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지난 4일 연휴 동안 그래도 2번의 산행은 해야한다는 생각에 어린이날 서리산 축령산 연계 산행을 했고 그 다음날 5월 6일 밤 무박으로 지라산 서북능선 산행을 위해 출발했습니다.

지리산! 이름만 들어도 산 좀 타본 사람들 뿐만 아니라 초보자들에게도 자주 가보고 싶은 산이죠.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지리산은 어마어마한 산의 규모 때문에 섣불리 산행에 나서기도 어렵습니다. 저도 이제 등산 시작한 지 5년이 넘었는데 작년에 서야 겨우 천왕봉(백무동-세석-장터목-대원사)에 다녀왔고, 그리고 부분적으로 성삼재에서 피아골로 내려가는 코스, 남부능선(거림-세석-삼신봉) 정도만 다녀왔습니다.

아직 주능선 종주는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대피소에서 숙박하면서 1박 2일로 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텐데 예약하기도 힘들고, 제게 대피소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아서 언젠가 무박으로 끝내야 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종주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지리산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서북능선에 가는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산악회마다 천상의 화원 바래봉 철쭉 군락지 공지가 올라오면서 개인적으로 꽃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번에 놓치면 서북능선 가는 것은 상당한 기간 기다려야 할 것 같고 겨울에는 추워서 힘들것 같아 신청했습니다. 신청하면서 조금 망설여지는 것이 당일 치기 산행으로 바래봉만 가서 블약 100대 명산 하나 추가하느냐 아니면 무박으로 조금 길게 타서 서북능선 종주를 하느냐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달 무박 산행 가다가 교통 사고 때문에 무박 트라우마가 생겨서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종주를 하는 것이 보다 지리산을 좀 더 아는데 도움이 된다 싶어서 무박으로 결정하였고, 같은 서북능선 종주 산행에서도 코스가 약간 차이가 있었는데 -즉, 바래봉까지는 동일하고, 바래봉에서 용산마을로 하산하는 산악회와 덕두산을 거쳐 구인월까지 가는 코스- 용산마을까지 가는 산악회에 신청을 합니다.  

산행코스: 성삼재->작은고리봉->묘봉치->만복대->정령치->큰고리봉->세걸산->세동치->철쭉 군락지->팔랑치->바래봉 아래 삼거리->바래봉->바래봉 삼거리->용산리 주차장(도상거리 23킬로, 소요시간 11시간)

*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는 중간에 입은 부상 때문입니다.

신사역을 밤 11시에 출발하여 중간에 휴게소에서 20분 휴식한 후 들머리 성삼재에 3시경에 도착합니다.

내리자마자 찬바람이 불어대는 바람에 자켓은 벗지 않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성삼재 휴게소 안으로 가지 않고 올라왔던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들머리가 있습니다. 

500미터 지나니 당동마을 갈림길. 

어두워서 찍을 것도 없고 가끔씩 나와주는 이정표만. 주능선쪽을 바라보니 멀리서도 헤드랜턴 불빛이 간간이 보이는데 엄청 빠른 선수들 같습니다. 불빛이 빠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아마도 달리는 듯합니다.  

평범한 산죽길을 따르다가 조금 빡세게 오르는가 싶더니 첫번째 봉우리 작은 고리봉에 도착합니다.  

서북능선은 길이 좁다는 것 이외에는 물론 오르락내리락이 있지만 별로 어려움이 없습니다. 묘봉치에 도착합니다. 주능선의 토끼봉이 보이는 곳이라고 해서 묘봉치라고 합니다.  이제 묘봉치 부터 만복대까지는 계속 오르막입니다.  

만복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제법 가팔라서 조금 힘이듭니다. 잠깐 쉴까도 생각했는데 그냥 만복대까지 논스톱으로 갑니다.  

드디어 3시 10분경에 성삼재를 출발해서 만복대에 도착했는데,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조금 기다리면 일출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해뜨기만을 기다리는 진사님도 있습니다. 벗뜨 만복대에서 10분 이상을 머무를 수 없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불어대는 지 내려가라고 떠미는 것 같습니다. 손이 시려서 동상걸릴 지경입니다. 사진을 찍을려고 하면 카메라가 너무 흔들립니다.

일출이고 뭐고 포기하고 그냥 내려갑니다.    

만복대를 내려가다가 정령치 가는 도중에 해뜨는 모습을 봅니다. 해야 매일 뜨는 것이라 저에게는 별의미 없습니다.  

