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 동지사(冬至使) 정사룡(鄭士龍)을 인견(引見)하였다. 정사룡이 아뢰기를,

"신이 북경(北京)에 가서 예부(禮部)의 좌기(坐起)를 기다려 자문(咨文)을 내고서 고하기를 ‘우리 나라 사람이 조회하러 오면 전대(前代)로부터 뜻대로 나들이하였는데, 이제는 예전 같지 않아서 구속(拘束)이 매우 심하니 드나드는 것을 막지 않기 바란다.’ 하였더니, 상서(尙書) 하언(夏言)이 말하기를 ‘알았소.’ 하였는데, 그 낯빛을 보니 허락하는 듯하였습니다. 그 뒤 조천궁(朝天宮)에서 의식(儀式)을 익힐 때에 신이 일찍 오문(午門) 안에 나아가서 상서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꿇어앉았더니 상서도 멈추어 서기에 신이 통사 이화종(李和宗)을 시켜 묻기를 ‘조종조(祖宗朝)에서는 우리 나라가 예(禮)를 안다고 하여서 내복(內服)처럼 대우하여 편의한 대로 나들이하였는데, 이제는 닷새에 한 번 나들이하여 달자(㺚子)와 다를 것이 없이 구속이 매우 심하므로 이미 자문을 냈으나 결정을 모르겠다.’ 하니, 상서가 말하기를 ‘알았소.’ 하였습니다. 상서가 제본(題本)의 단자(單子)에 손수 ‘해동(海東)의 사신(使臣)은 날마다 나들이하여도 제한할 것 없다.’라고 써서 입계(入啓)하여 예부에 허가가 내려지고 회동관(會同館)에 예부의 수본(手本)이 와서 성지(聖旨)가 이미 내려졌는데 문금(門禁)이 여전하므로 상마연(上馬宴)이 끝난 뒤에 신이 나아가 말하기를 ‘우리 나라 사람은 나다녀도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런데 책을 사려해도 책가게에 못가고 관광(觀光)하러 나가려 하여도 문을 지키는 사람이 나들이를 쾌히 허락하지 않으니, 매우 온편하지 못하다.’ 하니, 상서가 곧 제독주사(提督主事)를 불러 말하기를 ‘성지가 이미 내려졌는데 어찌하여 그대로 거행하지 않고 이렇게 하는가. 매우 잘못이다. 나들이하려 하거든 자유로이 할 수 있게 하라.’ 하였습니다. 그 뒤로는 멀리 다니며 두루 놀더라도 막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일은 전일보다 단속이 더욱 엄하여졌으니, 뒷날에 중국에 들어가는 사람이 이미 나들이를 터 주었다 하여 마음대로 다니다가 달관(達官)에게 무례(無禮)하여 다시 구금(拘禁)되면 아마도 형세가 다시 청할 수 없을 듯합니다. 이 뒤로 북경에 가는 사람은 각별히 더 밝혀서 경계하여 지나치게 나다녀서 무례한 일이 없게 하여야 하겠습니다. 또 상서 하언은 물망이 매우 중하고 의표(儀表)가 특이하며 조정의 반열(班列)에서 문한(文翰)과 필법(筆法)이 모두 절묘한데, 우리 나라가 예의(禮義)를 알고 문아(文雅)를 숭상한다 하여 대우를 특별하게 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황제가 오래 정무를 보살피지 않는다 하는데, 경연(經筵)도 하지 않던가?"

하니, 정사룡이 아뢰었다.

"경연에는 한 해 동안에 두 번만 나아갔다 합니다. 근래는 불편하므로 시조(視朝)하지 않고, 경연의 소식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중종실록79권, 중종 30년(1535년) 1월 27일 무자 2번째기사

조고(詔誥)의 등황(謄黃) 두 통을 정원에 내리면서 일렀다.

"전에 공용경이 중국 조정에 아뢰어 조선은 내복(內服)의 예(例)에 따라 무릇 천하에 조고(詔誥)하는 일이 있으면 다 통유(通諭)하기를 청하였으므로, 이번에 존시(尊諡)를 더 올린 것과 소성 황후(昭聖皇后)의 유고(遺誥)를 요동에서 등황(謄黃)하여 보내왔다. 그 유고 가운데에 ‘중외(中外)의 신민 집에서는 음악을 없애지 말고 종실(宗室)의 제왕(諸王)은 각각 상장(喪葬)에 참여하지 말고 사람을 보내어 진향(進香)하기만 하라.’ 하였으니 이것으로 보면 외국은 진향할 수 있는데, 또 ‘외방에 있는 문무(文武) 각 아문(衙門)은 모두 진향하지 말라.’ 하였으니, 그렇다면 진향할 수 없을 듯하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겠는가? 승문원(承文院) 《등록(謄錄)》의 제목을 보면 또한 진하(進賀)하러 보내지 않은 때가 없었다. 전해 들은 것만으로도 진하하였는데, 더구나 우리 나라에 친유(親諭)한 것이겠는가. 빨리 삼공(三公)에게 의논을 거두라."

