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일주일 전에 북한산 의상능선 코스를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북한산을 찾았습니다.

평일에 휴무가 생겨서 불수사도 종주를 할까 했는데 이 더위에 무리라고 생각해서

12성문 종주를 하기로 결심.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한 다음 첫 차를 타고 출발하려고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눈 뜨니 이미 5시가 넘은 상황 ㅜㅜ

라면 하나 끓여서 밥도 말아 먹고 출발 산성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8시가 넘었네요.

벌써 땀이 주룩주룩 흐르기 시작하는 상황.

평일에 날씨도 더워서 그런지 등산객도 거의 없더군요.

물 1L, 이온음료 1L, 파워젤 2개, 오이 반쪽, 땅콩 카라멜 1개, 삼각 김밥 1개

차곡 차곡 챙겨서 12성문 종주 스타트

언제나 그렇듯 여기서

1. 대서문

여기까지만 해도 활기 찼네요.

인터넷 후기 보니 14~15Km 정도 나오길래 4시간 안에 끝내고 집에 가야겠다는

큰 착각을 하고 가는 중이었습니다.

2. 가사당암문

슬슬 알바를 하기 시작합니다.

지난 주에 의상능선 코스를 돌았기때문에

대서문 찍고 다시내려와 의상봉 오르는 남자다운 코스는 패스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조금씩 알바를 하게 되네요.

아아아아아 알바는 단 10미터를 하더라도 내려갔다 올라오면 의지가 팍 꺽이는건 왜인지...

3. 부왕동암문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다 지났으니 이제 좀 수월할까? 라고 또 착각을 하고있네요.

저도 부왕동암문은 지나칠 뻔했는데 미리 정보 수집한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안 나와서 네이버 지도를 켜보니 이미 지나왔더군요.

등포 후기 중에 부왕동암문을 못 찾겠다는 글에 암문 위로 지나간게 아니냐는 댓글이 기억나서

내려와보니 역시나 ^^

4. 청수동암문

이제 겨우 4개 째인데 지칩니다.

파워젤 하나 까먹고 진행합니다.

이미 머리부터 발 끝까지 흠뻑 젖은 상태.

땅콩 카라멜 하나 추가 섭취.

5. 대남문

여기까지 불과 일주일 전에 와 본 곳인데

조금씩 그리고 자주 알바를 하니 더위 때문인가싶습니다.

네이버 지도만 보면서 갑니다. 국립공원인데도 불구하고 길치라서 네이버 지도만 스무번은 확인한 것 같습니다.

트랭글 사용법을 잘 몰라서 ㅜㅜ

6. 대성문

아직 공사 중

이 더위에 여기까지 올라와 일 하시는 분들을 보며 잠시 존경을 표하고 가던 길을 묵묵히 갑니다.

7. 보국문

금요일에 다녀왔는데 사진 보니 기억에 없는...

8. 대동문

8개쯤 돌고나니 그래도 2/3는 마쳤구나라는 생각에 힘이 조금 납니다.

여기서 오이를 꺼내서 씹는데 며칠 전에 산거라 그런지 영 맛도 없고 그래서 1/4 쪽만 먹고 다시 배낭으로 쏙.

삼각 김밥을 이 시점에서 먹었어야 했는데

이후 계속 후회를 합니다. ㅜㅜ

파워젤 두 개째 섭취.

9. 용암문

여기도 사진 보니 기억이 ㅜㅜ

지금 후기 쓰며 보니 근처에 있던 건물이

10. 위문(백운대 암문)

위문 넘어오는 길에 본 만경대의 웅장함에 큰 감동을 하고 12성문 종주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이제 위문만 넘어서면 내리막 길만 있겠다는 이번 산행에서 가장 큰 착각을 하며 지나옵니다.

착각을 하며 내려오다 네이버 지도를 켜보니 북문 옆에 원효봉이 있네요.

아 이 길을 내려가 또 올라가야 하다니 눈 앞이 캄캄합니다.

준비 부족이 이 시점에 드러납니다.

11. 북문

백운대 암문에서 내려가다가 우측으로 접어들어 북문을 올라가는데

이번 산행 중 가장 힘든 구간이었네요.

지치기도 했고 물도 150~200ml 밖에 남지 않았고

배고프지 않아도 음식 섭취를 해줘야하는데 언제나 그렇듯

귀찮아서 먹지 않은 삼각김밥이 내내 아른거립니다. 물 있을때 그것만 먹었어도 지금 이 정도는 아닐텐데 ㅜㅜ

꺼내서 먹자니 갈 길은 많이 남았고 물은 부족하고...

북문, 원효봉까지 올라가는 길이 어찌나 멀게 느껴지는지

남은 물로 겨우 겨우 목만 축여가며 올라갑니다.

12. 서암문

지옥 같던 오르막을 내려와 서암문을 보고 있자니

드디어 끝났나싶었지만 탐방지원센터까지 돌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네요.

남은 물을 원샷하고 이제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걸 위안삼아 하산합니다.

마침내 5시간 30분 간의 사투를 끝내고

12성문 종주를 마칩니다.

내려오자 마자 자판기에서 사이다를 하나 뽑아 마시니

그 기분이란 진정 아나스타샤~

12성문 사진을 순서대로 보고 있자니 뿌듯하고 또 다른 맛이 이네요.

치열한 전투의 흔적을 마지막으로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