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비브람 창 하면 단단하고 딱딱하며, 빗길이나 바위에서 잘 미끌어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허나 '비브람' 이라는 단어는 신발창을 만드는 회사의 이름일 뿐,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은 사실과는 조금 다릅니다.

비브람社에서 나오는 창의 종류만 수십, 수백가지이고 등산화제조사와 공동개발한 창이나, 따로 주문제작하는 창 등 용도와 특징에 따라 종류가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비브람창이 미끄럽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건 아마도 국내에서 인기있는, 소위 등산화계의 명품이라 불리우는 중등산화 제품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주 예전에는 접지력이나 다양한 날씨나 환경에서의 적응력보다는 최대한 마모가 덜 되는, 한마디로 오래오래 신을 수 있는 제품들을 더 선호했지만 이제는 보다 더 다양한 용도와 특정요구를 수용하는 형태로 변했죠.

이처럼 초기에 내구성에 중점을 둔 창을 사용해보신 분들의 입소문에 영향을 받은 것도 일부 있습니다.

사실 통가죽에 멋드러진 디자인, 해외명품 브랜드들의 인기있는 중등산화 제품들은 국내 산에서의 용도로는 부적합(정확히는 너무 과한)한 경우도 많습니다.

뻥 뚫린 수목한계선 위의 개활지나 자갈길, 장박하며 우거진 숲에서의 사냥, 대형배낭을 매고 하염없이 몇날몇일 걷는 트래킹 등등..

위에서 언급한 중등산화의 비브람창들은 대부분 접지력보다는 내구성이나 내마모성에 중점을 많이 두다보니 '이 비싸고 좋은 비브람창 등산화가 물먹은 바위에선 왜이리 미끄러워!'하는 분들도 많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일단 이런 오해는 잠시 접어두시고...아래로 비브람社에서 나오는 창들 중 몇가지 종류입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여러 트래킹용 중등산화들. 자체창도 있고 비브람창도 있죠.



각 카테고리별로 많은 종류의 창을 개발/생산하는 비브람社.



등산포럼내에서도 잘 알려진 포우라창



한바그 알라스카가 대표적인 포우라창 적용모델



내구성과 내마모성에 중점을 둔 클래식모델인 비피다창



잠발란 몬타나 등에서 적용. 돌같은 내구성.



마운티니어링 계열로 빙벽이나 믹스 등에서 많이 쓰이는 테톤창



헐값에 들인 블랙야크 야크웰트도 테톤창.



바스큐사에 많이 적용된 XS Trek창



키아누 아재가 신어서 유명해진 바스큐 엘리아스에 적용


이외에도 많습니다.


빙판길용 창



암벽등반용 창.



인공암장용 창.

등등...

일상생활용에서부터 산악용, 바이크용, 세일링용 등 그 용도에 따라 많은 창들이 있으므로 혹시나 "비브람창은 무조건 미끄럽다"라는 편견을 가지신 분들에겐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등산화창=비브람창은 절대 아니며 각 제조사별로 우수한 창들도 많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론 스텔스창이나 진리의? 릿지엣지창 등등...

모든 환경(맑은날, 눈오는날, 비오는날, 진흙길, 눈길, 빗길, 얼음위 등)에서 우수한 내구성과 내마모성, 접지력까지 완벽히 가지는 창은...적어도 현재까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마모성과 접지력은 나침반의 N과 S와도 같으니...

다만 어느정도 타협점을 찾아 각 용도에 맞는 창을 선택해서 사용하면 되니 비브람창=미끄럼틀이라는 공식은 앞으로 잊어주세요. ㅎㅎ



요 아래로는 제가 현재 사용중인 비브람창 적용 신발들입니다. 구매순...


머렐 퀘스트 GTX 올해 폐기예정.



잠발란 몬타나 GT



몇달 전 창갈이한 마인들 히말라야 MFS. 사진복 없는...다음번엔 좀 찍어줘야할듯...



바스큐 에릭슨 GTX



방수시험중인 에릭슨...



블랙야크 야크웰트





잠발란 크로서미드



몇년전 폐기한 라스포르티바 신발님.

관리를 아무리 잘해줘도 세월을 거스를순 없나봅니다.

사실 보유년수보다는 사용스타일이나 횟수가 제일 중요하지만 얼마만큼 애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손질해주느냐에 따라 그 수명을 좀 더 연장할 수 있으므로 가지고 계신 신발들 많이 이뻐해주세요.

그렇다고 아껴 신으시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비싼 방수신발 신고 물웅덩이 피한다고 요리조리 다니다가 자빠지는 건 참으로 어리석은 일!



그리고 왁스칠에 대해 변색, 질감변화 등의 여러 이유로 거부감 가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지속적으로 발라주면 좋습니다.

짧은 산행이거나 길이 좋으면 무관하지만 긴 여행길이나 여름 장마, 겨울폭설 등의 환경에서는 왁스칠 잘 해놔도 가다보면 방수처리된 가죽이라도 아주 그냥 푹 젖습니다.

일단 왁스칠로 가죽침수 시간벌기도 중요하고 내부 라이닝 또한 중요합니다.

외부 가죽표면이 젖어도 내부의 방수라이닝 소재로 물이나 습기가 들어오는 걸 한번 더 막아주니까요.

그리고 방수라이닝으로 여러 소재들이 쓰이고 있는데 이왕이면 검증된 소재를 택하시는게 좋습니다.

특히 겨울에 신발안에 습기 찬 상태에서 움직임이 없는 상태로 몇분간만 서 있어도 발가락 아작납니다.

움직일때는 심장에서 열심히 펌프질해서 발가락 말단까지 따뜻한 피를 보내서 그나마 낫지만...



눈 녹여 식수조달해야하는 날이 이제 다가왔네요. 야영장에서도 툭하면 동파...

그리고...

새신발은 언제나 흥미롭고 새로운 곳으로 데려가 주니, 등산용 신발 없으신 분들은 이번참에 한켤레 장만하시면 아마도 그놈이 아주아주 멋진 곳으로 주인님을 데려다 줄 겁니다.

두서없이 쓴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고 요즘 년말모임 많은데 술 조금만 드시고 음주운전 하지마시고 멋진 12월, 한해마무리 잘 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