운무 속으로 천왕봉도 보입니다. 

돌아 본 만복대. 

건너편이 반야봉입니다. 천왕봉 쪽에서 보면 반야봉은 짝궁뎅이 모습이었는데 이쪽에서 보니 못 알아보겠습니다.   

정령치에 도착했습니다. 오는 도중에 바위같지 않은 바위에서 살짝 미끄러지는 바람에 왼쪽 다리에 근육통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별 것 아니라고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후로 계속 힘들어서 정령치부터는 시속 1킬로 대로 산행속도가 떨어집니다.  

정령치의 도로 가운데 생태통로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생태통로 공사 해봤자 동물 보다는 사람이 더 많이 다닙니다. 

주능선을 봅니다. 서북능선의 장점은 산행내내 계속 주능선을 바라보면서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휴게소 앞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계단을 올라 바래봉 쪽으로 갑니다. 

정령치 올라오는 차도

바래봉까지 참 멀어요. 만복대까지는 길이 편안했는데 정령치 이후로는 제법 오르락 내리락도 심하고 암릉도 제법 많고 다리도 안 좋아서 가다서다를 반복합니다.  

시간도 많은데 평소 같으면 마애불상군을 보고 갔을 텐데 힘들어서 패스합니다. 

고리봉 삼각점

고리봉입니다. 여기서 백두대간은 고기삼거리쪽으로 이어집니다. 

세걸산까지 제법 까다로운 암릉길도 많았고 지루했습니다. 

지나온 능선을 봅니다. 

세걸산에서 하산해서 세동치에 도착합니다. 안내산악회의 바래봉 당일코스는 대부분 전북학생교육원에서 부터 이곳으로 올라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당일 산행객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세동치에서 올라 오다가 다시 세걸산을 뒤돌아 봅니다. 

부운치 도착 

부운치에서 조금 가파르게 오르면 이름없는 1128봉 

여기에서 이제 바래봉이 저 멀리 보입니다. 

무명봉에서 조금 내려오니 드디어 철쭉 군락지. 그 동안의 힘든 것을 보상해줍니다. 

지나 온 능선

팔랑치. 처음에는 바래봉에 다왔다 생각했는데 바래봉은 아직 멀었습니다. 

팔랑치에서 임도 비스무리한 길을 타고 산허리를 돌아서  가야 바래봉입니다.  

바래봉 삼거리 

서북능선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식수보충할 수 있는 곳. 물맛이 좋아서 여러 번 마십니다. 

예전에는 삼거리에서 바로 바래봉으로 치고 올라갔다고 하는데 지금은 역시 산허리를 돌아서 올라야 하는데 제법 가팔라서 힘들어요.   

인증샷을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 교체될 때 잽싸게. 4-5번 시도끝에 성공.  

햇볕은 따뜻하지만 역시 정상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점심은 아래 샘터 근처에서 

다들 사진을 뽀샵으로 늘려놓았다고 한마디씩 합니다. 

하산길은 땡볕과 돌과의 싸움입니다. 토사 유출 때문이라고 하지만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바닥에 돌을 박아두었는데 다리가 안 좋은 저에게는 지옥이었습니다.  

주차장까지 지긋지긋하게 멀어요. 차라리 산길로 구인월까지 가는 것이 훨씬 더 편할 듯 합니다.  

운지암. 임도 따라 내려오다가 운지암으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고 하는데 얼핏 보니 막아둔 것 같아서 임도 따라 왔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지리산 서북능선. 오래 전부터 꼭 다녀 오고 싶었던 곳인데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힘들었지만 왜 사람들이 지리산 지리산 하는 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산행이었습니다.

다리 부상이 빨리 완쾌되어야 하는데 근육이 놀랐는 지 종아리는 터질 것 같아 걷는데도 불편이 있습니다.

교통사고 트라우마가 사라지는 가 싶었는데 돌아오면서 또 한번 교통사고 날뻔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파악이 안되었지만,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고 아마도 청계산 근처를 지나는데 갑자기 버스가 흔들리면서 사람들이 어 하는 소리를 지릅니다. 깜짝 놀랐는데 우리 차 앞쪽에서 승용차 3대가 충돌해 있었고 전용차선 앞에는 고속버스가 정지하고 있었습니다. 

기사님이 순간적으로 운전대를 돌려서 정지해 있는 고속버스를 피한 것 같습니다. 까딱하면 2차 사고로 대형사고가 일어날 뻔 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