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이주 전부터 시작되요.
엄마가 폰 쓰신지 2년이 넘었는데 배터리도 잘 닳고 그래서 새폰으로 바꿔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번호 바뀌는 것은 싫다고 하시고 기변은 비싸고 해서 제 명의로 새폰을 개통했어요.
약정은 없고 대신 3개월간 무한자유 6천원에 빅3팩 쓰면 된대요.

아껴쓰는 주부인 저는 제 폰을 낮은 요금제로 바꿔놓고 고이 실사 중이였죠.
구입 2주째인 오늘 아침, 머리맡에 고이 모셔두었던 핸폰의 액정이 깨져있었어요.
깜놀해서 아기도 바쁜 엄마께 맡겨놓고 스카이 대리점에 갔어요.
맘은 급한데 1시간 기다려서- 이건 어쩔 수 없는 거 알아요. - 겨우 제 차례...

그런데 기사님 왈 , 액정은 무조건 비용을 내야 한다네요.
실실 웃으시면서 산지 얼마나 되셨는데 이렇게 액정이 깨졌냐고 하시대요.
비교적 온순한 편이었던 저도 화가 팍 나는 거에요.
아,,, 그동안 맨날 집에서 아가랑 씨름하고 사회와 단절되어서인지 사람대응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있나봐요.

신랑 월급도 줄고 왠간하면 아껴쓰려고 아가 간식도 집었다가 놓았다가 겨우 사오는 판에 사만칠천원이라니...
제가 맹세코 떨어뜨리지도 않고 밟지도 않은 멀쩡한 폴더폰의 액정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신랑에게 전화했더니 아무렇지 않게 고치라고 하네요. 순간 신랑이 밟은 것은 아닐까 싶어서
화내면서 " 알았어 끊어!" 해버렸어요.
아,,,, 평소 같으면 신랑한테 미안해 할텐데... 이건 뭐.

a/s 센터 가면서도 평소면 걸어갔을 20분 거리지만 아가 맡기고 가는 거라 빨리가려고 버스탔는데
아저씨가 타고 돈 내고 나니까 돌아가는 버스라고 말씀해주시대요. 한 정거장 타고 내려서 걸어갔어요.
아저씨 저보고 웃으시대요. 후아,,, 저 내릴 때 다른 분께는 돌아가는 버스라고 말씀해주셔서 그분은 다행히 안 탔구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20분거리인데 그냥 버스 탔어요. 왠지 기분이 이상해서 아저씨께 물어봤더니
돌아가는 버스래요. ㅠ ㅠ 아가 낳고 2년동안 버스를 안 탔더니 버스가 다들 뺑뻉 돌아다녀서 타나 걸어가나 똑같네요.
하는 수 없이 힘도 빠져서 그냥 타고 돌아왔어요.

글쓰는 중에 신랑한테 전화와서 통화하는데 안 밟았다고 그래도 액정 나갔으면 충격은 받았나보라고 하네요.
머리맡 푹신한 이불위에 있어서 밟았다고 해도 들어갔을 텐데 말입니다.
신랑이 휴대폰 회사 다녔었거든요. 하드웨어 품질검사쪽으로요. 아 액땜한 셈치라고 위로라고 해주는데 갑자기 눈물나네요.

이런거에 울다니 완전 아줌마 다되었네 싶고 참,,, 스스로가 싫어지네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센터에 앉아 잘못 안했다고 말하는 내모습도 완전 아줌마고.
아,,, 억울해요. 정말. 앞으로는 더 큰 회사 폰만 써야겠어요.

아,,, 어젠가 엘지 가서 제 명의 폰 없애려고 하는데 신규 폰한지 4개월 안되었다고 안된다네요.
그리고 새로운 폰도 해지하려면 신규 가입한지 6개월 지나야 된다고 하구요.
제가 뽐뿌에서 폰 구입할 때 분명히 무한자유 빅 3팩 3개월 유지하면 없애도 된다고 해서 일부러 이걸로 고른 거였는데
이것도 좀 억울해지려고 해요.
뭐 2회선, 3회선 가지고 계신분도 있지만 전 1회선 하다가 엄마 폰 바꿔드리려고 일부러 잠시 2회선 한거고
그것도 판매자가 제시한 조건을 다 따르는 대도 불가능하다니. 왜 그 판매자는 3개월 사용후 해지 불가라는 것을 미리 말 안해줬을까요?

휴,,, 억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그만 돈에도 벌벌떠는 아줌마 된 제 자신이 더 싫으네요.
결혼전에는 안 그랬는데 말이죠. 아껴쓰더라도 저금도 충분히 하고 쓰고 싶은 것도 썼었는데
결혼하고 아기 낳으니 참,,, 한 정거장 밖에 못 탄 버스비 천원도 억울해서 걸어간 지지리 궁상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