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꽃에게, 푸름이 생명에게, 사람이 산에게 소리없이 물들어가는 길. 태백 금대봉~대덕산.

 

푼짱입니다. 야생화철을 맞아 태백 금대봉~대덕산 코스를 작년에 이어 한 번 더 다녀왔습니다. 작년보다 3주 정도 앞당긴 일정이라

지금 대덕산은 봄과 여름이 서로 힘겨루기가 한창입니다. 6월 둘째주 정도부터는 여름꽃이 본격적으로 피어날 듯 하네요. 

금대봉~대덕산은 생태경관보전구역이라 지자체에서 꼼꼼하게 관리합니다. 그래서 입장을 하려면 미리 신상정보를 지자체측에 전달

해야 하고요. 신분증도 제출했다가 탐방이 끝나면 다시 돌려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정해진 코스만 가야 하고 탐방증을 항시 채용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은 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매년 봄마다

사람들이 앞다투어 찾는데는 이유가 있겠죠. 곰배령도 좋고 한여름의 함백산도 좋지만 금대봉~대덕산 역시 그에 못지 않습니다.

코스도 유순하고 분주령~대덕산 구간의 깔딱을 빼면 힘들 게 거의 없어요. 먹거리, 식수만 충분히 준비하면 됩니다. 1200미터가 넘는

두문동재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금대봉까지 50분도 채 안걸리니 손쉽게 쭉쭉 갑니다. 

 

작년에도 함께 길을 나섰다가 대덕산에서 숲뽕, 꽃뽕 심하게 맞고 돌아온 수지장이님, 힐라리온님이 이번에도 참가해주셨고요.

그리미님과 그리메S님이 새롭게 가세해 즐겁고 유쾌한 산행 즐기고 왔습니다. 먼 길 오가시느라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공들여 찍는다고 찍었는데 장소마다 빛의 광량 차이가 심해 보정하기가 꽤 힘들었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시길.

 

산행거리 약 9km, 산행시간 5시간(휴식, 식사 포함)

 

※ 사진은 모두 1500px로 작업했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화질저하 없는 원본 사이즈로 보시려면 클릭해야 합니다.

중간에 2장 정도가 아무리 사진을 교체해도 가로 사진이 세로 사진으로 확대되는 게 있습니다. 에디터 오류 같습니다.

 

요새 안내산악회마다 하나씩 문제가 터지곤 합니다. 두문동재로 올라가던 버스가 엔진과열로 고갯길에 그냥 서버렸습니다.

2호차가 뒤따라오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꼼짝없이 500여 미터 고갯길을 배낭 매고 올라갈뻔 했네요.

두문동재 표시석에서 그리메님이 포즈를 취해주셨습니다. 리턴티+아비스코 라이트 트레킹 트라우저가 잘 어울리십니다.

 

물참대. 습기 많고 그늘진 곳에 모여 핍니다. 쌍떡잎, 장미목 식물들을 생긴 게 비슷비슷해서 외워도 금방 까먹습니다.

산형과에 속하는 꽃들과 더불어 야생화 초보들에겐 골치 아픈 녀석들.

 

수지님은 오늘도 보자기 하나 뒤집어쓰고 풍만한 광배근을 씰룩거리며 뒤따라오는 뭇남성들을 유혹해볼 속셈입니다. 

 

쥐오줌풀. 요즘 어딜 가도 흔하게 피는 꽃이죠. 색깔 참 곱습니다.

 

새로 장만한 오스프리 만타 28리터 메고 오신 그리미님. 왜 이름이 만타일까 이런저런 추측이 오간 끝에 그리메님께서

배낭 생김새가 만타가오리처럼  생겨서 그런게 아닐까 하고 그럴싸한 답변을 유추해내셨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저도 열심히 

짱구 굴려서 "이야~ 이 배낭 참 쓸모가 만타!!" 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일 것이라고 힘차게 외쳐봤습니다만, 부질 없었습니다.

 

당연히 요강나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요. 줄기모양을 보니 검은종덩굴일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요강나물과 검은종덩굴은 거의 흡사하지만 요강나물은 줄기가 빳빳하게 서 있는 모양이고 검은종덩굴은 이름처럼

넝쿨성으로 휘고 꺾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걸 그랬습니다.

