브리드 트라우저+살로몬 퀘스트 4D 조합입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좋았습니다.

아비스코 하이브리드는 피엘 바지 중에선 비교적 얇고 속건이 좋아서 여름에 자주 꺼내 입습니다.

구름산 정상에서 바라본 도심 풍경. 멀리 소래산, 계양산이 보였는데 사진에는 안 나오네요.

도덕, 구름 작파하고 이제 두 개 남았습니다. 숨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가학산으로 갑니다

구름산에서 내려오면 가학동굴, 가학산으로 가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계속 따라갑니다. 

병꽃나무. 살짝 시들었군요.

가학산. 높이는 220m로 구름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습니다. 

사진만 찍고 바로 서독산으로 갑니다. 오후에 야구장을 가기로 해서 집에 일찍 들어가야 되거든요.

자연회수시설 굴뚝. 왼쪽 멀리 가사미산, 문학산이 보입니다.

어라? 무지개가 떴네. 서독산 가는 도중 마른 하늘에 무지개가 떴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가학산에서 서독산까지 가는 길도 수더분하니 좋습니다. 산 4개를 꽁으로 먹는 기분입니다.

저기 봉긋 솟은 봉우리는 서독산 정상이 아니라 활공장입니다. 정상은 사진 왼쪽편에 있습니다.

여기저기 찔레꽃이 만개한 가학산의 봄.

서독산 방면에서 가학산쪽으로 진행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네요.

도고내 고개까지 왔습니다. 여기서 서독산 정상까지는 약 700미터쯤 됩니다. 

서독산 올라가는 등로 주변에 애기나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고고한 아씨 같은 애기나리의 옆태. 

자 이제 400m. 고지가 눈앞입니다. 조금씩 아쉬운 마음도 드는 걸 보니 오늘 코스가 무척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서독산 정상 앞두고 막판 400미터가 깔딱입니다. 꾸역꾸역 올라갑니다.

서독산 정상은 별다른 정상석이나 표시가 없습니다. 그냥 전망대 데크가 끝. 고릴라 삼각대 나무에 달고서 

셀프인증샷 하나 남겼습니다. 서독산 전망대에서 왼쪽은 이케아 광명점 후문, 오른쪽은 활공장 방향입니다.

활공장까지 가봐도 좋겠지만 굳이 의미가 없고 오후 약속도 있으니 곧바로 왼쪽 내리막길로 내려갑니다.

가지 끝에 오밀조밀 매달린 국수나무꽃. 

졸방제비꽃입니다. 제비꽃 종류는 너무 많아서 외우기가 벅차요. 자주 보이는 녀석들만 꾹꾹 눌러 저장해놓는 수밖에요.

요녀석은 콩제비꽃. 꽃이 아주 작아서 새끼 손톱만합니다. 

흰말채나무꽃. 안테나처럼 바짝 세운 술들이 귀엽군요.

이제 다 내려왔습니다. 앞에 보이는 도로만 건너면 버스 정류장이 바로 보입니다.

오른쪽 파란색 건물이 이케아 광명점입니다. 그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오가기 편하죠.

다행히 집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노선이 있어서 냉큼 올라타고 편하게 앉아서 왔습니다. 오늘도 럭키~!

이어지는 쿠리네 가족 근황. 짧게 정리하고 넘어갑니다.

- 뭬양? 집에 들어오자마자 날 두고 늬들끼리 야구장을 간다고? 아니고 내가 사람 잘못봤네 잘못봤어. 나는 이제 집사한테 마음 못주네 엉엉

집사가족이 옷만 챙겨입으면 자기만 두고 어딜 나가냐고 홱 토라지는 쿠리. 돌아누워서 고개도 안돌립니다.

미안미안. 형아가 어린이날 선물로 야구장 가고 싶다잖니. 갔다와서 캔파티 하자 캔파티!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아:넥센 3연전 마지막날. 올해 첫 야구 직관입니다. 고척돔은 처음 와봤는데 크고 좋네요.

듣던대로 좌석은 좀 불편합니다만, 11회 연장까지 가는 거 아니면 견딜만 합니다.

강아지는 아주 좋아죽네요. NC팬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넥센을 응원하기로 했답니다. 장관도 두산팬이지만 오늘만 넥센팬.

저지 입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는지 테임즈 저지 사달랍니다. 다음엔 그거 입혀서 또 데리고 와야겠네요. 

너무 즐거워한 덕분에 데려간 부모마음도 흡족.

경기 초반 어이없는 에러가 연달아 나오면서 오늘 글렀나 싶었던 넥센이 박정음의 9회말 끝내기 안타가 터지는 순간

고척돔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에 버금가는 함성과 박수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핵꿀잼이었네요.

- 지금이 몇시냥? 몇시냐고! 날 혼자 두고 늬들끼리 놀고 와서 뭐? 애교? 다 때려쳐!! 오늘부로 너희들은 해고야!!

- 그래? 그럼 간식 안 먹을꺼지? 캔 다시 서랍에 넣는다?

- 어허 집사양반,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이 대체 며칠이오. 사랑하면 투정도 부리고 하는 것을. 자자 손에 든 그 캔부터 여기 내려두시고.

쿠리는 간식만 보면 눈이 땡그려져서 세상의 모든 귀여움을 갈아넣고 빚은듯한 표정으로 집사를 바라봅니다.

집사 마음도 몰라주고 내 손을 갈비삼아 물고 뜯고 할퀼 때는 너무너무 속상하다가 이 표정 하나에 모든 미움이 눈녹듯 사라져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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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도구가서 4산 종주 잘 뛰고 왔습니다. 이번주말 끼고 오랜만에 장거리 무박이 예정되어 있어서 몸이나 먼저 풀어둘까 하고

다녀온 코스인데요. 생각보다 숲길이 너무 예쁘고 푸근해서 힘든 거 하나 없이 즐겁게 걷다 왔습니다. 간만에 힐링했습니다.

벌써 여름이 온 것처럼 푹푹 찝니다. 본격적인 더위 시작되기 전에 좋은 구경들 많이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