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1부에 이어 2부 시작합니다.

 

5/8일 새벽3시부터 연하천대피소가 부산해집니다.

누군가 짐을 싸는 소리와 말하는 소리로 잠이 깹니다.

하지만 일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누워있지만 몸이 무거움을 느낍니다.

다시 엷은 잠에 빠지고 또 주변 소리에 깨고를 반복하다 누워서 시계를 보니

아침 7시입니다. 8시 퇴실까지 1시간이 남았습니다. 일어나 주변을 보니

다 퇴실하고 남은 사람이 혼자뿐입니다.

서둘러 자리를 정돈하고 밖에 나와 취사장에 가서

준비해온 아침을 해먹습니다.

아침메뉴는 비비고 부대찌게 + 사리면 + 햇반 입니다.

맵지만 맛있습니다. 먹을때는 500g + 110g + 210g 의 무게를 짊어지고 온 보람이 있습니다.

( 15% 배터리 남은 스마트폰을 충전하느라 취사장에 가져오지 못해 사진을 못찍었습니다. )

 

이제 배낭을 꾸려 8시에 연하천대피소를 떠납니다.

대피소 직원분이 혼자온 여자 두분이 있으니 같이 산행하시라고 권합니다.

그냥 혼자 먼저 출발하기로 합니다.

 

비온 다음날 코속으로 들어오는 지리산의 아침 공기가 청명 그 자체 입니다.

무엇보다 음식물 소모로 인해 배낭이 어제보다 가벼워 좋습니다.

 

 

깊이 공기를 들이 마시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아침운무로 하늘은 아직 열리지 않습니다.

 

 

셀카를 찍어봅니다.

떡진 머리와 면도 못한 수염으로 벌써 초췌합니다. (여러분의 안구보호를 위해 하트처리했습니다.)

 

 

셀카 사진을 보니 갑자기 군대생각이 납니다. 몇일간 씻지 못하고 뛰었던 각종 훈련들 ( ATT, 유격, 혹한기등 이젠 추억의 용어네요)

 

늦게 출발해서인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세석대피소를 지나 장터목대피소까지만 가면 되니 천천히 주변풍경 보면서 가기로 합니다.

어제 내린 비로 산곳곳에 안개가 낍니다.

 

 

 

오전 9:44 형제봉에 도착합니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간식을 먹으며 10여분간 쉬었다 갑니다.

간식은 지퍼백에 싸온 누룽지+견과+건포도 그리고 물 입니다.

앉아서 쉬는 중에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분이 지나가십니다. 반가움에 인사하고

어디서 오는 길이십니까 여쭤보니 새벽에 노고단으로 올라와 여기까지 진행중이라고 하십니다.

안전하게 산행하십시요라고 인사드리고 먼저 보내드리고 앉아서 5분가량 더 쉬었다 출발합니다.

 

거대한 바위 사이로 난 길을 지나

 

 

돌무더기에 돌올리기도 해보고

 

 

다행히 하루 자고 났더니 체력이 많이 회복되어서 오늘 목적지인 장터목대피소까지는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오전10:40 공사중인 벽소령대피소를 지나,

 

 

세석대피소로 향합니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세석대피소방향으로 난 길은 걷기좋은 평지인데다 자작나무와

 

 

드문드문 산철쭉 나무, 데크, 돌담등으로 시골 오솔길같은 운치가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오후 12:03 선비샘에 도착해서 식수를 보충합니다. 수량은 임걸령 보다는 못합니다.

 

 

선비샘에서 잠시 쉬었다 다시 세석대피소로 향합니다.

길옆에서 많이 피어있던 얼레지꽃

 

 

 

 

 

아침운무에 싸인 지리산은 신비롭네요. 

 

 

오후 1시50분

세석대피소방향 계단밑에 도착합니다.

 

 

 

오후2:30 영신봉 도착!

 

 

영신봉을 지나니 멀리 세석평전이 보입니다.

 

세석대피소로 향해 난 길

 

 

세석평전을 배경으로 잠시 쉬어갑니다.

 

 

오후 2시 51분 세석대피소에 도착합니다.

 

 

 

보조배터리가 방전되어 우선 대피소내부에 들어가 보조배터리를 충전기와 연결시키고 나오니

배가 고픕니다. 배낭에서 짜파게티 2개를 꺼내어 끓입니다.

 

 

세석평전을 배경으로 먹는 짜파게티가 제대로 꿀맛입니다.

 

 

 

식사후 잠시 등산화를 벗고 쉬다가 오후 4시9분경 배낭을 꾸려 오늘의 최종목적지 장터목대피소로 출발합니다.

 

 

장터목대피소로 향하는 길목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스마트폰이 방전되어 꺼져버린것입니다. 세석에서 충전을 하긴 했지만 접촉이 불량이었던지 보조배터리도 잔량이 남아있지 않아서 

졸지에 사진을 찍을수 없는 상황에 처해버렸습니다. 

