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高宗)] 영휘(永徽) 2년(651) 비로소 사자를 보내와 조공하였다. 그 나라 왕의 성은 대식(大食)씨이며, 이름은 담밀막말니(噉密莫末膩)로, 스스로 말하기를 그 나라가 세워진 지 34년이 되었으며, 세 명의 군주가 있었다고 하였다. 그 나라 남자 아이들은 색깔이 검고 수염이 많으며, 코는 크고 길어서 마치 파라문(婆羅門) 같았다. 부인[의 피부는] 희고 밝다. 또한 문자가 있다. 낙타와 말이 생산되는데,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크다. 무기는 예리하다. 그 습속은 전투하는 데 용감하고, 천신(天神)을 잘 섬긴다. 토질은 모래와 돌이 많아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오직 낙타와 말 등의 고기만을 먹는다. 구분마지나산(俱紛摩地那山)은 나라의 서남쪽에 있으며, 큰 바다와 인접하고, 그 나라 왕은 동굴 안의 검은 돌을 옮겨다가 그 나라에 두었다. 또 사람을 보내 배를 타도록 했는데, 옷과 양식을 준비해서 바다로 간 지 8년이 지나서도 서쪽 해안에 도착하지 못했다. 바다 가운데서 네모난 돌 하나가 나타났는데, 돌 위에는 나무가 있었으며, 줄기는 붉은색이고 이파리는 푸른색으로, 나무 위에는 살아 있는 어린 아이를 묶어 놓았으며, [아이의 키는] 6～7촌 정도이며, 사람을 보면 모두 웃으며, 손과 다리를 움직이며, 머리에는 나뭇가지를 쓰고 있었다. [사람을] 시켜 가지 하나를 잡아 떼니 어린 아이가 곧 죽어 버려서, [아이를] 거두어 대식의 왕궁에 두었다. 또 여국(女國)이 있었는데, 그 나라의 서북쪽에 있었으며, 서쪽으로 3개월은 가야 할 만큼 떨어져 있었다.

-구당서 외국열전 서융열전 대식 기록 중.

[고종(高宗)] 용삭(龍朔) 초기, 파사(波斯)를 격파하고, 다시 불름(拂菻)을 격파하니, 비로소 쌀과 밀가루를 얻게 되었다. 또 군대를 이끌고 남으로 파라문(婆羅門)을 침범해서, 여러 호국(胡國)을 병탄하고, 전투를 치를 수 있는 병력은 40여만 명이었다. [측천무후(則天武后)] 장안(長安) 연간(701～704) 사자를 보내와 좋은 말을 헌상하였다. [예종(睿宗)] 경운(景雲) 2년(711) 다시 방물을 헌상하였다. [현종(玄宗)] 개원(開元) 초기, 사자를 보내와 내조하고, 말과 보석으로 세밀하게 만든 허리띠 등 방물을 진상하였다. 그 나라 사자가 [현종을] 알현하면서, 나란히 서서(平立) 절을 하지 않자, 헌사(憲司:어사(御史)의 별칭)에서 그에게 죄를 규명하려 하자, 중서령(中書令) 장열(張說)이 주청하여 말하기를 “대식(大食)은 풍속이 다른데, 의(義)를 사모하여 멀리서 왔으니 죄를 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라고 하였다. 현종이 특별히 그것을 허락하였다. 곧이어 다시 사자를 보내와 조정에서 헌상하고, 스스로 말하기를 본국에서는 오직 천신(天神)에게만 절을 하고, 비록 왕을 보더라도 절을 하는 법은 없다고 하자, 소사(所司)가 누차 꾸짖으며 책망하니, 그 나라 사자가 드디어 중국법(漢法)에 의거하여 절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하였다. 그 때 서역의 강국(康國), 석국(石國)의 부류는 모두 그에게 신하를 칭하며 복속하니, 그 나라 영역은 동서로 만 리나 되고, 동쪽으로는 돌기시(突騎施)와 서로 접하였다.

-구당서 외국열전 서융열전 대식 기록 중.

한편에서 말하기를 수(隋)나라 [문제(文帝)] 개황(開皇) 연간(581～600) 대식(大食)의 종족 가운데 고렬종(孤列種)이 있었는데 대대로 추장(酋長)이 되었다. 고렬종에는 또 두가지 성(姓)이 있었다. 하나는 분니해심(盆泥奚深)이라 부르고, 또 하나는 분니말환(盆泥末換)   이라 불렀다. 해심(奚深) 이후에는 마가말(摩訶末)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용감하고 건장하며 지혜가 많아서 무리가 그를 옹립하여 군주로 삼으니, 동서로 정벌을 [감행하여] 영역을 3,000리나 넓히고, 하랍(夏臘)을 겸병했는데 일명 삼성(釤城)이다. 마가말 뒤로는 14대에 전해져서, 말환(末換)까지 이르렀다. 말환이 그의 형 이질(伊疾)을 살해하고 자립했으며, 또 잔인하여 그의 아랫사람들이 그를 원망하였다. 호라산(呼羅珊) 목추(木麤) 사람 병파실림(並波悉林)이 있었는데, [그가] 의병(義兵)을 일으키니 그에게 호응하는 자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도록 하였다. 십일 사이에 무리가 수 만을 채우자, 북을 치고 행군해서 서쪽으로 가서 말환을 생포해서 그를 죽이니 드디어 해심종(奚深種) 아포라발(阿蒲羅拔)을 구할 수 있었으며, 그를 [군주로] 세웠다. 말환은 이전에 백의대식(白衣大食)이라 불렸고, 아포라발 후부터는 고쳐서 흑의대식(黑衣大食)이라 하였다. 아포라발이 죽자, 그의 동생 아포공불(阿蒲恭拂)을 [군주로] 세웠다. 숙종(肅宗) 지덕(至德) 초기 사자를 보내와 조공하였으며, 대종(代宗)이 당시에 원수(元帥)였는데, 또한 그 나라의 군대를 이용하여 두 수도(장안 과  낙양)를 수복하였다. [숙종(肅宗)] 보응(寶應) 연간(762)과 [대종(代宗)] 대력(大曆) 연간(766～779) 자주 사자를 보내왔다. 공불이 죽자, 아들 미지(迷地)가 뒤를 이었다.미지가 죽자, 아들 모서(牟栖)가 뒤를 이었다. 모서가 죽자, 동생 가론(訶論)이 뒤를 이었다. [덕종(德宗)] 정원(貞元) 연간(785～804) 토번(吐蕃)과 더불어 강한 적이 되었다. 번군(蕃軍)의 태반이 서쪽에서 대식(大食)을 방어하므로 변경이 근심이 적게 되었으며, 그 힘은 충분하지 않았다. [정원(貞元)] 14년(798) 조를 내려 흑의대식의 사자 함차(含嵳), 언계(焉雞), 사북(沙北) 세 사람을 중랑장(中郎將)으로 삼고, 각각 번으로 돌아가게 했다.

-구당서 외국열전 서융열전 대식 기록 중.

혹자는 대식 종족 가운데 고열(孤列)이라는 종족이 있는데 대대로 추장을 지내고 일컬어 백의대식(白衣大食)이라 부른다고 한다. 종족에는 두 성(姓)이 있는데 하나는 분니말환(盆尼末換)이고 또 하나는 해심(奚深) 이다. 마가말(摩訶末)이라는 자가 용맹하고 지략이 있어 무리가 그를 왕으로 추대하였다. 땅을 개척한 것이 3천 리이고 하랍성(夏臘城)을 정복했다. 14대가 이어져 말환(末換) 에 이르렀는데 형 이질(伊疾)을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니, 아랫사람들이 그의 잔인함을 원망하였다. 호라산(呼羅珊)의 목록(木鹿) 사람으로 병파슬림(並波悉林)이 있었는데 그를 토벌하려고 하여 무리들에게 선포하기를 “나를 돕는 자는 모두 흑의(黑衣)를 입으라!”고 하였다. 금세 무리 수만 명이 말환을 죽이고 해심 종족의 후예인 아포라발(阿蒲羅拔)을 왕으로 삼고 명칭을 고쳐 흑의대식(黑衣大食)이라고 하였다. 포라(蒲羅)가 사망하자 동생 아포공불(阿蒲恭拂)이 즉위하였다. 지덕(至德) 초(756)에 사신을 보내 조공하였다. 대종(代宗)이 그의 병사를 취하여 양경(兩京)을 평정했다. 아포공불이 사망하자 아들 미지(迷地)가 즉위하였다. 그가 죽자 동생 가론(訶論)이 즉위하였다. 정원(貞元) 연간(785~805)에 토번과 서로 싸워 토번이 매년 서쪽으로 원정을 갔고 그래서 [토번이] 변경을 범하는 일이 드물었다. 14년(798) 사신 함차(含嵯)·오계(烏鷄)·사북(沙北) 세 사람을 보내서 입조하여, 모두 중랑장(中郎將)에 배수하고 하사품을 주어 보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 나라의 서남쪽 2천 리 되는 곳 산곡 사이에 나무가 있는 마치 사람 머리와 같이 생긴 꽃을 피우며 말을 걸면 갑자기 웃고 곧 떨어져 버린다고 한다.