"... 신들의 생각으로는 조정에서 천하에 조고(詔誥)하는 예제(禮制)가 있으면 언제나 똑같이 알려야 마땅하거니와, 따로 관원을 외방에 멀리 보낼 것 없이, 성절(聖節)과 동지(冬至) 때마다 경사(京師)에 와 있는 그 나라 배신(陪臣)에게 특별히 칙서(勅書)를 내려서 가지고 돌아가게 한다면, 저들이 중화(中華)를 사모하고 향화하는 마음이 더욱 두터워서 변하지 않고, 임금을 존숭하고 위를 친근히 여기는 정성이 더욱 굳어서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외국이 조정을 섬기는 것을 드러내어 권장할 수 있고 먼 이적이 참으로 복종하여 장차 느껴서 일어나는 바가 있을 것이니, 왕자가 크게 일통한 정치가 어느 것인들 이보다 더하겠습니까. 성명(聖明)의 채택을 바랍니다."

하였는데 알았다는 성지(聖旨)를 받았다. 예부(禮部)의 제본(題本)은,

"예제(禮制)를 통달하고 먼 지방 사람을 회유하여 일통의 성치를 밝히는 바입니다. 한림원 수찬(翰林院修撰) 공용경(龔用卿)과 호과 급사중(戶科紹事中) 오희맹(吳希孟)이 각각 아뢰어, 예제를 통달하고 먼 지방 사람을 회유하여 일통의 성치를 밝히는 일을 청한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국가의 황복(荒服)인 여러 나라를 살피건대, 오직 조선 국왕이 평소에 공순하다고 일컬어져 여러 이적과 같지 않습니다. 해마다 만수 성절(萬壽聖節)과 동지에 모두 사신을 보내어 조공하는 일을 끊은 적이 없어서, 국가가 그 나라를 예우하되 늘 되도록 후하게 하여 역시 이적의 예로 대우한 적이 없고, 등극(登極) 및 동궁(東宮)을 책립(冊立)하는 큰 전례(典禮)가 있으면 모두 사신을 그 나라에 보내어 조유(詔諭)하였습니다.

요즈음 원량(元良)이 탄생하여 중화와 이적을 함께 경하하는데, 황상께서 특별히 무외(無外)가 인애를 미루어 수찬 공용경 등을 보내어 조서를 가져가서 고유하여 좋은 법을 드러내게 하셨으니, 은혜가 지극히 후하였습니다. 그 두 사신이 조서를 받들고 그 곳에 이르자, 그 국왕 이휘가 또 능히 전례대로 따르고 한결같이 사신의 말을 따라 황제의 은혜를 미루어 넓혀서 나라 안에까지 미쳐서, 그 나라가 예를 따르고 의리를 사모하여 일을 공경히 하여 어기지 않는 실속을 모두 나타냈으니, 참으로 가상합니다.

이제 그들 관원이 ‘앞으로 천하에 조고하는 예제가 있으면 똑같이 알려야 하거니와 반드시 따로 관원을 차출할 것 없이, 다만 경사에 와 있는 그 나라의 배신에게 특별히 칙서를 내려서 받아 가지고 돌아가게 하여도 모두 예제를 통달하고 먼 지방 사람을 회유하게 된다.’는 뜻을 아뢰었는데, 아뢴 대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조종(祖宗)의 옛 제도를 살피건대, 무릇 천하에 조고하는 일이 있으면, 종실(宗室)·번병(藩屛)의 제왕(諸王)에게까지도, 각각 그 포정사(布政司)가 등황(謄黃)하여 관원을 보내어 각각 왕부(王府)에 가져가서 읽게 하였습니다. 이제 조선국이 황복(荒服)에 있기는 하나, 전에 국가의 예제, 이를테면 사교(四郊)·구묘(九廟) 및 양궁(兩宮)의 휘호(徽號)를 올리는 등 예를 이루고 천하에 조고하는 것이 그 나라에 미치지 않았는데도, 그 임금이 들어 알고서 예를 갖추어 지극한 정성으로 사신을 보내어 표문(表文)을 올리고 조공하고 하례를 아뢰었습니다. 앞으로 국가의 모든 예제를 조고하는 경우에는 똑같이 알려도 지나친 것이 되지 않겠습니다. 명이 내려지는 날을 기다리지 말고, 본부(本部)가 순무 요동 도어사(巡撫遼東都御史)에게 자세히 자문을 보내어 요동 도사(遼東都司)에 다시 공문을 보내게 하여, 이 뒤로는 무릇 천하에 조고하는 예제가 있을 때에 마침 조공하고 돌아가는 그 나라의 사신이 있거든 곧 격식에 따라 조고 한 통을 등황하여 그 나라 사신에게 주어 본국에 가지고 돌아가서 미리 읽고 예를 거행하게 하면, 아마도 중화와 이적이 일통한 성치(盛治)를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의 큰 전례를 당하여 사신을 보내어 조유(詔諭)하여야 할 것은 그대로 옛 규례에 따라 다시 따로 결정해야 하겠습니다."

하였는데, 아뢴 대로 하라는 성지(聖旨)를 받았다.

