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 금. 맑음. 3피치 등반.

12:40 출발

20:40 비박지 도착

스노우샤워가 심한 곳에 잠자리를 마련했네요. 침낭카바에 눈가루가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설쳤습니다. 

날씨는 아주 좋습니다. 만은, 형님들이 피곤한지 일어나지 않습니다. 덕분에 저도 늑장을 부립니다. 

저 멀리 계곡 끝자락에 베이스캠프가 보입니다. 

뭉기적 뭉기적....ㅎㅎ

곡물바를 우걱우걱.... 입맛이 없지만 홀링 담당이라 힘을 많이 쓰기에 억지로 입에 밀어 넣습니다. 형님들은 육포를, 전 포도당캔디를 많이 먹었습니다. 고소에 가면 사람마다 입맛에 맞는 음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행동식을 다양하게 준비합니다. 

아침은 물 한 잔으로....응?? 1인용 알파미를 셋이서 아침에 1개, 저녁에 2개를 나눠 먹기로 했지만 셋이 하루에 1개를 겨우 먹을 수 있었습니다. 몸에서 음식을 받지 않아서요. 

등반시작. 우측 큰바위 밑이 비박지입니다. 

슝~~(낙석, 낙빙 소리)

왠지 소리가 좀 크게 들린다 싶었는데 퍽!! 소리와 함께 몸이 쓰러지는 걸 느낍니다. 그 짧은 순간에도 낙빙에 맞았음을 알고 ‘응? 죽는 건 아니겠지?’ ‘나 때문에 등반 접는거 아냐?’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고글 반쪽이 파손되어 날라가 버렸고 눈 옆에선 연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습니다. 고글 덕분에 눈은 다치지 않아 다행 이였지요. 주마링하던 학재형님의 높이로 보아 1분 미만으로 정신줄을 놓았던 것 같습니다. 급히 예비 고글을 꺼내 쓰고

확보줄에 매달립니다. 눈 옆이라 흐르는 피를 어쩔 수가 없었는데 다행히도 10분 정도 지나니 피가 똑똑 떨어지는 정도로 많이 멈췄습니다. --3일 후까지도 피가 조금씩 나더군요--

아프건 말건 등반은 계속 해야겠죠?  눈물이 아닌 핏물을 흘리며 올라갑니다.

홀백과 사투를 벌이다 보면 금방 날이 저뭅니다. 비박지의 불빛만 봐도 따뜻해집니다.  

대장님은 피곤해서, 전 낙빙에 맞은 충격으로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병아리 놀이 하고 있습니다

10.22 토. 맑음. 4피치 등반.

08:00 -6.9도, 5809m

09:30 출발

21:30 비박지 도착

어젯밤 대장님이 지나가는 말투로, 내일쯤이면 북벽을 넘어갈 텐데 아마도 넘어가면 빽은 불가능 할 거 같다며 등반을 계속할지, 포기하고 하강할지 물어봤었습니다. 학재형님이나 저나 가즈아!를 외치긴 했지만, 한명이라도 내려가자고 했으면 아마도 지금쯤 하강을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준비한 7일치의 식량은 1인이 하루에 1개의 알파미도 먹지 못해--못 먹은 만큼 체력소모가 심했지요. 안 먹는 게 아니라 몸에서 받지 않아서 못 먹는 겁니다. 억지로 먹어 체하거나 하면 등반에 지장을 주기에... -- 많이 남아있었지만 가스와 장비, 행동식이 부족했습니다. 앞으로 정상까진 며칠이 걸릴지 예상할 수도 없기에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여기서 등반을 마치는 것이 옳겠지요. 하지만 모든 등반가들이 합리적인 생각만 따랐다면 그 많은 초등정과 신루트 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곤란이나 위험, 불확실성은 등반의 매력이지요. 

아침이 싫어요! ㅋㅋ

형님먼저 올라가세요~~

막내는 남아서 홀리 준비를....ㅠㅠ

오른쪽 눈 옆의 까만 점이 낙석으로 찢겨서 딱정이 생긴 겁니다. 아문 다음에 보니 2.5cm 정도 세로로 찢어졌더군요. 

오버행을 돌파하는 대장님. 왼쪽은 바위, 오른쪽은 푸석거리는 눈인데 어떻게 올랐는지....

북벽을 넘어 서벽에!

북벽서 본 마지막 풍경.

서벽에서 본 풍경.

파노라마

북벽을 넘어서는 접니다. 능선을 만날 줄 알았는데 바로 서벽과 만납니다. 북벽과 달리 날아갈듯 한 세찬 바람이 반겨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