-신당서 외국열전 서역열전 대식 기록 중.

이는 보시다시피, 중국측의 구당서 외국열전, 신당서 외국열전 두 기록에서 대식국(백의대식국, 흑의대식국, 이슬람 왕조, 우마이야 왕조, 아바스 왕조)에 대해 기록한 것인데요. 이슬람 왕조에 대한 설명이 매우 정확합니다. 이슬람 왕조의 건립 시기부터 시작해서, 이슬람 왕조가 호국(오랑캐 나라)들을 정벌해내서 동서로 1만리(10,000리)에 이르는 범위를 직접적으로 통치, 지배하게 되었다는 점(서쪽으로는 유럽권에서도 남유럽권의 이베리아반도[스페인, 포르투갈, 안도라 공국이 위치해있는 곳이지요.]까지 직접적으로 통치, 지배하였을 정도이지요.) 등이 그러하지요. 또, 총병력수는 40만명에 이르렀다고 하구요. 이 이슬람 왕조는 파사국(사산 왕조 페르시아, 현 이란)을 정벌해 멸망시켜버렸으며, 불름국(불림국, 대진국, 로마-동로마) 역시 대파해 자국(이슬람 왕조)을 섬기게 하였을 정도라고 기록되있지요.

[태종(太宗)] 정관(貞觀) 17년(643) 불름왕(拂菻王) 파다력(波多力)이 사자를 보내와 적파려(赤玻瓈), 녹금정(綠金精) 등의 물건을 헌상하니, 태종(太宗)이 새서(璽書)를 내려 답하여 위로하고, 얇게 꽃문양을 수놓은 비단을 하사하였다. 대식(大食)이 강성해지면서부터 여러 나라를 점차 능멸하니, 이에 대장군 마예(摩栧)를 보내 그 나라의 도성을 치도록 하자, 사이좋게 지낼 것을 약속하고, 매년 금과 비단을 바칠 것을 청하였으며, 이윽고 대식에게 신하를 칭하며 복속하였다. [고종(高宗)] 건봉(乾封) 2년(667) 사자를 보내와 저야가(底也伽)를 헌상하였다. [측천무후(則天武后)] 대족(大足) 원년(701) 다시 사자를 보내와 내조하였다. [현종(玄宗)] 개원(開元) 7년(719) 정월, 그 나라의 군주가 토화라(吐火羅)의 대수령을 보내와 사자(獅子)와 영양(羚羊) 각 두 마리씩을 헌상하였다.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다시 대덕승(大德僧)을 보내와 조공하였다.

-구당서 외국열전 서융열전 불름 기록 중.

잘 보시다시피, 이슬람 왕조의 마예 장군이 로마-동로마 역시 대파하여서 로마-동로마가 이슬람 왕조를 섬기게 되었다는 기록입니다. 대식국(백의대식국, 흑의대식국, 이슬람 왕조, 우마이야 왕조, 아바스 왕조)과 불름국(불림국, 대진국, 로마-동로마) 둘 다 중국의 당나라 조정에 입조해 중국의 당나라 조정을 섬겨온 것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로마-동로마는 중국의 당나라, 이슬람 왕조 두 나라를 동시에 섬겼고, 이슬람 왕조는 중국의 당나라를 섬겼으며, 이슬람 왕조와 로마-동로마 둘 다 중국의 당나라를 섬긴 형태였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외에도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중국의 당나라 조정에 입조해 중국의 당나라를 섬겨왔지요. 이에 관련해선 아래를 참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찬보(토번국에서 자국의 임금을 칭하는 용어) 등이 흔쾌히 강화를 청하면서, 정관(貞觀) 이래 전후의 모든 칙서를 꺼내어 유명 등에게 보여 주었으며, 중신(重臣) 명실렵(名悉獵)에게 명하여, 유명 등을 따라 [당에] 입조하게 하고 [찬보가] 표(表)를 올려 말하기를,

“외생(外甥)인 저는 장인이신 선대 황제[中宗]의 오랜 친척이며, 또한 금성공주(金城公主)와 혼인하는 은혜를 입어, 드디어 화목하고 마음을 같이하여 한 집안을 이루었으니, 천하 백성이 모두 안락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장현표(張玄表), 이지고(李知古) 등이 동서 두 방향에서 먼저 군사를 움직여 토번(吐蕃)을 침공하였으므로 변경의 장수들이 서로 공격하게 되었고, [이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틈이 있게 된 것입니다. 외생은 선대 문성공주(文成公主)와 지금의 금성공주로 인해 존귀하고 비천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데, 어찌 감히 예를 모른다 하겠습니까! 또한 나이가 어린 연유로 변경 장수의 거짓에 넘어가 어지러이 싸움을 일으켜 장인으로 하여금 원망하게 하였습니다. 엎드려 빌건대 [사정을] 자세히 살피시어 추궁하시고 또 용서해 주신다면 죽어도 족할 것입니다. 이전에 여러 차례 사신을 보내려 하였으나, 모두 변경의 장수들에게 허락되지 못해, 감히 스스로 주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작년 겨울 공주가 사인(使人) 누중실약(婁衆失若) 으로 하여금 장계를 가지고 입조하려고 했는데, [지금] 사신이 파견되어 공주를 보러 왔으니, 외생은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삼가 논명실렵(論名悉獵)과 부사(副使) 압아장군(押衙將軍) 낭사흘야실렵(浪些紇夜悉獵)을 입조하게 하여 장래의 일을 논의하고 처분을 따르고자 주청합니다. 양국과 관련된 모든 사안은 실렵(悉獵)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외생은 토번 땅에서 이미 변경의 장수들을 처분하고, 침략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만약 한인(漢人)이 와서 투항하면 바로 송환했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장인이신 황제께서 제 충심을 멀리서 살피시어 전처럼 화평하기를 허락하시면 백성들이 오랫동안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성은을 입는다면 천년만세 동안 외생은 끝내 감히 먼저 맹서를 어기지 않을 것입니다. 삼가 금호병(金胡瓶) 한 점, 금반(金盤) 한 점, 금완(金碗) 한 점, 마뇌배(馬腦杯) 한 점, 영양삼단(零羊衫段) 한 점을 바치어 작은 나라의 예의에 충당하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구당서 외국열전 서융열전 토번 기록 중.

[장경] 3년(823) 정월에 사신 논답열(論答熱)이 와서 신년 인사를 했다. [장경] 4년(824) 9월에 사신을 보내 오대산도(五臺山圖)를 구했다. 10월에 이우(犛牛) 및 은으로 주조한 서우(犀牛), 양, 사슴 각 하나씩을 바쳤다. 보력(寶曆) 원년(825) 3월에 사신 상기립열(尙綺立熱) 을 보내 입조했다. 또 강화를 청하였다. 9월에 광록경(光祿卿) 이예(李銳)를 사신으로 삼아 그에 답했다. 태화(太和) 5년(831)에서 8년(834) 사이에 사신을 보내 조공함이 끊이지 않으니, 우리 쪽에서도 역시 때때로 사신을 보내 이에 답했다. 개성(開成) 원년(836)과 2년(837) 모두 사신이 왔다. 회창(會昌) 2년(842)에 찬보(贊普)가 죽었다. 12월에 논찬(論贊) 등이 와서 상을 알리니, 조를 내려 장작소감(將作少監) 이경(李璟)으로 하여 제사지내게 했다. 대중(大中) 3년(849) 봄에 재상(宰相) 상공열(尙恐熱)이 동도절도사(東道節度使) 를 죽이고, 진(秦), 원(原), 안락(安樂) 등 3개 주(州)와 석문(石門), 목협(木硤) 등 7개 관(關)으로 통호하기를 청하니, 경원절도사(涇原節度使) 강계영(康季榮)이 이를 듣고, 태복경(太僕卿) 육탐(陸耽)에게 명하여 가서 일을 처리하게 했다. 그 해 7월에 하(河), 농(隴)의 장로들이 나이 많고 적은 사람 천여 명을 데리고 경사에 이르니, 황상이 직접 연희루(延喜樓)에 납시어 그들을 보았다. 이에 환호하고 춤추지 않는 자가 없었으며, 또한 머리를 풀어헤치고, 거리에서 모자와 허리띠를 서로 잡아당기니, 그 후에 황상이 명하여 좋은 곳을 선정하여 [이들을] 그곳에 살도록 했다. 보는 자들이 모두 기뻐하며 만세를 외쳤다.

