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2년 전, 가족들과 함께 제주여행을 떠났더랬습니다. 겨울바다도 보고 맛난 것도 먹고 누운 김에 발뻗고 잔다고 저는 한라산도 

살짝 올라볼 요량으로.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습니다. 중심을 잡고 서있기 힘들 만큼. 그래도 제주에 왔다는 기쁨에 추운 줄도 모르고 

여기저기 잘 돌아다녔죠. 그 때 한라산 다녀온 건 후기로 남긴 적이 있지만, 본격적인 한라산 겨울시즌을 맞아 가족여행의 아련한 추억도 

주전부림 삼아 올려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진 찍을 때 눈 찡그리는 버릇은 지 엄마를 쏙 빼닮아서는 ㅠㅠ

만장굴도 갔었나 봅니다. 근데 왜 기억에 없지;; 오메가 3를 장복해도 소용이 없근영...이때만 해도 빵빵하던 뉴트리노 엔듀런스의

벌크감이 3년째 들어서니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서 살짝 걱정이군요. 이참에 신박한 패딩 하나 더 영입하는 건 어떨까요? 어떻긴, 맞아죽겠지

숙소를 대명리조트로 잡아놨기 때문에 가족들 낮잠 자는 틈을 타 저는 서우봉 트레킹 좀 하다 왔습니다. 

"메께라 삼춘 왓수광"은 "옴마야 삼촌 오셨소?" 정도로 해석하면 대강 맞을 듯. 이건 등포 제주특파원 바그자님이 잘 아실텐데.

서우봉 둘레길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목책을 따라 산책하듯 유유히 걷다 보면 원점회귀로 끝나죠. 날이 궂어서 그렇지 맑은 날엔

걷기 좋은 길이었습니다.

무슨 파도가 이리 사납게 치는지. 발이라도 담궜다간 그대로 파도에 휩쓸려 현해탄 건널 기세.

특이하게도 서우봉에 제주조랑말을 방목하고 있더군요. 가까이 가서 만져보려고 했더니 잽싸게 뒤로 물러서버립니다.

참 한가진 겨울풍경이네요. 달콤한 낮잠을 포기한 대신 서우봉에서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내려왔습니다.

다음날 저는 새벽같이 일어나 한라산으로 향했습니다. 가족들이 성판악까지 픽업해줘서 편히 오갈 수 있었네요.

이날이 12월 18일이었는데 눈이 오방지게 왔던 날이었습니다. 속밭대피소 지나서부터 백록담까지 계속 러셀을 하면서 올라야 했죠.

진달래대피소까지 구름에 갇혀 있던 하늘이 정오를 지나면서 맑게 개인 덕분에 좋은 구경 실컷 했습니다.

성널오름, 사라오름. 얼마전 다녀온 가을 풍경과는 사뭇 다르죠. 겨울 한라산에서 이런 날씨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운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듯이, 박복한 인생의 살아있는 화석답게 백록담을 고작 200미터 남짓 앞두고 강풍으로 인한 긴급통제에 걸려

전원 중도하산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이 날씨에, 이 절경에! 아쉬워도 어쩝니까. 내려가라면 내려가야죠;;

제주는 한라산도 멋지지만 먹거리, 특히 해산물이 아주 좋죠. 대명리조트 근처 식당에서 먹은 고등어구이.

기름이 잘잘 흐르는 껍질이 바삭바삭 얼마나 고소하던지요. 뼈랑 대가리만 남기고 게눈 감추듯 발라버렸습니다.

같이 주문했던 회덮밥. 고명으로 올라간 회의 크기와 선도가 육지의 그것과는 사이즈가 다릅니다. 더 크고 쫄깃합니다.

저는 회국수를 시켰는데요. 소면이 아니라 중면을 삶아 새빨간 양념장을 올려 내오는데 이 장맛이 정말 끝내줍니다.

이 식당 이름이 지금은 기억이 안나는데 대명리조트 근처니까 아마 다시 찾아가라면 찾아갈 수 있을 듯.

고작 밥 위에 올라간 회 몇 점만 먹고 오기엔 아쉽죠. 모슬포항에서 맛본 고등어회입니다. 빨간 비키니 빤쓰 모양의 뱃살이 군침을 돌게 합니다.

등푸른 생선은 비리다고 생각해서 안 드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모슬포항 고등어회는 전혀 비리지 않습니다. 흰살은 담백하고 지방은 고소함 그 자체.

이집은 특이하게 고등어회를 별도로 내주는 양파무침과 날김, 그리고 고들밥을 곁들여 먹습니다. 큼지막하게 잘라낸 김 위에 먼저 밥을 

반숟가락 정도 올리고 양파 두어 개, 그리고 맨 위에 고등어를 한 점 올려서 싸먹으면 아아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죠. 다 먹고 나면

고등어탕을 말갛게 끓여 내주는데요. 사골국처럼 진한 육수 역시 전혀 비린내 없이 아주 입에 짝짝 붙습니다. 이 고등어회 맛을 못잊어서

올겨울에도 가족들과 함께 모슬포항을 가야 되나 고민할 정도랍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장관은 종종 그때 먹었던 고등어회가 떠오른다며

입맛을 다시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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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단 12월, 1월, 2월 세 차례 제주행 비행기를 예매해놨습니다. 얼리버드로 예매한거라 1인 기준 왕복 3~4만원 정도 드는 비용이어서 

크게 부담스럽진 않아요. 세 번 중 한 번은 날씨가 좋기만 바랄 뿐. 백억을 통장에 꽂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정도는 하늘도 들어주시겠죠. 

대신 날씨가 너무 나빠서 부득불 취소하게 되면 전액 환급불가 ㅠㅠ high risk, high return 이죠 뭐.

여러 번 제주 가본 경험상, 한라산을 목적으로 가실 적에는 되도록 평일 이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말은 김포, 제주 할 것없이 공항에

던전 열립니다. 특히 일요일 저녁 제주공항은 헬 오브 헬. 내가 이러려고 제주에 왔나 자괴감이 찾아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주말밖에

시간이 안 되신다면 되도록 빨리 일정 마무리하고 조금이라도 이른 시간에 비행기 타고 돌아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간혹 날씨사정으로

출발이 지연되는데 막비행기가 줄줄이 딜레이 걸리면 등에 식은땀 나기 시작합니다.

다른 준비물이야 알아서들 잘 챙기실테니 걱정 없고, 여력이 되시면 스키고글 하나 보험 삼아 갖고 가세요. 저는 이날 한라산 갔을 때 

눈을 못뜰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어 고생 좀 했습니다. 바라클라바는 쓰든 안쓰든 꼭 갖고 가시고요. 없으면 두꺼운 버프라도 꼭.

올겨울 한라산 가시는 모든 분들께 하늘의 보살핌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