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인 일요일 23시 30분에 화장실을 들를 때만해도 안개가 자욱했는데, 작년 정확히 이맘 때 처음 지리산을 등산했을 당시에도 날씨가 이러했습니다. 당시에, 다음날 아침이 되니 하늘이 갰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정상에서 2시간도 넘게 놀다가 내려왔었습니다. 그러한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 등산 때도 아주 크게 실망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니 밤하늘에 별이 총총 거리더군요. 예상일출시각이 06시 40분이라고 적혀있길래 5시 10분쯤 출발했는데, 가면서 일출 어플을 보니 일출 시각이 06시 56분이더군요...ㅎㅎ 너무 일찍 도착하는 것 아닐까 생각하며 올라갔는데 6시 직전에 도착했습니다. 자정에 천왕봉에 오른 분이 없었다면 11월 7일에 가장 먼저 천왕봉에 오른 사람이 된 듯 싶네요 본의아니게...-_-

모든 사진은 용량 압박으로 인해 픽셀을 약간 낮춰서 올렸는지라 약간 화질이 저하되어 있습니다. 특히, 가장 마지막 사진은 천왕봉 표지석 옆의 인물을 포토샵으로 대충(!) 지운 것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냥 하늘과 구름이 이랬구나하는 시선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명... 이 때만 해도 운해가 있는 것인지 확실치는 않았습니다. 하얀 것은 화면의 먼지가 아니라 별일 겁니다..^^  

10분 경과...오 운해가 있는 듯 한데..? 

그로부터 또 10분 경과. 와 운해다~~ 

 일출 시작. 

태양이 얼굴을 거의 다 내민 모습. 

포즈도 함 취해보고요..

 이게 앞서 언급한 포샵으로 사람을 지워낸 사진. 그냥 하늘 느낌, 구름 느낌이 이랬구나 하는 시선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산 아래에 아직 남아 있는 단풍 사진.

8시 반쯤 되니 제가 구름 속으로 들어간 건지 아니면 구름이 몰려온 건지, 다시 시야가 좀 뿌옇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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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설악산 설경을 한 번 보고 싶어서 소청대피소에 예약을 해 놨었고, 버스표도 미리 예매해 놨는데 11월 5일 토요일 16시 쯤에 대설예비특보로 입산이 통제된다고 문자가 와서 부득이 작년에 갔던 코스와 동일하게 지리산을 가기로 한 것인데, 계획대로 안 되었다고 꼭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산행이었습니다. 심지어 7시에 출발하는 지리산 백무동행 버스를 타려고 6시 53분쯤 버스에 앉았는데, 이 때 대설예비특보가 해제되었다고 문자가 와서 이 버스에서 내려서 다시 설악산으로 가는 7시 30분 출발 버스를 탈까 하고 고민을 순간 해야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젠과 스패츠를 놔두고 왔다는 것을 이내 깨닫고는 그대로 지리산행 버스에 몸을 맡겼는데 이런 뜻하지 않는 수확을 건졌네요.

스패츠와 방한 장갑을 설악산 겨울 산행을 위해 샀는데 써보지도 못했네요 아직 ㅎㅎ

천왕봉 표지석과 일출을 같이 담으면 더 이뻤겠지만 여러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는 터라 함께 담지 못했네요. 저 혼자만 찍는 사진도 아닌데 굳이 비켜달라고 하면서까지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었기에 그냥 저렇게 찍었네요 ㅎㅎ 그러고보니 저 일출 사진만 놓고 봤을 때에는 천왕봉임을 누가 증명해 주지...^^;;

그 곳에서 만난 두 커플에게 사진을 몇 장 촬영해드렸는데, 부족한 결과물일텐데도 너무 고마워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했습니다. 어제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진 정리하고 사진을 보내드렸는데, 한 팀의 사진은 이메일 주소를 잘못 적어서 지금 다시 보내려고 하는 중이고요..

지리산 천왕봉에 작년 이맘 때 처음 올라가본 이래, 1년 동안 세 번 올라가서 (한 번은 종주) 두 번 일출을 본 거면 날씨 운이 제가 좋은 걸까요? 말로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들 하던데 제가 아직 산을 많이 다녀보지는 못해서 잘 모르겠네요...아, 작년에는 운해는 없었고 일출만...

여러가지로 기분 좋은 지리산 산행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