-구당서 외국열전 서융열전 토번 기록 중.

이는 토번국 곧 티베트 왕조에서 중국 당나라 조정에 입조해 중국 당나라를 섬겨온 기록들입니다.

이듬해(720년) [돌궐이] 집요하게 화친을 애걸하며 [당나라] 천자를 아버지로 섬길 것을 요청하자 허락했다. 또한 해마다 [돌궐이] 사자를 보내 토산품을 바치며 결혼을 청했다. 이 때 천자가 태산에 [봉선을 하기 위해] 동순을 하려고 했는데, 중서령 장열(張說)이 돌궐에 대비하기 위해 [병력의] 주둔을 늘리자는 계책을 세우자 병부랑중(兵部郎中) 배광정(裴光庭)이 말했다. “봉선은 [천지에] 성공을 알리는 것인데, 만약 다시 군대를 일으킨다면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장]열이 말했다. “돌궐이 비록 화친을 청하고 있지만 믿음으로써 사귀기 어렵습니다. 또한 그의 [비가]가한은 인자하고 백성을 사랑해 부하들을 잘 부리며, 궐특륵은 싸움에 뛰어날 뿐만 아니라 돈욕곡은 [생각이] 깊고 사내다우며 늙을수록 더욱 지혜로워 이정(李靖), [이]세적(李世勣)과 같은 부류인데, 세 놈이 바야흐로 협력을 해서 우리가 거국적으로 동쪽으로 순행을 한다는 것을 알고 만약 이를 틈탄다면 어떻게 막을 수 있겠습니까?”

[배]광정이 바로 사자를 보내 돌궐의 대신을 불러 숙위로 들일 것을 청했고, 바로 홍려경 원진(袁振)을 보내 황제의 뜻을 알리게 했다. 묵극련이 술자리를 베풀고 가돈, 궐특륵, 돈욕곡과 함께 가서 아장 안에 앉아 [원]진에게 말했다. “토번(吐蕃)은 개의 후예인데, 당나라와 결혼을 했고, 해와 거란은 우리의 종으로 일을 했음에도 역시 공주를 아내로 삼았는데, 돌궐만이 앞뒤로 청했으나 허락을 받지 못한 것은 어찌된 것이오?” [원]진이 말했다. “가한께서는 천자의 아들인데, 어찌 아들과 혼인이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묵극련이 말했다. “그렇지 않다. 두 종족[二蕃]에게 모두 당[황실의 성을]성을 내려주고도 공주와 결혼을 시켰는데, 어찌 [나만]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인가? 또한 공주 역시 황제의 딸이 아니고 내가 감히 고른 적도 없는데 누차 청해도 얻지 못해 여러 나라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원]진이 그를 대신해 허락을 청한다고 하자 묵극련이 대신(大臣) 아사덕힐리발(阿史德頡利發)을 보내 [조정에] 들어와 [토산품을] 바치고서야 마침내 봉선을 따라갈 수 있었다. [황제가] 조칙을 내려 사이(四夷)의 여러 추장들을 모두 의장행렬에 넣어 궁시를 차게 했는데, 갑자기 황제의 말 앞으로 뛰어나온 토끼를 황제가 [화살] 한 발을 쏴 잡자 [아사덕]힐리발이 토끼를 받들고 머리를 숙여 축하드리며 말했다. “폐하의 신령스러운 무공은 너무나 뛰어나시니, 만약 하늘 위라면 모를까 인간 세상에서는 [이처럼 뛰어난 것이] 없는 바입니다.” [황제가] 조를 내려 말했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싶은가?” [아사덕힐리발이] 대답해 말했다. “활을 당겨 화살을 쏘는 위엄을 우러러 보니 열흘 동안 먹지 않아도 마치 배가 부른 것과 같습니다.” [황제가 그를] 의장 행렬 안에 들어와 말을 달려 활을 쏘아 [사냥을 하도록] 했다. 봉선을 뒤따르게 하고 후하게 연회와 재물을 내려 주었으나 끝내 화친은 허락하지 않았다.

-신당서 외국열전 돌궐 기록 중.

이는 돌궐국 곧 후돌궐국, 돌궐 제 2왕조가 중국 당나라 조정에 입조해 중국 당나라를 섬겨온 기록입니다.

대종이 선정전에 가서 책문을 내려 가한을 등리힐돌등밀시함구록영의건국비가가한(登里頡咄登密施含俱錄英義建功毗伽可汗)으로, 가돈을 파묵광친려화비가가돈(婆墨光親麗華毗伽可敦)으로 더 책봉주었다. “힐돌(頡咄)” 은 중국어로 “사직법용(社稷法用)” 을, “등밀시(登密施)” 는 중국어로 “봉경(封竟)” 을, “함구록(含俱錄)” 은 중국어로 “누라(婁羅)” 을, “비가(毗伽)” 는 중국어로 “족의지(足意智)”를, “파묵(婆墨)” 은 중국어로 “득린(得憐)” 을 뜻했다. [좌]산기산시(左散騎常侍) 겸 어사대부(御史大夫) 왕익(王翊)을 사신으로 삼아 바로 가한의 행영(行營)에 가서 책봉을 행하게 했다. 가한과 가돈, 그리고 좌·우살, 여러 도독, 내·외재상(內·外宰相) 이하에게 모두 실봉(實封) 2천 호를 더해주고 왕익을 시켜 아장 앞에 가서 책봉의 예를 하게 했다. 좌살(左殺)을 책봉해 웅삭왕(雄朔王)으로 삼고, 우살(右殺)을 책봉해 영삭왕(寧朔王)으로 삼고, 호록도독(胡祿都督)을 책봉해 금하왕(金河王)으로 삼고, 발람장군(拔覽將軍)을 책봉해 정막왕(靜漠王)으로 삼았으며 여러 도독 11명을 모두 국공(國公)으로 책봉했다.

-구당서 외국열전 회흘 기록 중.

이는 회흘국 곧 회골국, 위구르 왕조가 중국 당나라 조정에 입조해 중국 당나라를 섬겨온 기록입니다.

다섯 천축에 예속되어 있는 나라는 수십 나라에 이르며, 풍속과 물산은 대체로 같았다. 가몰로국(伽沒路國)이 있는데, 그 나라의 풍속은 해를 향해서 동쪽의 문을 열어 놓는다. 왕현책(王玄策)이 이 나라에 이르렀을 때 그 나라의 왕이 사자를 보내 진기한 이물(異物)과 지도를 바치고, 노자(老子)의 형상과 도덕경(道德經)을 구하였다. 나게타국(那揭陀國)에는 혜라성(醯羅城)이 있는데 가운데중각(重閣)이 있으며, 부처의 머리뼈와 석장(錫杖)을 간직하였다. [태종(太宗)] 정관(貞觀) 20년(646)에 사자를 보내와 방물을 바쳤다. [측천무후(則天武后)] 천수(天授) 2년(691)에 동천축(東天竺)의 왕 마라지마(滅枝摩), 서천축(西天竺)의 왕  시라일다(尸羅逸多), 남천축(南天竺)의 왕 차루기발라파(遮婁其拔羅婆), 북천축(北天竺)의 왕 루기나나(婁其那那), 중천축(中天竺)의 왕 지파서나(地婆西那)가 모두 와서 공물을 바쳤다. [중종(中宗)] 경룡(景龍) 원년(707)에 다시 사자를 보내와 방물을 바쳤다. [현종(玄宗)] 개원(開元) 2년(714) 서천축에서 다시 사자를 보내와 방물을 바쳤다. 개원 8년(720) 남천축국에서 사자를 보내와 말을 할 수 있는 다섯 색깔을 지닌 앵무새를 바쳤다. 그 해 남천축국왕 시리나라승가(尸利那羅僧伽)가 전쟁에 동원되는 코끼리와 병마를 가지고 대식(大食)과 토번(吐蕃) 등과 싸울 것을 청하면서 이 군대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자, 현종이 이를 매우 가상히 여겨 회덕군(懷德軍)이라 명명하였다. 구월, 남천축국왕 시리나라승가, 보다지마(寶多枝摩)가 당나라를 위해서 절을 짓고는 표를 올려 절 이름을 내려줄 것을 청하니, 칙을 내려 귀화(歸化)라 이름을 지어 그들에게 하사하였다. 십일월, 사자를 보내 이나라가보다(利那羅伽寶多)를 책립하여 남천축국왕으로 삼으니, 사자를 보내와 내조하였다. 개원 17년(729) 유월, 북천축국의 삼장사문승밀다(三藏沙門僧密多)가 질한(質汗) 등의 약을 바쳤다. 19년(731) 시월, 중천축국왕 이사복마(伊沙伏摩)가 그의 대덕승(大德僧) 을 보내와 조공을 바쳤다. 29년(741) 삼월, 중천축국왕의 아들 이승은(李承恩)이 내조하니, 유격장군(游擊將軍)을 제수하고, 돌려보냈다. 천보(天寶) 연간(742～755) 여러 차례 사자를 보내왔다.