어쩔수 없는 일입니다. 이제 사진보다 장터목대피소까지 걸으며 등산의 본질, 산과의 호흡에 보다 집중해보기로 합니다.

장터목까지 가는 길은 무난했던것 같습니다. 

오후 5:58에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니 대피소직원분이 연락도 안되고 도착안해서 걱정했다고 말합니다.

폰이 방전되어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고 자리를 배정받고 배낭을 자리에 내려놓고

취사장에 가서 3분카레+햇반으로 식사를 하고 옵니다.

취사장에는 독일에서 온 4명의 외국인이 독일말로 크게 대화하면서 삼겹살을 먹고 있습니다.

( 산에 다니다보면 참 외국사람들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

나중에 보니 대피소에서 이 외국인분들중 키 큰 두분은 키가 커서 한명 자리에는 도저히 안된다고 판단을 했는지

두명 자리를 한명에게 배정해주더군요. 이러한 배려가 키 큰 한국인에게도 적용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장터목대피소에서 눈살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두건 목격합니다.

식사하러 취사장에 들어가니 아저씨 4분이 취사장 제일 안쪽에서 휴대용의자를 깔고 앉아 무언가를 끓이면서 건배를 외칩니다.

결국 직원분이 출동해서 제지합니다. 다시 한번 적발되면 벌금을 메긴다면서 제지를 가하자 마지못해 술잔을 집어넣더니 직원이 나가자 

엄청 투덜거립니다. 이분들 덕분인지 대피소 스피커에서 CCTV에 음주 적발시 벌금이 부과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 나옵니다.

또 한 분은 나이 지긋한 분이신데 장터목 식수대 바로 밑 계곡에서 호스를 따라 계곡에 떨어지는 식수로 빨개벗고 샤워를 하고 계십니다. 

아버지뻘이신 분인데 제가 무어라 하기도 뭐하고 해서 못본척 식수만 떠오고 말았습니다. 여자산객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어땠을지 끔찍하네요.

 

식사후 자리에 와서 짐 정돈하고 누워 안대에 귀마개까지 끼고 잠을 청해보지만 첫날과 달리 몸이 덜 피곤해서인지 아무리 자려해도 잠이 안 옵니다.

 

결국 9시 소등후에 다음날까지 거의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자정을 넘겨 간신히 잠이 듭니다.

 

새벽 3시경 5시30분 천왕봉 일출을 보기위해 일어나서 짐을 꾸리는 소리가 실내에 요란합니다.

 

저 또한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워 어둠속에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짐을 정리해서 배낭에 넣고 헤드렌턴 착용후 화장실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새벽 4시경 천왕봉 등반을 시작합니다.

 

 

이제 이 새벽산행만 끝나면 천왕봉이라는 생각에 잠을 못자 몸이 무겁지만 힘을 내 봅니다.

 

 

 

 

 

4:58 천왕봉에 도착하여 셀카를 찍어봅니다.

 

 

5:30분 일출까지는 30분정도가 남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춥습니다. 입고 오른 R1후디에 몽벨 2.5L방수자켓으로는 추위에 떨면서 일출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잠시후 점점 올라온 사람들이 많아지고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분의 요청을 받고 사진을 찍어드리고 저도 한장만 찍어달라고 부탁드려

5:20분경 정상석인증을 마칩니다.

 

 

10분뒤 드디어 기다리던 천왕봉 일출이 시작됩니다.

구름이 많아 못 보는 것 아닌가 했는데 다행히 볼 수 있었습니다.

동영상을 찍어봅니다. ( 아래 동영상의 1분48초부터 일출이 시작됩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첫 종주에서 보게 되다니 감격스럽네요.

 

 

정상석 뒷편으로는 넘실넘실 운해가 가득입니다. 

 

 

경치가 너무 좋아 더 있고 싶은데 추위가 문제입니다.

아쉬움을 남기고 하산을 시작합니다.

오전 5:46 화대종주의 완성을 위해 과감히 대원사방향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천왕봉 이정표에는 대원사까지 11.7km 라고 씌여 있습니다.

 

 

이미 밝은 하늘이지만 아직도 달이 떠 있습니다.

 

 

불규칙한 돌 때문에 걷기 쉽지 않지만 조심히 내려옵니다.

 

6:32 중봉을 지나고,

 

 

 

 

 

아침 7:40 써리봉에 도착합니다.

 

 

 

 

 

 

 

이후로도 몇개의 오르락내리락길을 반복하다가,

 

 

 

 

 

 

 

 

 

 

 

 

8시 55분 드디어 아점을 먹을 수 있는 치밭목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아침메뉴는 비비고육개장 + 햇반 입니다.

 

 

빈속에 천왕봉 올랐다 늦게 맞이하는 아침식사라서인지 꿀맛입니다.

