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화천과 춘천에 경계에 우뚝 솟아있는 용화산으로 향한다. 용화산(龍華山·878.4m). 예부터 이 지역의 영산(靈山)으로 가는 곳마다 전설과 설화가 전해오는 곳으로 북쪽으론 파로호와 서쪽으론 춘천호, 남쪽으론 소양호가 둘러싸고 있다. 기암괴석이 많아 산세가 빼어나고 아름다운 조망을 가지고 있어 사시사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산이다. 비록 날씨는 흐리지만 이번 산행에는 이른 아침 멀리서 온 반가운 친구들이 함께한다.

북녘에서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는 강남으로 돌아간다는 백로(白露)가 지나고 가을이 시작하는 시기, 화창하던 날씨는 잔뜩 흐리다. 오늘도 맑은 조망은 접어 두어야 할 거 같다. 

큰고개와 주차장

산행은 큰고개를 들머리로 하여 만장봉(새남바위)를 지나 용화산 정상에 잠시 머무르고 용화산 주능선을 타고 고탄령과 사여령을 지나 배후령에서 마무리를 한다. 6·25 때 인민군의 탱크가 넘어왔다는 큰고개는 넘어서면 화천길이고 춘천길이다. 일상에 짧은 틈을 내어 하는 산행이기에 오봉산까지 둘러 보지는 못하지만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발을 떼여본다.

처음 부터 만나는 가파른 길.

큰고개에서 10분정도 가파르게 올라서니 용화산의 첫 번째 봉우리 정상에 선다. 정상에는 고개를 치켜든 곰바위와 그 옆을 지켜주는 소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족히 몇시간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조망이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곰바위와 소나무 지점

함께하는 친구들

용화산 7지점에서 바라본 용화산 주봉(主峰) 만장봉(새남바위)과 촛대바위(칼바위)

용화산 주봉[主峰]인 너른 만장봉이 위세 등등이 자리하며 그옆으로 뾰족한 촛대바위도 그 멋을 더한다. 용화산 만장봉 큰 바위를 날아오르던 새가 힘이 부쳐 앉아 바위가 되어 새남 바위라고도 불리우며, 그 이름을 따서 용화산을 새남바위산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양통마을 사여교 조망

금병산과 삼악산 방향

층층 바위로 가는 길

층층바위

층층바위를 지나 만나는 만장봉 바위

층층바위를 지나 만나는 만장봉 바위

층층 바위를 지나 만장봉으로 가는 길

주전자 부리 바위

층층바위를 지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만장봉 정상에 도착한다. 만장봉 정상에는 ‘주전자 부리 바위’가 있다. 비가 오면 물이 모여 흘러, 주전자로 물 따르는 듯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이다. 이 바위는 개적심이라는 묘한 이름도 가지고 있다. 개적심은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전해오는 전통 풍습에 하나인 기우제의 하나로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들면 동네 사람들은 개를 끌고 용화산에 올라 그 자리에서 잡아서 흐르는 피를 주전자 바위에 흘려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 산과 바위에 묻은 시뻘건 피를 지우기 위해 하늘신이 비를 쏟아부어 씻어내었다고 한다. 이 개적심이라는 풍습은 한국전쟁 이전까지 전해지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기우제를 지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 주전자 부리 바위에는 또다른 이야기가 있다. 예전에는 이 부리 끝에서 땅까지의 거리가 약100여 미터나 되고, 주전자부리의 길이도100여미터나 되었는데, 바위의 부리 쪽이 춘천 쪽을 향하고 있어서 화천의 재물이 춘천으로 흘러간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에 화천의 어떤 사람이 망치를 들고 주전자부리에 올라가서 그 부리 끝을 깼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그 끝이 뭉툭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전자 부리 바위

만장봉에서 바라본 화악산 방향

만장봉에서 바라본 삿갓봉

만장봉에서 바라본 수리봉과 양통마을, 구름에 가려진 금병산과 삼악산

만장봉(새남바위)에서 바라본 칼바위(촛대바위)

만장봉(새남바위)에서 바라본 칼바위(촛대바위), 그리고 수리봉과 영통 마을

바위길을 따라 촛대바위를 보며 걷다보면 어느덧 정상에 도착한다.

용화산 만장봉(새남바위) 소나무

만장봉(새남바위)에서 바라본 칼바위(촛대바위)

용화산의 이름은 지네와 뱀이 싸우다가 이긴 쪽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에서 기원한다고 한다. 구전에 의하면 지네는 뱀에게 부모를 잃은 선비의 도움으로 승리하여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보다는 용화산 능선이 용에 모습을 닮아 불려진 이름이 아닐가 나는 생각해본다.

용화산 정상 100m 기점 큰바위 갈림길 - 큰바위 조망터로 이동

용화산 만장봉 길을 따라 잠시 안부로 내려와 용화산 정상 가는 계단이 끝나면 용화산 최고의 조망터로 가는 큰바위 갈림길이 나온다. 용화산 정상 100m전이기에 정상만 보고 가면 놓치기 쉬어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다.