-구당서 외국열전 서융열전 천축 기록 중.

이는 천축국 곧 인도를 위시한 남아시아권의 모든 국가들이 중국 당나라 조정에 입조해 중국 당나라를 섬겨온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종(玄宗)] 개원(開元) 10년(722)부터 천보(天寶) 6년(747)에 이르기까지 무릇 열 차례나 사자를 보내와 알현하고, 방물을 헌상하였다. 사월, 사자를 보내와 마노상(瑪瑙牀)을 헌상하였다. [천보] 9년(750) 4월, 화모수무연(火毛繡舞筵), 장모수무연(長毛繡舞筵), 구멍이 없는 진주를 헌상하였다. [숙종(肅宗)] 건원(乾元) 원년(758) 파사(波斯)와 대식(大食)이 함께 광주(廣州)를 노략질하여 창고를 겁탈하고 여사(廬舍)를 불태우고 바다를 건너 달아났다. [대종(代宗)] 대력(大曆) 6년(771) 사자를 보내와 알현하고, 진주 등을 헌상하였다.

-구당서 외국열전 서융열전 파사 기록 중.

 

이는 파사국 곧 페르시아, 현 이란이 중국 당나라 조정에 입조해 중국 당나라를 섬겨온 기록이지요. 다만, 이미 당시 이란 곧 사산 왕조 페르시아는 이슬람 왕조에게 직접적으로 통치, 지배받고 있던 신세였기 때문에, 이슬람 왕조에 의해 멸망당한 사산 왕조 페르시아의 잔여 세력이 중국의 당나라 조정에 입조해 중국의 당나라 조정을 섬겨온 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전신인 사산 왕조 페르시아 포함 페르시아, 파르티아 왕조들이 대대로 중국 조정을 섬겨온 전례를 그대로 따른 거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건원(乾元) 원년(758) 오월 임신일에 회흘 사신 다해아파(多亥阿波) 등 80명이 흑의대식(黑衣大食) 추장 각지(閣之) 등 6명과 함께 황제를 알현하는데, 궁문에 와서 서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자 통사사인(通事舍人)이 바로 이들을 좌우로 나누어 동문과 서문으로 동시에 들어오게 했다. 유월 무술일에 회흘 사신을 위해 자신전(紫宸殿)  앞에서 연회를 베풀어주었다.

-구당서 외국열전 회흘 기록 중.

이는 보시다시피, 회흘국(회골국, 위구르 왕조) 사신단과 흑의대식국(백의대식국, 대식국, 이슬람 왕조. 당시 우마이야 왕조, 아바스 왕조) 사신단이 중국 당나라 조정에 입조해서 서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었는데, 중국 당나라 조정에서는 둘의 국제적 위상을 동급으로 간주해 이 두 사신단을 좌우로 나누어 동문과 서문으로 동시에 들어오게 조치했다는 기록입니다. 즉, 위구르 왕조와 이슬람 왕조의 국제적 위상은 동급이였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지요.

전세계의 최강대국인 중국의 당나라 조정에는 동아시아(동북아시아)를 위시한 동양권 뿐만이 아니라, 서역(서양)권까지 모두 입조해와 중국의 당나라 조정을 섬겨오는 형식을 취했음을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세계의 최강대국인 중국의 당나라 조정에서는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 중 어떤 나라를 가장 높게 대접을 해주었을까요?

 

기자(箕子)에 대한 논(論) [유종원(柳宗元)]

무릇 대인(大人)의 도(道)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첫 번째는 바름으로써 어려운 경우를 견뎌 내는 것[正蒙難]이고, 두 번째는 법도를 성인이 내려 주는 것[法授聖]이고, 세 번째는 교화가 백성들에게 미쳐가는 것[化及民]이다. 은(殷)나라에 어진 사람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기자(箕子)인데, 실로 이 세 가지 도를 모두 갖추어서 이 세상에서 행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공자(孔子)가 육경(六經)의 요지를 찬술하면서 더욱더 정성을 들여 서술하였던 것이다.

주(紂)가 나라를 다스릴 당시에 대도(大道)가 어그러져서 하늘의 위엄이 진동하여도 경계시킬 수가 없었고, 성인의 말도 쓰이지 않았다. 그러니 비간(比干)처럼 죽음을 무릅쓰고 간언을 올려 목숨을 바친 것이 참으로 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기자는 은나라의 종사(宗社)에 도움될 바가 없었으므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미자(微子)처럼 무왕(武王)에게 몸을 맡겨서 은나라의 제사(祭祀)를 보존한 것이 참으로 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기자는 은나라와 함께 망하였으므로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이 세 가지 도를 갖추어서 행한 사람이 있다. 이것으로 명철함을 보전하여 그와 더불어서 부앙(俯仰)하였고, 이것으로 전범(典範)을 숨기고서 종으로 있으면서 욕을 당하였다. 그러면서 어두웠으나 사특함이 없었고, 고달팠으나 쉬지 않았다. 그러므로 《주역(周易)》의 명이괘(明夷卦)에서 말한 “기자가 스스로를 어둡게 하였다.” 한 것은, 바름으로써 어려운 경우를 견뎌 낸 것이다.

천명(天命)이 이미 바뀌어짐에 미쳐서는 바름으로써 사람을 탄생시키매 대법(大法)을 내어 성사(聖師)가 되게 하였다. 그러자 주(周)나라 사람이 이를 얻어서 이륜(彝倫)을 펴고 대전(大典)을 세웠다. 그러므로 《서경(書經)》에서 말한 “기자가 돌아와서 홍범(洪範)을 지었다.” 한 것은, 법도를 성인이 내려 준 것이다.

조선(朝鮮)에 봉해짐에 미쳐서는 도를 미루어서 오랑캐 습속을 훈도하였는데, 덕이 있어서 오랑캐들을 교화할 수가 있었고, 재주가 있어서 먼 데 사람들을 다스릴 수가 있었다. 이로써 은나라의 제사를 넓혔고 오랑캐로 하여금 중국이 되게 하였다. 그러니 교화가 백성들에게 미친 것이다.

이 세 가지는 모두가 대도로서 기자 한 몸에 모인 것이다. 천지의 변화에 자신이 그 바름을 얻었으니, 대인(大人)이로다.

-《유하동집(柳河東集)》

이는 잘 보시다시피, 중국의 은나라(상나라)의 왕실의 유력 종친이자, 은나라의 제 29대 임금 및 마지막 임금인 주왕의 태사(전담 스승)였었던 기자가 은나라가 망하고, 주나라가 들어섰을 때, 주나라의 건국자, 초대 임금인 무왕의 태사가 되는 것을 거절하고 조선(당시로썬 고조선이지요.)으로 이주하여서, 고조선의 임금이 되어, 고조선을 교화시켜 우리나라를 또다른 중화로 만들어냈다는 중국의 당나라에서의 인식입니다.