 

예쁘게 흰 꽃을 틔운 풀솜대. 봄의 결정체와 같은 꽃모양이 앙증맞습니다.

 

팥배나무. 그나마 잎사귀 모양이 특색이 있어서 몇 번만 익히면 금세 알아봅니다.

 

보랏빛 큰앵초. 온통 녹색으로 뒤덮인 숲 속에서 보란듯이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앵초를 보면 참 반갑죠.

 

줄딸기. 꽃모양이 싱싱하게 살아있군요.

 

금대봉입니다. 오늘은 카메라 빠때리 꽉꽉 충전해서 가져온 수지님이 네 남자를 한 장의 사진에 담아주셨습니다.

힐라님은 금대봉에 수학여행 온 학생들 인솔에 나선 교감선생님처럼 나왔...;; 힐,힐라버님 ㅠㅠ 건강 챙기세요 훌쩍;;

 

금대봉에서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와 이제 대덕산, 분주령 방면으로 갑니다. 

 

산악회에서 제공해준 시간은 대략 5시간 30분~6시간. 작년보다 1시간 가량을 더 줬습니다. 아무리 놀고 먹고 띵가띵가해도

시간이 남습니다. 5시간 정도면 대덕산 내려와 검룡소까지 둘러보는데 문제 없습니다. 그래야 귀경시간도 빨라지고요.

 

두 손 번쩍 들고 방문객들을 환영중인 노란장대. 

보자기 미인계가 통하지 않자 수지님이 작전을 바꿔 몬스터 PPL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속셈입니다. 진정한 뼈그맨.

금대봉에서 내려와서 걷다 보면 좌측으로 빠지는 우회로가 있는데 이곳의 전망이 참 좋습니다. 바람도 시원하고요.

정선 백운산, 하이원리조트, 두위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터입니다.

 

교감선생님 힐라님의 영도 아래 말 잘듣고 착실한 학생들이 종종걸음으로 뒤를 따라 갑니다. 

 

광대수염. 대덕산 가는 길 여기저기 천지빼까리로 피어있습니다.

 

꽃쥐손이(털쥐손이). 작년 6월말에 왔을 때는 꽃은 다 지고 씨방만 남아있더니 올해는 그래도 꽃을 봤네요.

 

이봐 나도 있어! 나도 여기 있다구!! 행여 못보고 지나칠까봐 꺅꺅 거리며 호들갑 떠는 미나리아재비.

 

연배와 반비례하게 짱짱한 체력을 자랑하시는 그리메님. 저희보다 한참 윗분이신데도 늘 벗으로 대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삿갓나물. 길고 날카로운 수술이 꼭 울버린의 발톱처럼 생겼습니다.

 

고목나무샘을 지나 분주령까지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집니다. 햇빛 한줌 들지 않는 시원하고 청량한 숲길입니다.

 

민백미꽃. 등로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군요.

 

노랑갈퀴. 얼핏 방문에 걸어둔 양말처럼 생겼네요.

 

청초함으로 얘기하면 한자리 빠질 수 없는 애기나리. 

 

맨날 단촐하게 컵라면, 김밥 따위를 먹다가 이번엔 제대로 한번 먹어보자 맘먹고 족발을 포장해갔습니다.

쌈야채, 볶은고추장, 족발과 함께 하니 기막힌 성찬이 완성됐습니다. 산에서 먹는 족발, 아 정말 맛있네요.

 

소니 A6000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손떨방이 없다는 겁니다. 손떨방이 탑재된 렌즈와 결합해야만 됩니다. 

불행히도 칼이사도 손떨방이 없어 광량이 부족하면 사정없이 흔들립니다. 그나마 제가 찍을 땐 조절이 가능하지만

앞으로 다른 분께 단체사진 부탁드릴 때는 ISO를 확 높여서 부탁을 드려야겠습니다. 찍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흔들림 없이 단디 찍어달라고까지 요구할 순 없으니까요. 

 

이 와중에도 수지님의 몬스터 PPL은 계속됩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끈기맨.

 

배 든든히 채웠으니 이제 또 움직여봅니다. 

