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금욜부터 시골에서 놀다가, 광청광종주를 위한 들머리인 수원 반딧불이화장실로 급하게 상경..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은 토요일 22시 10분 경 산타는거북이님과 조우, 광청광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2분 정도 같이 하실 분이 계셨으나, 한분은

불어난 몸무게때문에.. 한분은 눈팅만 했다고 항변을ㅠㅠ, 반딧불이앞 벤치에 앉아서 출발전 간단히 정비중, 옆 벤치의 연세가

60은 되보이시는 분과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10산 종주하신다네요. 화대는 9시간에 마친다는 말씀도 하시고.. 일행을 기다리신 다기에

저희가 먼저 산행을 시작합니다. 칠흙같은 어둠은 아니고, 제법 어두운 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형제봉 오르는 계단에서 그 분들이

저희를 추월해 가시네요. 저희보다 10분 늦게 출발했고, 나름 빠르게 4km 이상의 페이스로 가고 있었는데도.. 수월찮게 앞서 가는 모습에

절로 경외감이.. J3인가 거기 산악회 횐님들이라네요.

형제봉, 시루봉, 백운산 지나서 바라산데크에 다다르니 강동 16산 103km 종주중이라는 일단의 혼성산객들을 만나고..

오늘 밤 왠지 주눅이 드는데요;;. 서로 파이팅을 외쳐 주고 발길을 재촉합니다.

날씨가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페이즈sl 긴팔 하나만으로 충분했지만.. 하오고개 육교에서 잠깐 요기후 국사봉오르는데..

기온이 갑자기 떨어진 듯한 느낌이.. (망자들이 안식하고 계신 곳을 지나서 일까요? 청계산은 산 전체가 추웠습니다.) 새벽 3시 경..

과천매봉에 오르니 어떤 분이 표시석을 등지고 난간에 우두커니 서서 미동도 않은 체 어두운 도심을 바라 보고 계시던데..

무슨 사정이 있어서 이 야심한 시각에 저 분은 저러고 있을까란 생각에 바라보는 저도 마음이 복잡해지더군요.. 차림새도 정장에 가까워서

전혀 등산차림도 아니었는데..

잠깐의 휴식후 매바위 수십 여 미터 전에 다다랐는데. 정말 이상한 소리가 나더군요. 무슨 부엉이 같은 날짐승의 쉼없는 울음소리같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어떤 남자가 내는 소리였구요.. 사람이 낸 소리란 걸 알게되자 소름이 쫙 끼치는게..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 자는 생각밖에는..

1400계단을 내려가 옥녀봉에 도착. 약 2킬로 정도 가면 청광의 들머리인 양재화물 터미널인데.. 거기까지 내려가서 다시 오르기에는 너무

힘들거란 생각에 옥녀봉에서 청광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반대로 1400계단을 오르는데..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발걸음 멈추기를

여러차례. 광청의 4킬로 미터 페이스가 오버페이스였구나 라는 생각이..

매바위 다다르니 기이한 울음소리를 내던 남자도 없어 지고. 슬슬 동이 터오네요. 매봉의 고독한 남자분도 사라졌지만..

16산 종주하신다는 분들을 잠깐 마주쳤는데.. 굉장히 힘든 표정들.. 왠지 패잔병처럼 보인다는 거북이님의 말씀. ㅎㅎ

청광의 난구간인 하오고개에서 송신탑, 영심봉에서 우담산 정상. 365헬계단을 힘겹게 올라, 정상이다 싶으면 다시 비슷한 오르막이 수 차례

이어지는 정말 얄미운 백운산까지.. 오전 10시경 광교산에 접어 들었는데.. 마지막 형제봉 구간이 은근히 힘들게 하네요..

거길 끝으로 정말이지 겨우 겨우 광청광 종주를 마쳤습니다. 사실 무박 화대종주전 트레이닝을 위한 적당한 코스라 생각되서 광청광을

하게 된건데요. 마치고 보니 화대에 대한 두려움만 더 커졌네요:: 하지만 40킬로미터 넘게 산행한 건 처음인데, 몸이 그래도 크게 탈나지

않고 견뎌줘서 다행이라고 억지로 위안삼고, 준비만 철저히 해가자고 다짐해 봅니다.

스틱, 무릎보호대에.. 배낭도 최대한 가볍게 꾸리면서 충분한 먹을거리를 수납해야 하겠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은게 이번 광청광 완주의 제일 큰 소득같습니다.

또한 이번의 광청광 종주를 하면서 노반vt 로 화대종주를 해도 문제가 없을까란 테스트를 해봤는데.

저는 중등산화없이 노반vt로 충분할 거 같습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PS. 거북이님과는 두번째 함산인데.. 온갖 산을 섭렵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준비성이 대단하세요.

특히 먹을거리 준비에 철저하셨는데.. 덕분에 제가 많이 신세를 졌네요.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고마웠다는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