더군다나 동방의 제후(신라국)로서 외방(외국, 만국, 만방. 중국의 당나라를 제외한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을 의미합니다.)을 지키는 자로 우리(신라국)보다 큰 나라가 없으며, 지령(地靈)이 이미 살리기 좋아하는 것을 근본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풍속 또한 서로 양보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 데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희희(煕煕)한 태평의 봄날이요, 은은(隱隱)한 상고(上古)의 교화라고 할 것이다.

-고운집(孤雲集) 제3권 비(碑) 지증 화상 비명병서 〔智證和尙碑銘 竝序〕

이는 잘 보시다시피, 신라국이 중국의 당나라를 제외한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 중에서 가장 대국(대방, 대도, 큰 나라. 단순히 면적이 넓고 인구수가 많은 것에서 판단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문 체계, 행정 체계 등을 포함한 총체적 역량이 성대한 국가라는 의미입니다. 인구가 많고 면적이 넓더라도, 가장 핵심적인 학문 체계, 행정 체계가 낙후되어 있다면, 총체적 역량을 측정할 땐 소국으로 지칭하지요.)이였다는 기록입니다.

 

당나라가 신라의 왕자 김원홍(金元弘) 등에게 태상시(太常寺)의 소경(少卿), 감(監), 승(丞), 주부(主簿) 등의 관직을 제수하면서 내린 제서 두목(杜牧)이 찬하였다. ○ 개성(開成) 연간에 내린 것이다.

모신(某臣) 등에게 칙서를 내린다. 은혜에 감사하고 의리를 알아서 예물을 빠뜨림 없이 바쳤다. 큰 바다의 바깥에 살면서도 예의가 있는 손님, 너희 나라가 바로 그런 나라로, 저절로 국경(國卿)에 끼이게 되었다. 서승(署丞)의 직책은 모두가 우리나라 문리(文吏)들의 청선(淸選)인데, 차례대로 이를 너희들에게 제수하니, 이 역시 다른 나라와는 달리 특별하게 예우하는 뜻을 표한 것이다. 나의 은총을 받들고 가서 너희 이역 나라에 빛내라. 잘 삼가서 게을리 하거나 어긋나게 하지 말아 길이 번방이 되라. 아울러 모두에게 전에 말한 데 따라 관작을 제수하고, 이어 석방하여 번국으로 돌아가게 한다.

-해동역사 기록 중.

이것은 여러분들께서도 잘 보시다시피, 중국의 당나라 조정측에서는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 중에서 오직 신라국에게만 특별히 자국(중국의 당나라)의 문리(문관)들의 청선(최고 요직)인 서승이라는 관직을 제수(책봉, 임명)해주었다는 기록입니다.

신라국(新羅國) 당국(當國)은 아룁니다.

숙위학생과 수령을 차정하여 파견해서 입조하게 하며, 이들을 국자감(國子監)에 소속시켜 학업을 익히게 해주시기를 청하면서, 삼가 인원수와 성명을 갖추어 다음과 같이 나누어 신주(申奏)합니다. 학생 8인최신지(崔愼之) 등, 대수령(大首領) 8인기작(祈婥) 등, 소수령(小首領) 2인소은(蘇恩) 등.

 

신이 삼가 태종 문무 성황제(太宗 文武 聖皇帝)의 실록(實錄)을 보건대, 정관(貞觀) 원년(627)에 군신(群臣)에게 연회를 베풀면서 「파진악(破陣樂)」의 곡을 연주하자 황상께서 시신(侍臣)에게 말씀하시기를,

“짐이 비록 무공(武功)으로 천하를 평정하였으나, 끝내는 마땅히 문덕(文德)으로 해내(海內)를 편안히 할 것이다.”

라고 하시었습니다. 곧이어 학사(學舍) 수백 칸을 세워 사방의 생도(生徒)들을 불러 모았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번방(蕃邦)에서 좋은 것을 사모하여 추장들이 그 자제들을 보내어 수업하기를 청하였으므로 그를 허락하시었습니다.

 

 

이로부터 신의 번방도 입조하는 데에 더욱 부지런히 하며, 명령(螟蛉)의 새끼들을 침신(琛贐)과 함께 가게 하여 마침내 미름(米廩) 안에 몸을 의탁하고 직산(稷山) 아래에서 뜻을 다듬게 하여 사술(四術)을 배우되 10년으로 기한을 삼았으니, 비록 낙양(洛陽)에 들어간 어진 이들에게는 부끄러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수(沂水)에 목욕하던 숫자에는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하물며 개원(開元)에 〈이르러〉 교화를 크게 펼쳐 구준(衢樽)을 크게 설치하여 저기에서 떠내어 여기에 붓고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미치게 하는 시대를 만났음에야 어떠하겠습니까. 매번 한(漢)의 사신을 내려보내시어 노유(魯儒)를 정밀하게 뽑았고 두 번이나 천장(天章)을 하사하시어 바닷가의 풍속을 변화시키셨습니다.

그런 까닭에 마을에서는 학교를 헐어버려야 한다는 논의가 없어지게 되었고 집에서는 베를 끊어버린 어머니가 있게 되었으며, 비록 회초리로 가르치는 형벌은 만들었으나 거의 형을 놓아버린 것처럼 되었고, 또한 찾아와서 배운다는 예는 들리지만 그저 배움을 넉넉히 하려는 경쟁이었던 것입니다. 이때에 책 짐을 짊어진 자제들이 양경(兩京)에 나뉘어 있으면서 끊임없이 왕래하였는데, 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국자감에 오직 신라의 마도(馬道)만이 사문관(四門館) 북랑(北廊) 안에 있을 뿐 무지한 저 제번(諸蕃)은 적적하게 중간에 끊어졌습니다. 저 발해(渤海)와 같은 자들도 교상(膠庠)에 학적을 둔 자가 없었고 오직 도야(桃野)의 제생(諸生)으로 하여금 행단(杏壇)의 학려(學侶)에 끼게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해인(海人)의 천한 성씨와 천객(泉客)의 미미한 이름이 혹은 금패(金牌)에 높이 걸리기도 하였으니 어찌 부스러기가 붙은 것 같다고 부끄러워하겠으며, 혹은 옥안(玉案)에 영광스럽게 오르기도 하였으니 실로 후광에 힘입은 것이었습니다. 비록 학업을 전문으로 천단하는 데는 어긋났다 하더라도 사람은 나라에 따라 차이가 없음을 증명할 만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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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지문사륙 >  

동인지문사륙 권1(東人之文四六 卷之一) >  

사대표장(事大表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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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위학생(宿衛學生)과 수령(首領) 등을 파견하여 입조(入朝)하게 한 장[遣宿衛學生首領等入朝狀]

신라국(新羅國) 당국(當國)은 아룁니다. 숙위하는 학생과 수령을 차견하여 입조하게 하니, 이들을 국자감(國子監, 당나라의 국자감)에 소속시켜 학업을 익히게 해 주기를 청하면서, 삼가 인원수와 성명을 갖추어 다음과 같이 분석해서 신주(申奏)합니다. 학생은 8인 - 최신지(崔愼之) 등 - 이고, 대수령(大首領)은 8인 - 기작(祈婥) 등 - 이고, 소수령(小首領)은 2인 - 소은(蘇恩) 등 - 입니다.

신이 삼가 태종 문무 성황제(太宗文武聖皇帝 당 태종(唐太宗))의 실록(實錄)을 살펴보건대, 정관(貞觀) 1년(627, 진평왕49)에 군신(群臣)에게 연회를 베풀 적에 〈파진악(破陣樂)〉의 노래를 연주하자 상이 시신(侍臣)에게 이르기를 “짐이 비록 무공으로 천하를 평정하였으나, 끝내는 문덕으로 해내(海內)를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곧 이어 학사(學舍) 수백 칸을 세워 사방의 생도(生徒)들을 불러 모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번(諸蕃. 열국, 만국, 제국.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의미합니다.)이 부러워하고 사모하면서 추장들이 자제를 보내 수업받게 해 달라고 청하자 이를 허락하였습니다.

