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종무식 후 동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대관령 횡계에 내려 오목골 방면으로
고루포기산을 올랐습니다.

금번 산행의 목적은 백컨트리 파우더스노우에서
보드를 타는 것이라, 5.5kg에 달하는 스노우보드를
박배낭 뒤에 매달고 신발도 스노우보드 부츠를
신은채 올라갔지요.

예상거리는 약 2.5km였는데,
들머리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 돌아가는
루트를 타는 바람에 한 3.5km정도 산행한 것
같습니다.

입산 시간이 오후 4시경이기도 했고
짐도 무겁고 설산에 러셀도 잘 안 되어 있어서
거의 세시간쯤 걸리더군요 ㅠㅠ

박지에 도착할때까지 사람은 한 분도 못 뵈었습니다.
근데 올라가는 내내 앞에 멧돼지 발자국이......

하 진짜진짜 무섭더라구요.
길 따라 올라가다가 숲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튀어나와서 길을 가로질러서 반대쪽으로
사라졌다가 또 튀어나와서 길 따라 올라가는
멧돼지 발자국들....

멧돼지 존재를 모르는게 약이었을텐데
설산이라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어서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ㅠㅠ
이래서 혼자 오지 산행은 위험하구나 싶었...
게다가 늦게 입산하다보니 중간쯤부터
야등이 되는 바람에 더욱더...ㅠ

우여곡절 끝에 고루포기산 정상에 도착해서
행동식 쪼꼬바 하나 먹고 힘내서
금새 박지인 안반데기 배추밭에 도착했습니다.

저 멀리 켜진 가로등 불빛이 어찌나 반갑던지 +_+

기쁜 마음에 짊어지고 왔던 스노보드 장착하고
어둠속을 헤드램프에 의존해서 타고 내려가다가
밭고랑 튀어나온 곳에 걸려 자빠지는 바람에
박배낭 허리벨트 버클이 뿌러져버렸습니다.. ㅋㅋㅋ

하... 배추밭 중 대충 적당히 덜 기울어진 곳에 눈 파서
살짝 평평하게 만들고 텐트친 후
라면하나 끓여먹는데 '이제 살은건가' 싶더라구요.

간밤에 멧돼지가 텐트 옆에 킁킁대는듯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악몽 꾼거였습니다 ㅋㅋ

일출 보고 등산보딩 몇번 하고서
이제 허리벨트 버클 뽀각난 배낭매고 어케 내려가나..
하고 있는데 웬 부부께서 4륜 모하비를 몰고
뚜둔 나타나셔서 용평리조트까지 태워주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천운이었던듯...
그런 오지 끝자락까지 그 타이밍에 차몰고
나타나주시다니 +ㅁ+

진짜 귀인을 만났습니다 ㅋㅋ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하산해서
용평리조트 찜질방에서 푹 찌지고 셔틀타고
잘 도착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