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오는 영화들이 거의 다 개판 오분전이라 

이번에는 안 볼 생각이었습니다.

바이럴 광고 글들이 많아 속는 것도 싫었고 말입니다.

위키드 같은 영화를 극찬하는 것도 어이가 없었고

(망작은 아니지만 극찬한 글 때문에 모처럼 각 잡고 갔다가 실망한 영화)

모아나의 개연성 없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 모아나의 볼거리는 충분히 좋았습니다.)

그 시대에 나오는 모든 컨텐츠들은

그것을 접하는 사람의 경험치에 따라 

평가가 나뉘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평소에 혼자가 아닌 배우자랑 

영화관을 자주 가고 또 같이 보고 나서

그 영화에 대한 감상을 서로 나누는 걸 좋아하는,

영화를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하얼빈이라는 영화의 간단한 감상평은

'올 해 나온 한국영화 중 가장 볼 만한 작품'이라는 겁니다.

물론 나라가 위태 위태한 탄핵 시국이라는 

시기성도 한 몫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시국이 될 지 모르고 만든 대본임에도

가슴에 와 닿을 수 밖에 없는 대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는 암살 같은 액션을 기대 했다 하지만 

장엄함과 비장함을 기본으로 한 영화의 컨셉 또한

꽤 괜찮게 잘 뽑혔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 하나는 하얼빈에서의 거사를 표현함에 있어

디테일은 버리고 심플하게 끝내려 한 것이었다는 겁니다.

그 장면만 기대한 필자로서는 안타깝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집으로 가는 중

여느 때와 같이 집사람과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습니다.

둘 다 역사 매니아인 사람들이라 

자연스레 역사적인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사람은 안중근이 일본 군인들을 풀어 준 이유에 대해서

"답답하게 보일 순 있지만 아마 독립이 나중에 될 걸 생각해서

  국제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만큼 멀리 내다 보고 한 결정이었을 거다."

라고 했고 저는

"분명 일반인이 생각하기 힘든 큰 인물이었던 것은 맞다.

  다만, 그런 사람은 혼자 행동 해야 하는 사람이고 

  정치 지도자가 되었을 때만 빛을 발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순신처럼 휘하의 사람들을 통솔 하는 자리에 있어선 결코 안 될 인물이다.

  그럴 줄 몰랐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그가 동지 및 부하들을 다 죽게 한 것은 분명하다.

  이순신을 성웅이라 하지만 전쟁을 할 땐 그 누구보다 상대방에 대해서 치밀하게 잘 알고자 했던 장수이다.

  그 당시에 정보전을 펼쳤고 일본인의 특성을 잘 파악해 가장 믿지 못 할 놈들이라고까지 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안중근의 뜻과 거사는 위대했으나 그 이상을 실전에서도 적용 하려 했던, 

  안타까운 점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어찌 알겠는가.

  그의 희생은 오늘 날의 후손들에게 일본의 우두머리라 한들, 

  결코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될 상대라는 걸 각인시켜 주었으니까...

  이상이 어쩌고 저쩌고 씨부리는 끝판 대장이라도 

  한 방에 골로 보내 줄 수 있다는 걸 손수 보여 주셨으니까... 

  나만 해도 다시 그런 날이 오면 한 번 쯤은 시도해 보고 죽어야지 

  라는 생각을 들게 해 줬으니까..."

라고 말했습니다.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들려 오는 소식들은 여전히 암담하고 답답합니다.

부디 영화를 보는 모든 분들이 보고 나서 마음을 다 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