(중략)

지금까지 국자감(당나라의 국자감)에는 오직 신라의 마도(馬道)만이 사문관(四門館) 북쪽의 회랑 안에 있을 뿐 무지한 저 제번(諸蕃. 열국, 만국, 제국.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의미합니다.)의 그것은 적적하게 중간에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발해(渤海)의 경우만 하더라도 교상(膠庠)에 학적을 둔 자가 없었고 오직 도야(桃野, 신라)의 제생(諸生, 신라의 학생)만 행단(杏壇)의 학려(學侶)에 끼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해인(海人, 신라)과 천객(泉客, 신라)의 미천한 성명(姓名)이 혹 금패(金牌)에 높이 걸리기도 하였으니 어찌 쓸모없는 군더더기 물건 같다고 부끄러워할 것이 있겠습니까. 어느 때는 영광스럽게 옥안(玉案, 당나라 임금의 눈 앞)에 오르기까지 하였으니, 이는 실로 후광(後光)에 힘입은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비록 학업을 전문적으로 독점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나라에 따라 차이가 없다는 사실〔人無異國〕을 증명할 만했다고 하겠습니다.

-고운집(孤雲集) 제 1권 장(狀) 숙위하는 학생과 수령 등을 차견하여 입조하게 한 장문 신라의 왕을 대신해서 지은 것이다. 아래의 글도 동일하다. 〔遣宿衛學生首領等入朝狀 代新羅王作 下同〕

신라(新羅) 나라 당국(當國)은 숙위(宿衛) 학생 수령을 뽑아 보내어 대국에 들어가 조회하게 함과 동시에 국자감(國子監 태학)에 붙어 학업을 익히게 하시기를 청하며, 삼가 사람 수효와 성명을 갖추어 분석하여 다음과 같이 아뢰오니, 학생은 여덟 명 최신지(崔愼之) 등 대수령(大首領) 여덟 명 기탁(祈婥) 등 소수령 두 명 소은(蘇恩) 등 입니다.

신은 엎드려 태종문무성황제(太宗文武聖皇帝, 당 태종)의 실록(實錄)을 보니 정관(貞觀) 원년에 여러 신하들과 잔치할 때 파진악(破陳樂)의 곡을 연주하자, 황제는 시종신(侍終臣)에게 이르시기를, “내가 비록 무력으로 천하를 평정하였으나 마침내 문덕(文德)으로써 해내(海內)를 편안하게 하겠다.” 하시고, 곧 학사(學舍) 수백 칸을 건립하게 하여 사방의 생도를 모아들이자 얼마 아니가서 여러 번방(藩邦, 열국, 만국, 제국.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의미합니다.)이 좋은 것을 사모하여, 추장(酋長)이 그 제자들을 보내어 수업하기를 청하므로 허락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로부터 신번(臣藩, 열국, 만국, 제국.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의미합니다.)들이 더욱 제항(梯航 제산〈梯山〉 항해의 준말)에 부지런하여 명령(螟蛉)의 아들같은 자들이 조공 바칠 보물과 함께 입조(入朝)하여 드디어 미름(米廩)의 속에 몸을 의탁하고, 직산(稷山)의 아래서 뜻을 가다듬어 사술(四術 문〈文〉ㆍ행〈行〉ㆍ충〈忠〉ㆍ신〈信〉)을 배우되 10년으로써 한정을 삼았으니, 비록 낙양에 들어간 어진이에게 부끄럼이 있으나 기수(沂水)에 목욕하던 수효에 모자라지는 않았습니다. 하물며 개원(開元)시대에 이르러 교화를 확장하여 크게 구준(衢樽)을 베풀어, 저쪽 물을 길어다 이쪽에 쏟되, 가까운 데로부터 먼 데에 미치게 하며, 매양 사신을 내려보내어 정밀히 유생(儒生)을 선택하고, 두 번이나 천장(天章 조서)을 내리어 한결같이 바다의 습속을 변화시키었습니다. 그러므로 고을에는 학교를 헐어버리자는 물의가 없게 되었고, 집에는 베틀을 끊어버린[斷機] 어머니가 없게 되었으며, 비록 회초리 매질로 가르치는 형(刑)을 만들었으니, 거의 형을 놓아버린 것과 같고, 또 찾아와서 배운다는 예를 들었지만 이는 오직 배움이 넉넉해지기를 경쟁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에 책을 짊어지고 온 제자들이 두 서울에 나누어 있어, 자주 왕래했기 때문에 많아질수록 더욱 준비를 갖추었던 것입니다.

요즈음 와서는 국자감 안에 유독 신라의 마도(馬道)만이 사문관(四門館)의 북랑(北廊) 안에 있고, 우준(愚蠢, 우둔)한 저 여러 번방(藩邦, 열국, 만국, 제국.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의미합니다.)은 적적하여 중간에 끊어졌습니다. 저 발해(渤海)만 해도 교상(膠庠)에 발붙일 수가 없으며, 오직 도야(桃野, 신라)의 제생(諸生)으로 하여금, 행단(杏壇)의 학도에 끼게 하였으니, 이로 말미암아 해인(海人, 신라)의 천한 성씨와, 천객(泉客, 신라)의 미미한 이름이, 혹은 영광스럽게 높이 금패(金牌)에 걸렸고, 혹 사마귀 붙은 것같음을 부끄러워하며, 혹은 영광스럽게 옥안(玉案, 당나라 임금의 눈 앞)에 올라 실로 남은 빛을 힘입었으니 비록 업(業)은 전문(專門)을 천단[擅]하는 데는 어긋났을지라도 사람이 나라를 달리함이 없다는 것은 증거가 됩니다.

-동문선(東文選) 제47권 장(狀) 견 숙위학생 수령등 입조 장(遣宿衛學生首領等入朝狀)

[이동 완료시 

이는 전세계의 최강대국인 중국의 당나라 조정에서 오직 신라국에게만 특례를 베풀어주었다는 기록입니다. 당나라의 국자감에 오직 신라국의 사람들만 있었고, 중국의 당나라 임금 눈 앞에 오르는 영예도 얻었으며, 중국의 당나라 조정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개최하는 과거제인 빈공과에서 발해가 기원후 800년대 중반 시점부터 급제(합격)자를 배출해 신라의 유일무이한 맞수로써 신라와 경쟁하기 전까진 오직 신라인들만이 급제(합격)자들을 독점해왔다고 하죠.

“돌아보건대 우리 이 일국(一國)은 다른 삼방(三方)과는 다르니라. 어째서 그러한가 하면 복장(服章)을 고치고 정삭(正朔)을 받들어 위로 황제의 나라를 준수하고 아래로 제후의 번방을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옛날에 옥황(玉皇)께서 선조(先祖)에게 시를 하사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예의(禮儀)는 나라 가운데 최고이고, 시서(詩書)는 집집마다 마련해두었다.’라고 하시었고, 또한 지난번에는 황화(皇華) 원계방(元季方)이라는 자가 와서 계림(鷄林)의 정사(政事)를 기록하여 시를 지어 이르기를, ‘다만 시서의 가르침이 아름다울 뿐 일찍이 전쟁의 북소리는 들리지 않으니, 옛 철왕(哲王)의 고요한 다스림이 이곳에 있다.’ 라고 하였다...

-동인지문사륙 > 동인지문사륙 권1(東人之文四六 卷之一) > 사대표장(事大表狀) > 왕위를 이은 것을 인정해줌을 사은하는 표문[謝嗣位表]

“돌아보건대 이 일경(一境, 신라)은 저 삼방(三方, 신라를 제외한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과는 다르다. 그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복장(服章)을 고치고 정삭(正朔)을 받들면서 위로 황제의 나라를 따르고 아래로 제후의 번방(蕃邦)을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옛날에는 옥황(玉皇, 중국의 당나라 임금)이 선조(先祖)에게 시를 내리기를 ‘예의는 나라 중에 으뜸이요, 시서를 집집마다 소장하였도다.〔禮義國爲最 詩書家所藏〕’라고 하였으며, 또 왕년에는 황화(皇華 조사(詔使))로 원계방(元季方)이란 자가 와서 계림(雞林, 신라)의 정사를 기록하였는데, 그 시에, ‘시서의 가르침이 아름다울 뿐, 전쟁의 북소리는 들린 적이 없다.〔但美詩書敎 曾無鼙鼓喧〕’라고 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예전에는 어진 임금의 태평한 정치가 여기에서 펼쳐졌는데...