 

그런데 이곳 대피소는 식수대가 꽤 머네요. 뛰어 내려가서 물떠오는데 힘이 듭니다.ㅜㅜ

 

마당벤치에서 식사를 하는데 옆 벤치에는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들과 아버지가 오순도순 식사를 마치고 등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너무 보기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에게 와서 남았는데 먹겠는냐고 오이를 하나 주십니다. 

 

저는 마땅히 드릴만한게 없어서 감사히 먹겠습니다라고 말씀만드리고 받아서 하산길에 맛있게 먹습니다.

 

9시 44분 치밭목대피소를 떠나 다시 대원사로 향합니다.

 

 

이제 대원사까지는 7.8km 남았습니다.

 

식사해서 배도 부르겠다 배낭도 라면 2개만 남아 많이 가벼워져서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즐거운 하산길입니다.

 

치밭목대피소에서 조금 내려오자 시원한 계곡물소리가 들려서 동영상을 찍어봅니다.

 

 

이후로도 얼마간 유쾌한 하산길이 이어집니다.

 

 

 

 

 

 

11시경 새재삼거리 도착.

 

 

새재삼거리에서 10분간 쉬었다 다시 진행합니다.

 

좁은 산길 옆으로는 보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예쁘게 금낭화가 피어있네요.

 

 

그런데 새재삼거리를 지나면서 길이 갑자기 힘들어집니다.

산행로에 놓인 바위의 크기도 갑자기 커지고 경사도 장난이 아닌데다

그늘져 미끄럽기까지 합니다.

길은 좁고 답답한 산길에 갑자기 돌무데기가 앞을 가로 막습니다.

빠른 진행이 어렵습니다. ㅜㅜ

점점 지쳐갑니다. 

 

거의 땀범벅이 되어 퍼지기 직전 멈추고 안되겠다 싶어 얇은 옷으로 갈아 입습니다.

 

 

살짝 몸에 추운기가 돌아 천왕봉 오를때 입은 R1 후디를 아직까지 입고 운행중이었습니다. ㅜㅜ

 

쉬면서 초코바를 하나 먹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 입으니 훨씬 힘이 납니다.

 

다시 가자 아자 아자!

 

조금 지나니 유평마을까지 2.6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이 이정표 이후로는 오르막이 1도 없이 계속 내리막길이네요.

무릎에는 부담이 가지만 힘은 들지 않아 좋습니다.

 

힘이 안드니 자연스레 주변 풍경에 눈이 갑니다.

 

 

 

흔하게 자주 보였던 노랑매미꽃

 

 

 

 

 

 

돌위에 앉아있던 보라금풍뎅이 (하마터면 밟을뻔함)

 

 

 

 

 

 

 

유평마을 거의 다와서 본 쥐오줌풀 꽃

 

 

드디어 민가가 보이더니 (오후 1:30)

 

 

대원사까지 1.6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5시 40분쯤 천왕봉을 떠나 거의 8시간만에 유평마을 초입에 도착하게 되었네요.

 

계속해서 밑으로 밑으로 내려갑니다.

 

 

날씨는 그저께 비온것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쾌청합니다!

 

 

 

 

 

 

오후 2:08 대원사에 도착합니다. 

 

 

절 입구에서 기분좋은 철쭉향기가 납니다.

 

 

처음 와보는 절이라 궁금해서 들어가봅니다.

 

 

 

 

 

마당에서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는 고양이 두마리

 

 

 

별로 볼게 없네요. 바로 퇴장합니다.

 

유평탐방지원센터를 향해 계속 내려갑니다.

 

 

 

 

 

 

 

이건 무슨 나무의 꽃인지 모르지만 예뻤습니다.

 

 

 

유평탐방지원센터 도착후 가방에 매서 2박3일동안 가지고 다닌 쓰레기무게를 잽니다. 제법 많이 모은것 같은데 304g 이라네요.

304 x 2 =608원 그린포인트 적립 ㅎㅎ

 

탐방지원센터아래 슈퍼에서 3200원 주고 원지행 차표를 사고 1000원주고 콜라도 하나 사서 마십니다.

종주가 끝났다는 느낌과 함께 목을 훑고 지나가는 탄산의 느낌이 좋습니다.

 

 

3:40분 원지행 버스를 타고

 

 

 4:10분에 원지에 내립니다.

 

 

 

원지는 서울행 버스가 자주 있어서 좋은것 같습니다.

내리자 마자 10분후 출발하는 4:20분 버스표를 삽니다.

 

 

이상 초보가 2박3일간 지리산 화대종주를 다녀온 후기였습니다.

 

글솜씨가 없어서 재미없는 글인데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집 근처 불수사도북만 돌다 지리산 가보니 지리산은 스케일이 엄청 큰 산이라는 걸 절감했습니다.

 

또한 지리산은 물이 정말 많은 산이고 어머니처럼 푸근한 느낌을 주는 산이어서 힘들었지만 다시 또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등산후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