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 산우 세 명과 더불어 소백산에 올랐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에 눈이 호강하고 바람에 개고생을 했기에 기록이나마 남기자 깊어 산행기를 끄적여 봅니다.

당일치기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라 1박을 합니다. 단양에서 잘까 풍기에서 잘까 고민을 하다가 단양 관광호텔이 가성비 좋은 듯 해 1박 합니다. 저녁은 구경시장에서....머릿고기랑 순대는 싸고 괜챦은데 마늘통닭은...음..매스컴의 폐해의 한 전형이라고 해두죠.

새벽 5시 30분 기상. 컵라면으로 아침먹고 대충 �육� 짐 챙겨 나와보니...온통 하얗습니다. 밤 새 눈이 내렸습니다. 새 해부터 운이 좋네요. 원래는 어의곡에서 올라 천동으로 내려올 계획이었으나 이른 시간이라 제설이 채 되지 않아 거리가 더 가까운 천동으로 갑니다. 4륜 구동이라는 이유로 제 차를 가져갔으나...남쪽(저와 산우들의 거주 지역은 창원-김해입니다.)이 거주지인 관계로 타이어가 4계절입니다. 4륜 구동 아니라 4륜 구동 할애비가 와도 4바퀴가 모두 접지력을 잃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스노우타이어+체인 조합이 필요한데..그런 건 없습니다^^ 그래소 중간중간 슬립나는 걸 VDC가 잡고 빠릿빠릿하게 구동력 배분하면서 슬슬 가지네요. 

천동에 가서 차를 새우고 아이젠차고 스패츠 차고 하니...먼동이 터옵니다. 그런데 일행 중 하나가 호텔방에 시계를 두고 왔답니다. 결국 호텔 다시 왕복하니 완연한 아침.. 8시 40분경부터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원래 계획인 7시 산행 시작, 점심전 하산은 이제 안드로메다로....

금년 여름에 천동으로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길은 평탄하나 지루하였고 날벌레떼들은 " 옷깃속의 이, 옷깃속의 가시"처럼 얼굴 주변을 날아 다녔습니다. 정말로 힘들게 올랐습니다. 

그런데 겨울 천동은...완연히 다르더군요. 길이 평탄한 덕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더군요. 얼어붙인 계곡과 길 옆의 큰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말로 표현이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벌레떼는 당연히 없었구요...다만 해발 고도가 대략 800m를 넘어가기 시작하니 날씨가 너무 추워집니다. 걸을 때에는 괜챦은데 휴식한다고 앉으니 그야말로 맹추위가 엄습하더군요. 더 황당한 건 물병속의 물이 얼어버리더군요.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뜨거운 물을 가져갔음에도 무소용이었습니다.

다행히 일행 중 하나가 여분으로 가져온 비니에 물병을 싸서 넣어둔 덕에 물을 마실 수는 있었습니다만....큰 일 날 뻔 했습니다.

올라가던 중 정상에서 하산하시는 부지런한 산객분을 만납니다. 

"능선 어떻습니까?"

"제 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람이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바랍이 분니다."

아마도 선험자 특유의 과장이 더 해졌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물론 과장이 아니라 과소였음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유명한 고사목을 지나....능선에 서니....

아...이건 뭐.....

제가 절대로 작은 덩치가 아닌데 정말로 휘청휘청하더군요. 스틱 없었으면 넘어질 뻔 한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입김에 안경에 붙어 바로 얼어버린다는 것. 결국 안경을 벗고 능선을 걸었습니다. 그나마 난시라 안경이 없어도 걷는데 큰 지장이 없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습니다.

비로봉에 가니...

와 이건 인증샷이고 뭐고....

대화가 불가할 정도로 바람이 불어대더군요. 더 놀라운 사실은 비로봉에는 눈이 없었습니다. 하도 바람이 불어대니 다 날려가 버린 겁니다. 그래도 인증샷 찍어야 한다는 이들을 버려두고 정말로 도망치듯이 어의곡쪽으로 내려옵니다. 결국 다 따라오더군요. 인증샷이 대수입니까?? 목숨이 위태롭다는 생각이 드는데..ㅋㅋㅋ

어의곡쪽으로 좀 내려서니 바람이 그칩니다. 한 숨 돌립니다.

어의곡쪽으로 오르는 산객들이 정말 많더군요.

그런데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각종 "가관"들이 펼쳐집니다.

비닐 쉘터 치고 라면 끓여 먹는 건 기본이네요. 더 황당한 건 길을 막고 취사를 합니다. 결국 참다 못 해 폭발. 

한 발 딛을려고 보니 발 앞에 휴대용 의자와 버너, 코펠이 있습니다. 걷어차 버릴까 했으나..그랬다가는 괜한 쓰레기만 만들까봐 참고...

"아저씨..길입니다. 길"

"여가 무슨 길인데??" 술 냄새 확 나더군요.  금연후 후각이 예민해져서 다른 사람 술냄새 담배 냄새를 다 맡아냅니다.

"언제 봤다고 반말이요? 그리고 누구는 따신 음식 먹기 싫어서 불 안 피우는 줄 아요? 하지 말라는 건 좀 하지마소." 움찔하더군요. 더 말섞기도 귀챦아 그냥 내려옵니다.

길에 앉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밟아서 다져져 있기에 앉기가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길을 막은 비닐 쉘터들이 한 둘이 아니더군요. 거기다가 단체 산악회 분들....우측 통행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잘 다져진 쪽으로만 우르르 올라가고...내려오는 사람들 배려도 안 해주고..가끔은 기다려 줘도 인사조차 없고....중간에 있는 데크도 당연히 취사하는 사람들 차지더군요. 하산하면서도 쉬는 편인데...쉴 자리가 없더군요. 누구처럼 길에 앉아 버릴 수도 없고 말이죠. 절감한 건 성수기 산객과 비수기 산객은 다르다는 것.

어의곡에 내려오니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더군요. 여름에는 콜 불러 갔는데 말이죠. 천동까지 이동하는데..택시비는 그대로인데(2만원 조금 넘습니다.) 새로운 터널과 다리가 놓여서 거리는 더 가까워졌더라구요. 

어제 상황을 보니 이번주에 가셔도 설경을 제대로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연휴라 산객이 늘 것은 감안하셔야 할 듯 합니다. 더러운 꼴도 더 많이 보실 수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