큰바위 조망터로 가는 길, 가을을 대표하는 구절초와 여름 꽃인 꽃며느리밥풀꽃

큰바위 조망터로 가는 길, 가을을 대표하는 꽃인 구절초가 피어 있고 그 옆에선 꽃며느리밥풀꽃이 여름의 끝을 알리듯 봉우리가 지고 있다.

꽃며느리밥풀꽃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옛날에 마음씨 곱고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와 성질이 못된 시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늘 며느리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시어머니는 호시탐탐 내쫓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가 밥이 잘 되었는지 보려고 밥알을 입에 넣자, 시어머니는 이를 핑계 삼아 어른보다 먼저 밥을 먹었다며 며느리를 때려죽인다. 이후 며느리의 무덤가에 붉은 입술에 밥풀 두 알을 입에 문 듯한 모양의 꽃이 피어나는데, 사람들이 이 꽃을 보며 ‘며느리밥풀꽃’이라고 불렀다. 

여인은 죽어서나마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이야기하고 그 원한을 풀고자 꽃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 원혼을 위로하고자 꽃며느리밥풀꽃란 이름을 지어준다.

큰바위 조망터

큰바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칼바위(촛대바위)

큰바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만장대(새남바위)

큰바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858봉, 오봉산, 그리고 불알바위(득남바위)

큰바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고성리 수리봉과 양통마을

큰바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구름에 가려진 산군들

큰바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구름에 가려진 화악산

큰바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화천군

큰바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만장대(새남바위)

큰바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칼바위(촛대바위)

되돌아온 큰바위 갈림길, 정상에서 기다리는 일행들

용화산 정상

큰고개에서 용화산 정상까지 40여분, 여유있게 오르고 큰바위 조망터를 들려서 온다해도 1시간10분이면 용화산 정상에 도착한다. 용화산은 도솔지맥 가지 산으로 도솔지맥은 백두대간이 금강산 비로봉(1639m)에서 남진하며 매자봉(1144m)에서 우측으로 가지친 한줄기가 남진하며 매봉(1290.6m), 가칠봉(1242.2m), 대우산(1178.5m), 도솔산(1147.8m), 대암산(1304m)등 1000m 이상의 고산준봉들을 일구고, 봉화산(874.9m)에 이르러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사명산(1198.6m), 죽엽산(859.2m), 부용산(882m), 오봉산(779m) 배후령에 이르러 살짝 용화산을 가지치고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 소양강이 북한강에 합류하는 우두산(133m)에서 그 맥을 다한다. 그렇게 용화산은 도솔지맥의 즐비한 고산준봉이 있음에도 영산이자 명산에 반열에 올라서 있다. 

삼거리 갈림길(용화산, 배후령, 양통계곡) 이정표. 배후령 방향으로 이동.

가야할 배후령 방향. 858봉이 보인다.

뒤돌아본 칼바위 - 새 한마리가 내려 앉은 듯 나무 하나가 자라고.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

발길을 재촉해 고탄령(古灘嶺)으로 향한다. 고탄령으로 이어지는 주릉은 조망이 좋으며 가는 곳  간간이 길이 암릉코스와 우회하는 길이 나누어진다. 

858봉에서 바라본 불알바위(득남바위)

뒤돌아본 불알바위(득남바위), 858봉, 용화산 정상

고탄령 지점 (용화산 10지점) 사여령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짧지만 아기자기한 암릉지대를 내려서면 길은 육산으로 변한다. 낙엽 수북한 잡목 숲길을 오르내리면 고탄령에 당도한다.

삼거리(고탄령, 수불무산, 사여령) 이정표 : 사여령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고탄령1.0km, 배후령4.0km, 휴양림 1.2km

어느덧 고탄령을 지나 마지막 코스인 사여령(四夜嶺)에 도착하니 여기서부터 배후령(背後嶺)와 사여골(자연휴양림)로 나누어지는 이정표가 보인다. 사여령에서 배후령까지는 약 4km. 1시간 30분이 소요될 예정이다. 

배후령(背後嶺)을 들머리하면 첫번째 봉우리이자 우리에겐 마지막 봉우리이다.

바위전망대에서 바라 본 배후령(背後嶺) 전경.

바위전망대에서 바라 본 전경. 멀리 춘천 시내와 붕어섬, 삼악산과 등선봉이 보인다.

배후령(背後嶺)으로 내려가는 길

배후령과 38선 경계 표지석

이렇게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고, 갓 버섯과 노루 궁뎅이 버섯이 들어간 라면으로 뒷풀이를 하고 아 쉬운 작별은 한다. 다음 산행에 보자구나 친구들...

▣ 산행 코스 용화산 큰고개 출발 (9.2km, 5시간)
▲코스 : 큰고개 주차장 → 용화산 7지점 곰바위와 소나무 지점 → 층층바위 → 만장봉(새남바위) → 큰바위 갈림길 → 용화산 정상고탄령(古灘嶺) → 사야령(四夜嶺) → 배후령(背後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