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는 거 자체를 이해 못한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몇년전부터 친구들하고 가끔 다녔지만 사실 산은 부차적인 것이고

가방 가득 먹을것 잔뜩 싸가서 먹으면서 밀린 얘기들 하고

내려와서 또 먹고 마시고 하는 맛에 다녔습니다.

처음부터 무거운 가방을 메고 부실한 체력으로 안전장비도 부족한채

연례 행사로 산에 가는 거니까 꼴에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산에 갔다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다니다 보니 어느새 재미를 느끼게 되었는데요.

(등포에 들러서 옷이랑 신발 등 정보 얻어서 사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문제는 친구들 하고 일정을 맞추다 보니 분기에 한번 갈까 말까..

얼마전 산행기도 올리긴 했는데

덕유산 다녀와서 너무 힘이 들어 꾸준히 다니면서 체력을 길러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달만이지만 함께 갈 사람을 찾아봤지만 스케줄이 아무도 안맞네요.

그렇다고 집에서 하루종일 딩굴거리기는 싫어서 그럼 혼자 가보자!!하고 결심했습니다.

제가 어렸을때 이해 하지 못했던게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과 혼자 산에 가는 사람..

이제는 저도 혼자 술을 마실수 있게 되었고

일요일에 비로소 혼자 산에 가게 되었습니다. 

혼자 산행으로 주말 하루를 다 쓰기는 아까울거 같아서

(사실은 주말이라도 가사를 좀 도와야 산에 가는것을 아내가 계속 호의적으로 생각할거 같아서-_-;;) 

일요일이지만 조금 서둘러 일어납니다.

18리터 가방에 보온병 넣고, 스틱꽂고

헤드랜턴, 장갑, 믹스커피 1개, 무릎보호대, 물 500ml 넣고

출발해서 집앞에서 김밥 2줄, 컵라면 하나 초코바 하나 사서 넣었습니다.

평소 z40에 있는거 없는 거 다 챙겨 가다가

이렇게만 넣으니까 아주 가볍습니다!!

코스는 서울대 입구 주차장에서 시작해서

돌산국기봉-칼바위-삼성산-관악산-서울대 원점 회귀로 잡았습니다.

이른 아침 조용한 산길을 부담없이 걸으니 너무 좋습니다.

돌산, 칼바위 능선 바위 길도 재미있고요.(칼바위는 처음이라 가다 무서위서 우회함)

살짝 힘들만 하면 완만한 산책길이 나오고..

빗방울도 한두방울 떨어졌지만 시원하니 기분 좋았습니다.

삼성산 올라가는데 뜬금없이 포장길이 나오네요.

길을 잘못들었나 하고 불안해 했는데 다행히 삼성산 가는길이 맞았습니다.

저는 사실 안양예술공원쪽에서 시작해서 나오는 삼성산 국기봉.. 거기가 삼성산 정상인줄 알았거든요.

관악산 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진행합니다.

내려오는 중간쯤에.. 왼쪽 무릎이 욱신거립니다.

겁이나서 챙겨온 무릎보호대를 하고 스틱을 꺼내들고 잠시 서서 쉬는데 

마침 어르신이 지나가셔서 연주대 가는 길을 여쭸습니다.(사실 길을 잘 몰랐거든요)

가운데 안테나로 올라가는 곳이 학봉능선, 오른쪽이 팔봉능선이라고 말씀하시네요.

팔봉능선은 들어본 적이 있어 저기 한번 가봐야겠다 하고 생각합니다.

그 유명한 팔봉능선을 타보는구나 하고 내려오는데

왼쪽 무릎 통증이 심해지네요.

한달전 덕유산 갔을때도 많이 아팠었는데 한달이 지나도 계속되니 너무 불안했습니다.

무너미 고개에서 살짝 고민합니다.

여기서 서울대쪽으로 내려갈까? 아니면 연주대로 진행할까?

삼성산에서 내려와보니 또 좀 괜찮은거 같아서 그럼 학바위능선 쪽으로 올라가기로 마음 먹습니다.

최대한 무리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경치 보면서 올라가서

넓은 바위가 있길래 늦은 아침으로 라면을 먹었습니다.

제가 다녀온 삼성산과 능선을 보면서 느긋하게 라면을 먹고 김밥도 한줄 먹고

집에 카톡으로 생존 신고도 하고요.

그리고 다시 출발하려고 일어나 발걸음을 내딛는데 무릎 통증이 엄청납니다ㅠ

저 지점에서 바로 하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리하면 큰일날거 같은..

내려올때 왼발을 축으로 오른발로 내려오면 왼쪽 무릎이 깨질듯 아프네요ㅠㅠ

하산길은 (물론 첨오는 길이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어서

발을 질질끌면서 내려왔습니다.

그러다가 마주 올라오시는 분이 있으면 괜히 창피해서 아프지만 제대로 걷고ㅋㅋ

무릎아파서 하산중이라니까 어머니는 젊은놈이 무릎이 아파서 산에를 못가냐고 뭐라고 하시고

저도 혼자 처음하는 산행인데다 나름 컨디션도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계획했던 약13km정도 코스도 완주 못하고 다리가 아파 포기하니까 시무룩해지네요.

집에와서 씻고 등산포럼 들어와서 무릎에 대해 폭풍검색을 합니다.

그리고 공지에 핏짜님께서 초보에게 하신 조언을 다시 한번 읽어봤습니다.

제가 공지글은 다 읽어봤기 때문에 핏짜님 그 글을 처음 읽는것은 아닌데

실제로 그 일을 겪고 난 다음에 다시 읽어보니 더욱 와닿습니다.

1차적으로 무너미고개에서 하산을 결정했어야 하는 거였습니다.

앞으로는 핏짜님 말씀처럼 혼자 연습하며 무리하지 않고

많이 중탈해보면서 거리를 조금씩 늘려봐야겠습니다.

근데 무릎이 지금은 아프진 않은데.. 아직도 뭔가 100%가 아닌느낌이라 걱정이 되네요.

병원에 가서 진료받는것이 우선일까요?

아니면 휴식과 스트레칭법 등을 찾아보면서 좀 해봐야 할까요?

선배님들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기승전 질문글이네요.

모두 안전한 산행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