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의 반의무적인 산행 이외에는 자발적인 등산이라고는 해본적이 없는 저에게 올해부터 무슨 이유에서인지 등산이라는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아마도 가족과 함께하던 캠핑이 시들해지자 야외에서 함께할 무엇인가 다른 것을 원해서이지 않을까 합니다. 사전 지식과 등산에 대한 준비는 백패킹 시절 기웃거리던 등포를 통해 준비하고 대상 선정은 100대 명산 이벤트를 통해 결정하였습니다. 가깝고 쉬워보이는(?) 산부터 시작했고, 청계산-관악산 순으로 올라 이번에 드디어 도봉산을 올랐습니다.
청계산-관악산을 5학년 아들과 함께 오르며 산 정상이라는 곳이 어려운 코스도 있지만 초보자를 위해 안전한 계단을 통해서 오를 수 있는 코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확신 아닌 확신을 가지고 도봉산 등정을 시작하였습니다.

도봉산 역에서 내려 탐방센터-대피소-마당바위-신선대 코스를 택하였고 오빠가 하는 건 꼭 따라해야 직성이 풀리는 초등2학년 딸과 아내도 함께 했습니다.
앞의 두 산보다는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마당 바위 이후로는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에 긴장을 바짝 쪼였습니다.
마당바위 근처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습니다. 딸 아이의 목적은 바로 산 위에서 먹는 이 컵라면이었고 블××크 수건을 들고 찍는 정상 인증샷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보살피며 올라올라 가다보니 멀리서 보이던 그런 암봉이 나오고 저 멀리 계단이 보이기 시작하니 정상이 얼마 안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내 계단을 오르니 이건 제가 생각하던 그런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천길 낭떨어지를 쇠봉에 의지하서 올라야만 정상에 다다를 수 있습니드. 너무 위험해 보여 고민하던 찰나 애들은 이미 쇠봉을 잡고 몇 발짝을 디디고 있고 여기서 말릴 수 없다는 생각에 최대한 조심하며 (쇠봉코스가 그리 길지는 않은게 천만 다행) 올랐습니다. 애들은 좋아라 하는데 저는 사실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등의 호사는 커녕 몸을 제대로 세울 수도 없더군요. 바람은 쌩쌩불고 좁디좁은 바위덩이에 올라 앉아 빨리 내려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 었습니다. 인증샷 촬영을 마치고 어느 인자한 아저씨의 도움에 아이들과 무사히 솨봉을 잡고 다시 내려 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겁이 많은 건지 무책임한 부모인 건지는 아직도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어린 것들이 다음은 어디냐고 언제 가냐고 벌써부터 성화입니다. 어찌 되었건 저도 좀 여유를 즐기며 산에 오를 수 있도록 준비하야겠습니다. 힘들어서 위험해서 핸폰 그립이 안나와서 사진도 재대로 못찍고 하니 좀 아쉽더군요.

다음은 북한산이 될 것으로 생각 됩나다. 산행 후기를 보니 여기도 줄잡고 오르는 구간이 있어 보입니다. 그나마 좀 널직해보여 마음은 놓입니다.

한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체력적인 어려움은 문제가 없는데, 마지막 정상에 오르는 코스의 험함은 나머지 산들도 다 신선대 정도는 되나요???

우리 아이들 사진으로 오늘의 도봉산행기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