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너무 가고 싶은데 제주도는 당일로 가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해 방법이 없다 싶었어요.

등포 덕분에 당일치기가 된다는 것을 알았고

겨울이라 오토바이 시즌오프인 남편의 참여 덕에

무사히 당일치기로 영실-어리목 잘 다녀왔습니다.

7시 출발하는 비행기 타러 온 김해공항입니다.

자주색 배낭은 얼마 전에 구입해서 오늘 처음 개시한 오스프리 카이트

빨간색 배낭은 등알못 시절 오로지 색깔 때문에 구입한 노스페이스 배낭, 이제는 남편이 씁니다.

(오토바이만 좋아하는 남편은 등산용품에 별 관심 없거든요. 이 배낭 너무 좋다고 하네요 ^^ )

8시 제주공항 도착, 여러 후기에서 본 대로 공항 내리자마자 나가서 100번이 도착하길래 잡아타고, 터미널에 내린 시각이 8시 30분.

택시를 타볼까 했으나 2만 5천원 ~ 3만원을 부르길래 그냥 30분 기다려서 9시에 출발하는 740번 버스 타기로 합니다.

영실까지 가는 동안 야행성인데 새벽에 일어난다고 고생한 남편님 꾸벅꾸벅 조네요. 안쓰럽습니다.

영실 도착해서 입구까지 가는 택시를 타려고 줄을 섰어요.

저희 부부 두 명과 따로 오신 두 분이 합쳐서 4명을 만들었는데 보통은 대당 만원인데 지금은 비수기라 7천원이래요. 4명이서 어떻게 나누어야 하나 하는데 그 두 분이 2천원씩을 내주셨어요. 엥~ 그러면 우리는 천원으로 둘이 타고 온 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그때 두 분 천원 보태주셔서 ^^

역시 제주공항 내렸을 때 날씨가 따뜻하더니만 눈이 없네요 ㅠ

그래도 제주도 한라산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좋기만 합니다.

열심히 올라가는데 땀이 나네요. 덥습니다. 워머도 벗어던지고 지퍼도 내려가면서 꾸역꾸역 올라갑니다.

구름이 꽉 끼어서 전망도 안 좋으니 풍경 사진은 집어치우고 둘이서 셀카 인증샷만 열심히 찍어대면서 말이지요

드디어 바람이 조금 불고 눈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근데 머 그래요. 제가 느끼기에 우와~ 할 정도의 감흥은 아니더라고요. 진짜 눈이 없는 편이지요.

드디어 윗세오름대피소 도착.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아서 밖에서 라면 먹는데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좋았어요.

새벽 4시에 써모스 보온병에 물 담는데 남편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보더군요. (그때까지 과연 뜨거울까 하는)

라면 먹고 핫초코 타 마셨습니다. 앗 뜨거 정도는 아니지만 아주 따뜻했습니다. 남편이 써모스 엄지척 해주었네요 ^^

이제 어리목으로 하산합니다.

하늘이 좀 열려서 훨씬 보기 좋습니다.

근데 참 신기했어요.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 - 완전 봄이죠.

저 멀리 보이는 백록담 남벽, 기다려라. 다음에 꼭 와주마~

거의 다 내려왔습니다. 다시 봄이네요.

벤치에 앉아 아이젠을 벗는데 옆에서 같이 얘기나누시던 어머님들이 먼저 떠나고 난 자리에 스틱이 남아있습니다.

남편이 먼저 발견하고 어쩔까 하길래

가지고 내려가자. 길이 하나니까 밑에 가면 만나겠지. 나도 이런 경험이 있다. 물통을 떨어뜨리고 왔는데 뒤에 따라오시던 분이 주워서 받은 적이 있다고. (등포님이셨지요 ^^)

사진 속에 스틱이네요.

하산 완료.

역시 그 분들 중 한 분이 스틱을 찾으러 올라오고 있으시더군요.

우리가 스틱을 드리니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

어리목 입구 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오니 4시 반.

막차가 4시 55분, 더 지체했으면 큰일날 뻔했네요. (막차 시간까지 챙기지 못했던 게 이번의 실수였지만 그 전까지 내려왔으니 다행~)

터미널 와서 근처 식당에서 따뜻한 해물 뚝배기 한 그릇으로 고된 심신을 달래고

다시 버스 타고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여 비행기 타고 김해공항에 도착, 그리고 대구 집에 오니 11시가 좀 안된 시각이었어요.  

사실 한라산 가는데 제일 걱정이 되었던 것은 우리집 두 딸내미들이에요.

큰애는 중딩이지만 작은애는 초딩이라 남편이랑 제가 둘다 집을 비우기가 항상 그랬거든요.

근데 이번엔 큰애가 동생을 챙기겠다며 걱정말고 다녀오라고 하더라고요.

엄마 없으면 일어나지도 못할 거라 생각했던 큰애가 7시에 일어나서 베이컨 구워서 동생 밥 챙겨 먹이고 학원도 보내고 둘이 너무 잘 있었더군요.

역시 애들은 엄마의 잔소리가 없으면 더 잘하나봐요 ^^

정말 지금 생각해도 하루 만에 정말 제주도 다녀온 것인가 얼떨떨해요.

조망도 없었고 눈꽃도 기대한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라산에 첫발을 디뎠다는 게 어딘가요.

산이 어디 가나요, 그 자리에 항상 있는 걸.

우리 애들도 다 컸고 엄마 없어도 잘하니 다음에 또 다시 도전해 보렵니다.

사족 : 내려오면서 남편에게 너무 좋다고 우리 이렇게 같이 등산다니자, 날씨 풀리면 대피소에 가서 박산행도 해보자. 남편이 씨익 웃기만 하대요. 자기는 날 풀리면 오토바이 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건데 제가 김치국 마시는 거지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