-고운집(孤雲集) 제1권 표(表) 사사위표〔謝嗣位表〕

“생각건대 이 나라(신라) 일경(一境, 신라)은 다른 삼방(三方, 신라를 제외한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본국이 복장(服章)을 고치고 정삭(正朔)을 받들어, 우러러 황제 나라의 명을 준수하고 굽어 여러 제후의 번국(蕃國)을 화평하게 하는 터이니, 그러므로 옥황(玉皇, 중국의 당나라 임금)께서 선조(先祖)에게 시(詩)를 내리셔 이르기를, ‘예의(禮義)는 너희 나라(신라)가 으뜸이요, 시서(詩書)를 집마다 마련해 두었다.’ 하였고, 또 저번에 황화(皇華) 원계방(元季方)이 와서 계림(鷄林, 신라)의 정사(政事)를 기록한 시에 말하기를 ‘다만 시서(詩書)의 가르침이 아름다울 뿐, 일찍 병화(兵火)의 시끄러움이 없으니, 옛 어진 제후들의 고요한 다스림을 여기서 보리로다.’ 하였는데...

-동문선(東文選) 제33권 표전(表箋) 왕위(王位)를 이음을 사례하는 표[謝嗣位表]

전세계의 최강대국인 중국의 당나라 조정에서는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 중에서 신라국이 예의(인의. 근현대사가 시작되는 시점 곧 기원후 1800년대 중반 시점 이전까지는 동아시아[동북아시아]문명권이 가장 선진적인 문명권이여왔으며, 이 동아시아문명권에서는 중국, 한국이 양대 최선진국이여왔죠. 이 동아시아문명권에서는 고급문화, 고급철학을 두고서 예의, 인의 이렇게 언급해왔지요.)로는 으뜸이고, 시서(서적)들을 곳곳에 보관하였으며, 서적(문헌)의 가르침이 있을 뿐, 병화의 시끄러움이 없으니, 옛 어진 제후들의 고요한 다스림을 신라국에서 본다고 극찬할 정도였었습니다.

더구나 개원(開元) 황제께서 제위에 오르시어 바다에 물결이 일지 않았을 때에는 자주 왕언(王言)을 내려주시어 문덕(文德)을 널리 펼치셨고, 또한 신의 선조인 흥광(興光, 성덕왕(聖德王))·헌영(憲英, 경덕왕(景德王)) 부자가 그저 선(善)을 사모할 줄 안다 하여 팔분(八分)의 어찰(御札)을 여러 번 하사하시었는데, 용이 뛰어오르고 봉이 날아가는 듯하지 않은 것이 없어 채색된 전지(箋紙)가 이로 인하여 더욱 빛을 발하였고 신비로운 필적이 지금까지도 더욱 빛나고 있습니다. 보옥(寶玉)을 백숙(伯叔)의 나라에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는 일찍이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은구(銀鉤)를 이적(夷狄)의 시골에 하사하였다는 이야기는 아직 보지 못한 일입니다.

그 조지에 이르시기를

“경(卿)의 나라는 거의 노위(魯衛)에 비견된다고 할 수 있으니 어찌 다시 번복(蕃服)과 같다고 하겠는가."

라고 하시었고, 또한 대력(大曆) 연간에는 천어(天語)를 내려 말씀하시기를,

“구주(九州)의 바깥이지만 〈국내의〉 제후(諸侯)에 비길 만하니 만국(萬國) 가운데서 군자(君子)로다.”

라고 하시었습니다. 이는 모두 사랑으로써 허물을 잊으신 것이고 칭찬이 지나치신 것이니, 소국(小國)이 감당하지 못할 말씀입니다.

-동인지문사륙 > 동인지문사륙 권1(東人之文四六 卷之一) > 사대표장(事大表狀) > 조서(詔書) 두 함(函)을 하사해준 것에 사은(謝恩)하는 표문[謝賜詔書兩函表]

더구나 개원(開元) 황제께서 어우(御寓)하시어 바다에 물결에 일지 않을 때에는, 자주 왕언(王言)을 주시어 문덕(文德)을 널리 펴시었고, 뒤에 신의 선조 흥광(興光 신라 성덕왕(聖德王), 헌영(憲英 신라 경덕왕(景德王)) 부자가 제법 능히 선(善)을 사모할 줄 안다 하여, 여러번 팔분체(八分體)의 어찰(御札, 팔분체의 어찰, 팔분어찰 곧 임금이 직접 쓴 서찰)을 하사하셨는데, 그 어필(御筆)이 용이 날뛰는 듯, 봉이 날아가는 듯하여 채전(綵牋)이 이로 말미암아 빛을 더하고 신필(神筆)이 지금까지 아직 젖어 있으니, 보옥(寶玉)을 백숙(伯叔)의 나라에 나눠줌을 일찍이 들었으나, 은구(銀鉤)를 이적(夷狄)의 시골에 하사하심은 예전에는 보지 못한 바이었나이다. 그 조지(詔旨)에 이르기를, “경(卿)을 노위(魯衛)에 비(比)하노니 어찌 번복(蕃服)과 같으랴.” 하셨나이다. 또 대력(大曆) 연간에는 천어(天語)를 내리사 이르기를, “구주(九州) 밖에 있으면서도 제후(諸侯)에 비할 만하며 만국 중에 진실로 군자(君子)이다.” 하였으니, 이것이 모두 사랑으로 허물을 잊으심이요, 칭찬이 지나치심이라, 소국(小國)이 감당하지 못할 바이로소이다.

-동문선 제33권/표전(表箋) 조서 두 함을 하사하심을 사례하는 표[謝賜詔書兩函表]

그리고 가령 개원황제(開元皇帝)가 제위에 올라 바다에 물결이 일지 않을〔海不揚波〕당시에는 왕언(王言)을 곧잘 베풀어 문덕을 크게 펼치셨습니다. 또 이와 함께 신의 선조인 흥광(興光)과 헌영(憲英) 부자가 그저 선(善)을 사모할 줄 안다고 하여, 여러 차례나 팔분(八分) 서체(書體)의 어찰(御札, 팔분체의 어찰 곧 팔분어찰. 임금이 직접 쓴 서찰)을 하사하셨는데, 용이 뛰어오르고 봉이 날개를 치듯 하지 않는 것이 없었으니, 채색이 어린 전지(牋紙)가 이로 인하여 더욱 빛이 나는 가운데 신운(神韻)이 감도는 필적이 지금까지도 광택을 발하고 있습니다. 보옥을 백숙(伯叔)의 나라에 나누어 주었다는 말은 일찍이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은구(銀鉤)를 이적(夷狄)의 지방에 하사한 것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던 바입니다. 그 조지(詔旨)의 내용을 보면 “경(卿)의 나라는 거의 노위(魯衛)에 비교된다고 할 것이니, 어찌 또 번복(蕃服)과 똑같이 대우하겠는가.” 라고 하였으며, 또 대력(大曆) 연간에 이르러 내린 조칙의 내용을 보더라도 “구주(九州)의 밖에 있지만 중국의 제후에 비길 만하고, 모든 나라 가운데에서 바로 군자의 나라로다.” 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모두 소방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와 지나치게 칭찬하신 것으로서, 소방의 입장에서는 감히 감당하지 못할 말씀이라고 할 것입니다.

