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언제든 자기 필요에 따라 마음에 안드는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쿠데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과거 60년대에 중국과 공개적으로 대립했던 김일성 정권뿐 아니라

표면적으로 중국과 가깝게 지냈던 김정일도 북한내에 친중파가 생기는 건 철저히 경계하고

주민들에게도 중국을 믿지 말라고 교육해 왔어요.

이건 김정은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는게,

민족의 이익을 고려해서가 아니라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입니다.

독재정권은 국내외적으로 늘 갈등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혹시라도 중국이 [예컨대 미국과 타협하여] 북한의 정권교체를 꾀하기라도 한다면

큰 일이기 때문에, 김정은은 절대적으로 자기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허용할 수 없습니다.

(같은 이유로, 우리가 친미정권으로 알고 있는 박정희정권도 

인권문제나 핵개발 문제로 미국과 대립하면서

반미, 반일 민족주의 교육을 강화했었죠. 

심지어 가수들이 TV에 출연할 때 영어가 써있는 옷을 입지 못하게 하고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같은 히트곡들을 

왜색 가요라고 방송금지하기도 했었어요)

김정일은 생전에 특히 주변국과의 교류를 담당해온 사람들에 대해서

혹시라도 상대국 정보기관에 끈을 대고 있지 않나 의심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주기적으로 남한, 미국, 중국 등과 교분을 쌓은

외교전문가들을 숙청해왔습니다.

이건 김정은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이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것도

김정남을 보호해 온 중국이 혹시라도 자신을 제거하고

김정남을 정권책임자로 앉힐까봐 두려워서였습니다.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또 미국이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보호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혹시라도 상황전개에 따라 김정은을 대신할 인물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고 대비하려는 거겠죠.

김정은이 장성택을 제거한 이후 한동안 중국과 관계가 매우 안 좋았는데

이건 장성택이 중국과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자기의 집권을 도와 정권 안정에 크게 기여한 장성택을 제거한 계기가

장성택이 중국에 가서 비밀리에 김정남을 만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김정은으로서는 혹시나 장성택이 중국과 협력해 자신을 제거하고

김정남을 대안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본 것이겠죠.

나중에 김정은은 결국 김정남도 제거해버리죠.)

1970년대 이후 세계판도를 구상하고 실현시켰던

미국의 전설적인 외교전략가 키신저가 오래전부터

미국은 북한핵을 제거하기 위해 중국과 타협하여 주한미군을 크게 감축하고

북한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북한의 김정일, 김정은은 이런 전략이 실재로 행동에 옮겨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북한이 미국과 타협해 수교를 하고 경제협력을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중국으로서는 북한에 쿠데타를 사주할 수 있습니다.

바로 코앞에 친미국가가 출현하는 걸 허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내의 사정(예컨대 반정부폭동 등)으로 정권이 불안정해지더라도

중국은 북한체제의 붕괴와 남한주도의 통일을 우려해 

북한 주민을 무마하기 위한 정권교체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중국은 자기네 이해관계에 따라 북한의 정권교체를 시도할 힘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김정은은 북한내에 친중 세력이 생겨나는 걸 막아야 합니다.

북중관계는 서로 믿는 '혈맹관계'가 아니라,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일 뿐입니다.

모든 독재정권은 자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대국들을 늘 불신하고 경계합니다.

언제든 정권교체를 시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김일성, 김정일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평생 경계했고,

박정희는 미국을 두려워했고,

남미의 독재자들은 비록 초기에 친미였다 하더라도 독재가 계속되면서 늘

미국의 개입가능성에 불안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