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백무동에서 오르다가 근육 통증으로 실패한 후

이번에는 중산리에서 도전합니다.

지난주 덕유산에서 발목이 좀 접질렸는데 그게 좀 찝찝합니다.

무박으로 금요일 밤 11시 20분 출발 버스인데 11시 50분에 오네요.

가는 내내 운전기사가 조는건지 차가 비틀거립니다.

휴게소도 한시간 일찍 들어가고 이후에도 졸린지 사전 안내없이 휴게소로 진입하고

도로를 살짝 이탈해서 뭘 밟았는지 심한 진동에 잠을 깨고..

우여곡절끝에 4시 다되서 중산리에 도착합니다.

새벽에 보는 표지판은 참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행복 이기도 합니다.

하늘로 통하는 길입니다.

내륙 최고봉이니 통천길이 어울립니다.

새벽 길인데도 땀이 비오듯 엄청 흘러내립니다.

중산리부터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더욱 땀을 많이 흘리고 물을 많이 먹게 되네요.

형제같은 바위 귀엽고 특이하죠.

생수를 2병 얼려왔는데 물 소비가 많더니 결국 얼음만 남아서 마실 수가 없네요.

법계사까지 갈증으로 고생합니다.

조금 걷다가 몇방울 마시고 또 걷다가 몇방울 마시고..ㅠ.ㅠ

법계사 도착하여 시원한 물부터 한 1리터 들이켰네요.

샘터에 물이 하도 쫄쫄 나와서 물 받기가 어려웠어요.

코펠에 물 받던 분이 그나마 계속 양보해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1000고지까지는 나방이 괴롭히고

1500고지까지는 모기가 괴롭히더니

1500 넘어가면서 모기가 사라졌습니다.

모기 퇴치기라고 건전지 넣고 작동하는 걸 사갔는데 아무 도움이 안되네요.

거의 앉아서 쉬질 않고 잠깐 서서 쉬는데도 모기가 그냥 막..덤비네요.

여러방 물렸습니다.

풍경이 산수화 같아서 자세 잡는 와중에 아쉽게도 운무가 덮어버리네요.

비 온다는 예보도 있었는데 다행히 비는 한방울도 오지 않았습니다.

개선문을 지나고

즐거운 돌길을 지나서

천왕봉 300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이 너무 아쉽네요.

다 왔다는 생각보다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요?

저랑 후미를 교대로 담당하신 분과 천왕봉 약수를 한잔씩 들이키고 또 출발 합니다.

근데 이거 먹어도 되는 샘물인지..아무 표지판도 없고 바가지만 2개가 있어서..

마지막 계단이 보입니다.

드디어 천왕봉에 도착합니다.

내 생전에 대원사쪽으로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미로 한장 찍어봅니다.

뭐 이런 도화지가...ㅋㅋ

아무 것도 안 보입니다.

통천문입니다.

뒤에 따라오던 여자분이 한장 찍어 달래서 내친김에 한장씩 서로 찍습니다.

모싯대

참나리인지 맞나요?

제석봉을 지나며

드디어 장터목 도착합니다.

같은 버스 산악회분들은 20분전에 도착했다고 하니 큰 차이는 안났네요.

혼자 아침을 먹고 세석으로 갈까 어쩔까 고민하는데 운무가 너무 깊어 다들 백무동으로 하산한다고 합니다.

시간이 널널하여 대피소로 들어가 한시간쯤 졸며 쉬며 뒤척이다가 하산합니다.

장터목 화장실 소변기에 누군가 먹다남은 라면을 버렸네요.

라면이 발이 달려 걸어온 것은 아닐테고 참 심각한 일입니다.

국공직원들이 일일이 집게로 치워야겠죠.

사진 중간 아래쯤 짐승의 똥이 보입니다.

멧돼지 똥도 아니고 혹시 곰의 똥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혹시 몰라 급히 내려왔습니다.

백무동 2킬로쯤 남기고 부터 무릎도 아파오고 발목도 다시 아파오고 발바닥도 발가락도 아파오네요.

스타킹식 무릎보호대가 통증의 원인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 중사이즈 착용하고 아파서 이번에 대사이즈로 구입했는데 또 그런건지는 좀더 착용해서 판단해 봐야겠습니다.

하산 완료후 식당에서 막걸리 두병 사들고 물가로 가서 얼굴 익힌 분들과 간단하게 족욕하면서 한잔 했습니다.

시간을 넉넉히 주는 산악회라 마음도 편하고 몸도 아울러 편하네요.

천왕봉 오르기에는 백무동보다 중산리가 10배쯤 낫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종일 운무에 덮힌게 좀 아쉬웠지만 다음에 날 좋은 날 다시 오를 것을 기약하며

산행 후기를 마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