-고운집 제1권/표(表) 조서 두 함을 내린 것을 사례한 표문〔謝賜詔書兩函表〕

이 기록들을 잘 보시다시피, 중국 당나라 조정에서는 자국의 조정(중국의 당나라 조정)에 입조해와서 자국을 섬겨오는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여기에는 구당서 외국열전, 신당서 외국열전, 책부원귀 세 기록들을 보시다시피, 돌궐국[후돌궐국 곧 돌궐 제 2왕조], 회흘국[회골국, 위구르 왕조], 토번국[티베트 왕조]은 물론이거니와, 당시 서역[서양]의 대표적인 국가들인 천축국[현 인도를 위시한 남아시아권의 모든 국가들에 대한 통칭입니다. '오천축[오천축국]' 이라고도 불려왔었죠.], 파사국[페르시아, 현 이란. 당시엔 이미 이슬람 왕조 곧 우마이야 왕조에게 사산 왕조 페르시아가 멸망당해 직접적으로 통치, 지배당하고 있었는데, 이 사산 왕조 페르시아의 잔여 세력이 중국의 당나라 조정에 입조해와 중국의 당나라 조정을 섬겨오게 된 것이죠.], 대식국[백의대식국, 흑의대식국, 이슬람 왕조 곧 우마이야 왕조, 아바스 왕조] 그리고 불름국[불림국, 대진국, 로마-동로마]까지 모두 포함되지요.)을 신라국과 그 외 나머지 이렇게 간주해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정확히는 신라국은 중국의 당나라와 한 몸과도 같은 또다른 중화이며,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 중에서 단연 군자국으로써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과는 격이 다르다고 중국 당나라 조정에서 공식적으로 시인해준 거라고 볼 수 있지요(더군다나, 중국 당나라는 중국 역사상 최고 전성기로 칭송받아온 왕조이기도 하지요. 중국 역사상 통일왕조인 것은 덤이구요.). 위 기록의 문맥을 보면 아시겠지만, 신라국과 더불어 우리나라 역사상에서 남북국(남북조) 시대를 구성한 발해국도 신라국에 감히 비할 수 없는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에 포함되어왔던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발해국도 기원후 700년대에서 기원후 800년대 전반까지는 신라국에게 밀리는 입장이였지만, 제 10대 임금인 선왕 대인수의 재위시기가 마무리되는 기원후 800년대 중반 즈음부터는 중국의 당나라 조정에 의해서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 중 신라와 공동 제일의 반열에 배석되는데요. 이는 아래의 기록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그 뒤로 점차적으로 은총을 받더니 어느새 신의 나라(신라)와 대등한 예로 대하게 되었다는 말을 듣기에 이르렀는데, 강관(絳灌, 발해)과 같은 줄에 서게 된 것을 어찌 차마 말할 수 있었겠습니까마는, 염인(廉藺)이 화해했던 옛일을 생각하며 인내하였습니다. 발해는 도태(淘汰)한 사력(沙礫)과 같은 존재로서 우리와는 운니(雲泥)처럼 현격하게 구별이 되는데도, 조심하며 자신을 단속할 줄은 알지 못하고서 오직 윗자리를 범하려고 꾀하였습니다. 그들은 소의 꼬리가 되는 것을 수치로 알고 용의 머리가 되겠다는 엉뚱한 꿈을 꾸면서 처음부터 아무 거리낌 없이 함부로 지껄여 대었습니다. 어찌 우리가 격좌(隔座)의 의례에 얽매어서 그런 것이겠습니까, 실로 그들이 강계(降階)의 예법에 어둡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중략)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건대, 명위(名位)가 같지 않은 이상에는 등차(等差)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여겨집니다. 신의 나라(신라)는 진관(秦官)의 극품(極品 가장 높은 품계, 승상의 직급)을 받은 데에 비해서 저 번국(蕃國, 발해)은 《주례(周禮)》의 하경(夏卿 병부 상서의 직급)을 임시로 받았을 뿐인데, 근래에 선조(先朝)에 이르러서 갑자기 우대하는 은총을 받기에 이른 것입니다. 하지만 융적(戎狄)의 욕심은 끝까지 채워 줄 수가 없는 법이니, 요순(堯舜)과 같은 성군이라 할지라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골치가 아플 것입니다.

-사불허북국거상표 기록 중.

본디, 기원후 600년대 후반 이후 시점부터는 고구려국에 뒤이어 신라국이 중국 당나라 조정에 입조해오는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 중에서 단연 제일의 반열에 배석되어왔고, 여기에 덤으로 중국 당나라 조정으로부터 군자국 호칭으로 칭송받아왔죠. 그러나, 발해국이 제 2대 임금인 무왕(본명은 대무예), 제 3대 임금인 문왕(본명은 대흠무)의 재위시기를 통해 급속도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게 되었고, 결국엔 이 사불허북국거상표에 기록된 그대로 신라국의 명사 최치원으로부터 사불허북국거상표를 진상받은 중국 당나라 제 18대 임금인 소종의 선조인 당나라 제 17대 임금 희종의 재위시기 도중인 기원후 873년에서 기원후 888년 사이 기간에 발해국이 중국 당나라 조정에 입조해오는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 중에서 신라국과 공동 제일의 반열에 배석받는 극진한 우대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시점은 중국 당나라 제 17대 임금인 희종, 신라국의 제 49대 임금인 헌강왕, 발해국이 제 13대 임금인 대현석 재위시기 도중이였기도 했지요. 이 시점부터 발해가 신라와 맞먹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신(臣, 양성지)이 《당사(唐史)》를 살펴보건대, 발해(渤海)의 대조영(大祚榮)은 고구려[前麗, 전려, 옛 고려, 고구려]의 옛 장수인데 갑자기 일어났다가 망했으므로 일컬을 만한 것이 없었는데도, 동국(東國)의 예악(禮樂)과 문물(文物)의 융성(隆盛)한 것은 다만 발해(渤海)만 일컬었을 뿐이고 삼한(三韓, 신라)은 참여시키지 아니하였으니, 신(臣)은 가만히 이를 부끄럽게 여깁니다.

-세조실록 7권, 세조 3년(1457년) 3월 15일 무인 3번째기사

발해국(북국, 북조)이 신라국(남국, 남조)보다 문물의 융성함이 우위였다는 언급들이 '당사' 에 수록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 내용의 맥락을 보면, 참으로 흥미롭게 여길 부분이지요.

진사(進士)로 인재를 뽑는 것은 본래 당(唐)나라 때 성행하여, 장경(長慶) 초에 김운경(金雲卿)이란 사람이 처음으로 신라(新羅)의 빈공(賓貢)으로서 두사례(杜師禮)가 주관한 시험에 합격하였고, 이때부터 천우(天祐) 말년까지 빈공과(賓貢科)에 합격한 사람이 모두 58명이며, 오대(五代)의 후량(後梁)과 후당(後唐) 때에 또 32명이 있는데, 발해(渤海) 출신 10여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졸고천백.

한림(翰林) 이중보(李中父)가 사명을 받들어 정동성(征東省)에 들렀다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려 할 적에 나를 찾아와서 작별하므로 말하기를, “진사(進士)로 사람을 취택한 것이 본래 당(唐)나라 장경(長慶) 초년부터 성했는데 김운경(金雲卿)이란 이가 비로소 신라의 빈공(賓貢)으로 두사례(杜師禮)의 방(牓)에 이름이 올랐으며, 이로 말미암아 천우(天祐)의 종년(終年)까지 무릇 빈공과(賓貢科)에 오른 이가 58명이 있었으며 오대(五代)의 양(梁), 당(唐)에 또 32명이 있었으니, 대개 발해(渤海)의 10여 인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동국 사람이었다.

-동문선.

진사과(進士科)의 시험을 통해서 인재를 뽑는 것은 본래 당나라 때에 성행하였다. 장경(長慶) 초기에 김운경(金雲卿)이 최초로 신라 빈공(賓貢)의 신분으로 두사례(杜師禮)가 주관한 과거에 급제하였다. 이로부터 시작해서 천우(天祐) 말년에 이르기까지 빈공을 대상으로 실시한 과거에 급제한 자는 모두 합쳐서 58인이었고, 오대(五代)의 양(梁)과 당(唐) 때에는 또 32인이 나왔는데, 대개 발해(渤海)의 제번(諸蕃) 출신인 10여 인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사람들 모두가 동방의 인사들이었다.

-가정집.

 

이는 전세계의 최강대국인 중국의 당나라 조정에서 주기적으로 개최해온 빈공과에 대한 기록들인데요. 빈공과는 중국 이외의 모든 나라들의  사람들 즉, 외국인들 전용 과거제였다고 보시면 될 것인데요. 보시다시피, 역대 빈공과 급제(합격)자들의 명단을 보면, 전부 신라/발해 사람들 곧 우리나라의 사람들 뿐이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원후 800년대 중반까지는 신라인들이 빈공과 급제자를 독차지해왔습니다만, 기원후 800년대 중반부터는 오소도를 위시한 발해인들이 빈공과에 급제하게 되면서 빈공과 급제자는 우리나라 역사상에서의 남북국(남북조) 시대를 구성한 신라/발해 두 나라만이 막상막하로 경쟁하면서 독점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신라/발해는 중국의 당나라 조정으로부터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 중 공동 제일의 반열로 대접받아온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권의 국가들이 미국, 캐나다, 호주(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중남미권의 국가들 등을 두고서 근본이 없는 촌놈의 국가로 부르고, 이 중에서 미국의 경우는 자신들보다 지금은 앞서있지만, 역사를 봤을 때, 근본이 없는 촌놈의 국가(미국은 영국계 이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유럽계 이주민들이 건설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여기는 심리가 존재하는데요. 이것은 전세계 문명사의 양대 최선진국, 근본(근원)국이여온 중국, 한국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대단히 웃픈 일이 아닐 수 없는 것 역시 잘 알 수 있을 거란 점에서 흥미로울 따름입니다. 유익한 참조가 되어드렸으면 해요. 좋은 하루 되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