 

낙엽송이 빼곡히 도열해있는 실핏줄 같은 숲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이 구간이 참 좋아요.

 

도란도란 사람들 말소리에 기지개를 켜는 감자난초. 오랜만에 보네요.

 

휘유~ 분주령까지 왔습니다. 이제 대덕산까지 조금 빡쎈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시 쉬었다 가기로.

 

웃음이 참 시원시원하신 그리메님.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쌩쌩한 멋이 살아있는 썬그리에 모두들 엄지 척!

 

오전 내내 흐릿했던 하늘이 완전히 열렸습니다. 대덕산에서 바라보는 그림 같은 풍경이 기대가 됩니다.

 

산사나무 같은데 조금 더 알아봐야겠습니다.

 

깔딱깔딱 은근하게 허벅지에 힘들어가게 하는 대덕산 오름길.

 

은대난초. 고고함이란 이런 것.

 

애비로드 같은 느낌을 기대했지만 멈출줄 모르는 몬스터 원샷에 무너진 푸른 날의 꿈.....(털썩)

그래도 느낌있네요 ^^;;

 

매봉산 풍차 방면을 보고 선 등포남들. 수지님...이제 그만 마셔요 제발...ㅠㅠ

차라리 작년처럼 메뚜기를 잡으시란 말예요 엉엉

 

자, 마지막 300미터만 더 오르면 마침내 대덕산 정상입니다.

 

이건 쭉쭉 뻗은 줄기를 보아하니 검은종덩굴이 아니라 요강나물로 보입니다. 꽃이 예쁘게 열렸네요.

 

풍력발전단지와 고랭지배추밭이 있는 매봉산 . 매봉산 바로 뒤에 솟은 산은 백병산입니다. 

더욱 자세한 대덕산 조망도가 궁금하신 분은 제가 작년에 올린 산행기 참고하세요. (아래 링크)

 

 

 

해가 강해 얼굴에 역광이 져서 색을 조금 빼봤습니다. 색감이 좀 더 부드럽고 온화해서 마음에 드네요.

그런데 사진 찍는 분이 한참을 기다려도 셔터를 안누르시기에 왜 그런가 했더니...

 

- 저어....모자 안쓰신 분이 음료수 다 드시면 찍어드릴까요?

 

대덕산 정상에서 멋진 하늘과 조망, 시원한 바람을 즐기다 이제 검룡소 방면으로 내려갑니다.

 

대덕산 정상에 전호가 활짝 피었네요. 작년엔 한발 늦어 못봤는데. 이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포토존에 들어가 사진 한장 남겼습니다.

한껏 즐거우신 그리메님과 힐라님.

 

그리메님 독사진도 한장 담아드셨습니다.

 

저도 한장 담아주셨네요. 예쁘게 잘나왔습니다 ^^

SKINS 팔토시. 1000원짜리 사서 한 번 쓰고 버리는 용도의 팔토시를 과연 비싸게 주고 살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막상 써보니 하나쯤은 좋은 걸로 사도 될 것 같습니다. 자외선 차단, 기분좋은 압박감, 흡한, 속건 모두 좋습니다.

유일한 단점은 얼룩과 변색인데 이건 어떤 팔토시를 사도 흰색 팔토시는 예외가 없을 것 같군요. 그래서 검은색도

하나 샀다는건 안자랑...ㅠㅠ

 

고속버스 댄스 포즈를 취한 그리메님과 부쳐핸섭 신나는 추임새 삼매경에 빠진 그리미님. 

두 분의 그리그리함에 모두들 실컷 웃으며 걷습니다. 

 

저 멀리 태백산, 정상부 시설이 보이는 함백산, 그 옆에 봉긋 솟은 중함백, 우측으로 은대봉, 금대봉 자락이 보입니다.

 

아차차 이 사진을 깜빡할뻔 했군요! 수지님이 촬영한 그리미님의 혼신의 힘을 다한 점프샷. 

하지만 지면과의 거리는 불과 10cm...;; 이 안타까운 광경에 꽃들마저 고개를 돌리고야 마는군요.

