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의 밤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더군요..
고작 9시에 강제소등이라니..ㅡㅡ;;
혼자 뽀시락뽀시락 거리다가 한 두세시간쯤 잤을까요..
쏴~~하고 소나기 퍼붓는 소리에 눈이 번쩍..
일출은 다 봤구나..에휴..
이대로 아침까지 자버릴까? 뒤척거리다 갑자기 갑갑증이나서 밖으로 나가보니 어? 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이 총총이네요..
일출 오전5시 36분 예정..
전날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채 더 무겁게 느껴지는 배낭을 짊어지고 천왕봉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제석평전에 이르렀을때..
아..별들과 초승달이 어찌 저리 예쁠까요..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제 마음 속의 베스트 컷!!
서둘러 천왕봉에 도착하니 자리잡기 전쟁이네요.
지금이 1월1일인가? 잠시 착각도..
정각 5시 36분..
빨간 해가 빼꼼 얼굴을 내밉니다.
어제의 고생을 다 보상 받은 기분..
이후 어떤 위기가 닥쳐올지 저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는..ㅋ
일출도 봤겠다 속히 하산준비를..
법계사 2키로..이정표 보고 잠시 망설였으나 처음 계획한대로 11.7키로 대원사를 향해 gogo!!
그렇게 다시 몇개의 봉을 지나고 첫번째 목적지인 치밭목까지만 가면 식수와 모자란 잠을 보충할 수 있을거란 생각은 저만의 착각이었습니다.
공사중인 그 곳은 굉장히 시끄러웠고 물은 품절에다 몸누일 공간하나 없더라는..ㅜㅜ
일단 물은 샘터에서 보충하고 잠은 암때나 퍼질러 손수건으로 얼굴만 가린채 양팔을 허우적-벌레쫓기- 거리며 한시간 가량 취침 후 다시 출발..
유평 3키로 쯤 남겨 놓았을 때 갑자기 우르르쾅!!
뒤돌아보니 천왕봉이 새카만 구름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아까 인사한 꼬맹이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걱정과 함께 설마설마 했는데 이내 그 비구름이 나에게로..
비 맞는건 상관없었지만 천둥번개가 무서워 정신없이 뛰었습니다..냅다 3키로를 쉬지 않고..
꽁지 빠지게 뛰다 보니 어느새 유평에 도착..
한참 기다려도 일행은 오지 않고 전화도 두절..
다행히 비는 그치고 내친김에 슈퍼에서 사이다 한캔 원샷 때리고 대원사 가서 차 찾아 다시 일행 모시러 유평으로..ㅋ
가보신 분은 다 아실거라 생각하고 천왕봉-대원사 치떨리는 하산길에 대한 언급은 생략!!
하루 새 물이 불어 있는 대원사 계곡은 그야말로 최고더군요..
사람들이 흔히 말하길 산은 절대 바라만 보는 것이다..내려 올 걸 왜 올라가냐 라고 하지만..그 질문을 누군가 제게 한다면 저는 자신있게 말할거예요..
잘 내려오기 위해, 혹은 다시 돌아오기 위해 오르는 거라고..
그렇게 힘들고 죽을 것 같은 기억들도 잠시, 하산 하는 순간 현실이 그렇게 낙원일 수가 없더라는..ㅋㅋ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서가 끝나는 순간 다시 지긋지긋한 일상으로의 복귀가 되겠지만, 제겐 그 반대로 고생스런 산행을 끝낸 후 돌아온 일상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더라는..히~
다들 이 맛에 산에 가는 거죠~~~??
휴가 잘들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쯤 슬슬 복귀하는 분들 힘내시구요.
저의 진짜 휴가는 8월 말경으로 미뤄 놓았답니다.
음하하하하~~~
뜬금없이..
2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