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포에서 자주 보는 말 중의 하나이고, 개인적으로도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익숙해서 귀찮아서 설마 하는 조그마한 방심과 오만함이 그런 원칙을 깨게 하나 봅니다.

토요일은 미세먼지 심해서 패스하고, 

일요일 부슬부슬 겨울비가 내리고 있으나 금방  그칠거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동네 뒷산을 가자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니 여러가지 선택압이 들어옵니다.

'겨울이고 비오는데 제대로 챙겨가야지' 하다가도

'다 젖을건데 갔다와서 정비하는 것도 귀찮고 그냥 조그만 배낭에 물과 간식만 들고갈까?'

이리저리 고민하며 미적미적 대고 있는게 보기 싫었는지, 와이프가 결정적 한마디를 던집니다.

"비오는데 뭘 나갈려구? 그냥 물 하나 들고 정상만 찍고 와요!!!"

"넵"

뭐 이렇게 되었습니다.

새로산 탱고후디에 마모트 아르테미스 자켓하나 걸치고, 생수 하나 주머니에 넣고 아무것도 없이 출발...

추적추적 오던 비는 올라가면서 눈으로 변하더군요.

그래도 길은 얼지 않은지라 쉽게 정상 도착했고, 이리저리 경치구경 사람구경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올라오신 부부가 스틱에 아이젠까지 차고 계시더군요.

'뭐 이정도 날씨에 그렇게 까지 하고 오셨을까'

정말 죄송스럽게도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

그리고 하산하는데 그 두분이 제 뒤를 따라 오셨습니다.

그런데 헉!!!! 올라오던 길과 다르게 길이 살짝 얼어 있습니다.

기온과 상관없이 산의 남면과 북면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위험을 느끼고 그래도 설마 하면서 조심조심했으나 어김없이 꽈당했습니다.

뒤에 오시던 아이젠 차신 부부께서 놀라면서 한마디 하십니다. 

"괜찮으세요? 아이젠 하셔야 되는데...."

"네.. 괜찮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가야할길이라 툭툭 털어내고 몇발짝 걸었지만 또 꽈당했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덕분에 바지와 자켓은 흙탕물로 범벅이 되었는데, 부끄러움만 할까요 ;;;;

결국 그쪽방향의 하산을 포기하고 안타까운 눈빛의 부부를 뒤로 유턴해서 

올라왔던 방향의 계단길로 하산했습니다.

하산해서도 질퍽거리는 길에 몇번을 미끌어질뻔하고, 스틱이 없어 고생했네요.

집에 아이젠에 스패츠에 큰산 대비해서 많은 장비를 사모아 두었지만,

동네 뒷산인데 뭐.. 자주 가던 곳인데 뭐.. 그새 오만함이 생겼나봅니다.

이러다 사고가 나는 것이겠지요.

3월까지 아이젠은 배낭에, 동네 뒷산도 자연이고 산이다. 특히 겨울산이다

다시 한번 마음 다잡게되는 작은 에피소드였습니다.

모두 안산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