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토요일에 등반을 하는데 아는 형님이 일요일만 시간이 된다고 하셔서 아주 오랜만에 일요일 인수봉에 갔습니다.

일단 루트는 '우정c'코스로 못을 박고 갔습니다. 저희 선배들이 개척하신 길인데도 우정ab만 가봤지 c와 m코스는 말로만 들어본 환상길?이라

이번에 인수봉 대보수 사업 후에 어떻게 보수가 되었는지 겸사겸사 알고자 했습니다.

우정c는 워낙 오래전에 만들어졌는데도 무슨 이유인지 등반이 거의 이루어진 길이 아니어서 자료도 없어 선배들의 기억에만 의존해 길을 찾았습니다.

일단 고독의 길 2피치까지는 올라가야 하는데 역시나 고독의 길은 붐비더군요. 그런데 앞팀이 언뜻 봐도 10여명이 넘는데 다들 줄줄이 로프를 연결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저희 팀을 비롯한 3팀 정도는 1피치 시작점에서 계속 시간만 보내고 있고...

그래서 앞팀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저희는 2피치까지만 가고 옆길로 빠질테고 3명밖에 안되니까 먼저 올라가 옆으로 가겠다.

두팀은 양해를 해 주었는데 줄줄이 엮인 팀은 싫은 내색이 역력합니다.

그걸 무한정 기다릴 수 없어 2피치에 붙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줄이 꼬이고 위에서는 짜증이 났나봅니다ㅏ.

여우굴 앞에서 확보를 하고 뒷주자를 올려보내려는데 저팀의 '대장님(왜 요즘은 그렇게 대장님이 많은지..)'이 저에게 '등반의 예의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짜증을 내시네요.

아니 등반의 예의를 아시는 분들이 10여명을 파티도 안 나누고 길 하나를 독점을 하시나? 인원수를 봤더니 3-4팀으로 쪼개서 중간에 한팀씩 양보를 했으면 다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보니까 선등을 설 사람이 '대장님' 하나밖에 없는건지 중간에 누가 끼는게 싫은건지는 모르겠는데 괜히 말 섞으면 싸움날까봐 그리고 중간에 끼어들어 혼란을 드린 건 사실이니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대장님'은 할 말 다 하고 여우굴 안쪽으로 밥 드시러 가시데요.

저희는 고독길 2피치에서 옛길의 흔적을 찾아 왼쪽(구조대길 왼쪽)으로 넘어가 테라스에서 볼트 하나를 찾아냈는데 거기에 공사가 덜 된 흔적도 발견하고 더이상의 등반이 불가능하다 여겨 고독길로 하강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뒤를 따라 바로 뒤에 등반을 시작하시던 3분이 투덜거리며 바로 하강을 하시더라구요. 도저히 저 팀은 넘어 갈 수 없다고..오늘내로 집에 못 갈것 같아 아마 여우굴에서 되돌아선 것 같습니다. 

맞아가면서 배운 건 아니지만 나름 빡씨게 배운 산에서 '예의없단' 말까지 들은 찝찝한 산행이었습니다.

ps:요즘은 선등서면 다 '대장님'이라 부르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