 

이건 그리미님이 찍어주신 것 같네요. 올림푸스와 소니의 색감차이가 확연하군요. 하늘이 훨씬 푸르고 상쾌하게 나왔습니다.

  

뽐만 실컷 드려놓고 정작 본인은 택도 안떼고 보관중이던 아크 레프로이를 드디어 옷장 안에서 꺼냈습니다. 바지 좋습니다.

가볍고 땀도 잘 마르고 신축성이 좋아 가파른 오르막에서도 불편함이 없어요. 힙과 허벅지 라인이 다소 펑퍼짐한 다른 아크 

바지들과 달리 슬림한 핏이라 저처럼 마른 체형에 잘 어울립니다. 밑위가 좀 짧다는 의견들도 많은데 저는 괜찮습니다. 

 

구슬붕이가 밭을 이루고 있군요. 예쁘기도 해라.

 

대덕산 정상에 와이파이 떴나요? 안테나 모양으로 퍼진 멋진 구름.

 

금대봉~대덕산 트레킹 코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길. 지퍼백에 이 숲의 청량한 기운을 고대로 담아서 서울까지 갖고 가고 싶습니다.

정말 맑고 깨끗한 숲의 공기가 일품입니다. 

 

힐라님은 올해도 이 숲길을 걷는 시간을 너무 좋아하시더군요. 누구라도 그럴 겁니다.

 

지느러미엉겅퀴. 색깔이 화려합니다.

 

꿀벌이 내려앉은 백당나무. 이제 막 피기 시작할 때입니다.

 

대덕산에서 검룡소까지 가는 이 아늑한 길이 한없이 이어졌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검룡소 입구에서 탐방증을 반납하고서 한강의 발원지라는 검룡소까지 왕복하기로 합니다.

특별히 볼 건 없는데 그래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니까요.

 

괴불나무. 꽃들이 옹기종기 앙증맞게 피었습니다.

 

검룡소입니다. 여기서 한강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한 번 마셔보고 싶은 충동이 이네요.

 

일본잎갈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선 길을 따라 이제 버스가 기다리는 검룡소 주차장으로 돌아갑니다. 

 

검룡소 주차장 가는 길에 발견한 초롱꽃. 큼지막하네요.

 

할미밀망도 활짝 피었습니다. 

 

자글자글한 꽃들이 귀여운 국수나무. 곧 와장창 피어나서 숲길을 가로등처럼 밝혀주겠죠.

 

단렌즈의 한계. 예쁘게 담아야 되는데 발줌으론 극복할 수 없는 지점이 있네요. 어쩔 수 없는 아쉬움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도 

수지님 손에 들린 몬스터가 제 영혼의 건빵주머니까지 탈탈 털어간 날입니다. 진심 존경합니다 ㅠㅠ

 

이날 주말인데도 검룡소 주차장이 한산했습니다. 아마 다음주 연휴를 앞두고 다들 숨고르기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큰 정체 없이 서울까지 수월하게 올 수 있었네요.

 

미소가 밝은 그리미님. 바로 전날 소백산 죽고종주를 뛰고 다시 대덕산으로 달려온 강건한 체력에 그저 존경한다는 말씀밖에는 ㅠㅠ

 

스마트울 인스타그램에 출품해볼 셈으로 네 남자의 뜨거운 스마트울 사랑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보려고 했지만

마지막 꼬부랑발이 모든 것을 망쳐버렸...ㅠㅠ 우린 안될거에요 아마 ... ㅠㅠ

 

운좋게 정체를 피해서 서울 도착하니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네요. 허기도 채울 겸 따로국밥 한그릇씩 하고 헤어졌습니다.

강남따로국밥은 여전하네요. 이건 정말 맨정신에 먹으면 그냥 그렇고 술 와장창 마시고 새벽 3시쯤 딱 한잔만 더할 요량으로

들러서 먹어야 제맛인듯. 그런 음식들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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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태백까지 길을 나서주신 그리미님, 그리메님, 힐라님, 수지장이님 모두 수고많으셨습니다. 작년과는 또다른 모습의 대덕산이

보여준 시원한 풍경에 묵은 체기가 가신 기분입니다. 좋은 기운 한껏 누리고 왔네요. 새로운 한주 활기차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