-중종실록96권, 중종 36년(1541년) 10월 7일 기미 1번째기사

공조 참의 박승임(朴承任) 등이 부경(赴京)하여 예부 주사(禮部主事)에게 글을 올렸다. 그 내용에,

"본국은 동쪽에 접경(接境)하여 황화(皇化)를 밀접히 받고 있으니 명칭상으로는 외번(外藩)이나 실지는 내복(內服)과 같습니다. 뭇 별이 북극성을 향하는 것과 같은 오롯한 정성이 갈수록 변치 않으니 조정에서도 우리의 충순(忠順)함을 알아주시어 그 의리를 사모하는 마음을 가상히 여김으로써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특별한 예우로써 대하였습니다. 소방을 사랑하는 인자하심이 내외에 간격이 없고 권속처럼 돌봐주는 총애와 은총이 이르지 않음이 없으니, 하방(下邦) 또한 황은에 감읍하여 더욱 사모하는 정성을 독실히 하면서도 혹시 추호라도 법도를 어기어 천위(天威)에 죄를 지을까 두려워하였습니다.

이번에 비직(卑職) 등은 동지(冬至)에 하례하는 표문을 높이 받들고 황제의 궐문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홍려시(鴻臚寺)에서는 비직 일행의 반열을 무직 생원(無職生員) 및 설의인(褻衣人)들의 뒤로 물렸고, 또 삭망(朔望)에 조현(朝見)할 때에는 황극문(皇極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다만 문 밖에서 행례(行禮)하도록 하였습니다.

오래도록 행해져 온 사례(事例)에 비교해 보건대 존비(尊卑)의 서열이 현격하여 멀리서 온 저희들로서는 놀랍고 당혹하여 무슨 이유 때문인지를 몰랐습니다. 즉시 해부(該部)에 정품(呈稟)하려고도 했습니다만 아직 현조(見朝)의 예를 행하지 않은 까닭에 감히 앞질러 간모(干冒)하지 못하고 우선 신령(新令)을 따르면서 은인자중 미루어 나가자니 얼굴이 달아오르고 등에 땀이 흘러 몸둘 곳이 없습니다.

비로소 통사로 하여금 은미한 간청을 집사에게 아뢰도록 하고 정문(呈文)으로 분변해 밝힐 뜻을 품달케 했는데, 집사께서는 번거롭게 호소한다고 죄주지 않으시고 특별히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내려주시는가 하면, 또 정문할 필요 없이 해사(該司) 낭중(郞中)에게 말로 품달해도 된다고 분부하셨습니다. 낭중 대인도 경솔하게 변역(變易)시킨 것을 의아해 하면서 곧바로 상서 합하(尙書閤下)에게 품의하였고, 진하(進賀)하는 날에는 따로 하리(下吏)를 보내어 반열의 서차를 곡진하게 유시함으로써 옛날의 반열에 따라 관패(冠佩)의 후열에 같이 서게 되었으니, 잃었다가 다시 회복한 그 기쁨과 다행함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저희들은 집사가 내려주신 은혜를 배수(拜受)하고 ‘이제부터는 옛날 규정대로 모두 준행하게 될 테니 근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망일(望日) 조현에 홍려시에서는 여전히 변례(變禮)를 고집하여 극문(戟門) 밖에서 저지하고는 야만스런 오랑캐들과 등급을 같게 하여 뜰에 함께 나누어 서게 하기를, 민망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러나오기는 하였으나 스스로 이해할 길이 없었습니다. 생각하건대 방례(邦禮)에 대해서는 춘관(春官)이 관장하고 있고 소방의 경우도 하정(下庭)에 예속되어 있으니, 배신의 반열이 잘못된 뜻을 다른 곳에서 바로 잡을 수는 없는 일로서 역시 현집사(賢執事)께서 처리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대저 상국(上國)에서 번복(藩服)을 대우하는 데에는 자연 권도(權度)의 곡절(曲折)이 있었으니, 비록 춘추(春秋) 시대라 할지라도 왕조(王朝)에 입근(入勤)할 때면 하국(下國)의 배천(陪賤)이라 하여 낮춰보고 천류(賤流)들의 말단에 억지로 끼워 넣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지금 조정에서 소방에 사신을 보내 조칙을 반포할 때면 특별히 측근에서 시종하는 신하들을 가려 뽑으시고, 더구나 교제(交際)를 지낸 뒤 경성(慶成)의 연회 때에는 배신의 좌석을 전내(殿內)에 베풀어 주십니다. 이로써 보건대 배신이 조하(朝賀)할 때의 반열은 당연히 일정한 등급이 있어야 할 듯 싶습니다. 조현할 때 유품관(流品官)의 다음, 생원 잡류들의 앞에 서열이 있게 된 이 의례(儀例)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천개 후생(賤价後生)으로서야 알 길이 없지만 선조(先朝) 이래도 한번도 바뀌어지지 않았으니, 후세에서도 경솔하게 이미 이루어진 규정을 바꿀 수는 없는 일입니다. 조의(朝儀)를 맡은 자는 옛 헌장(憲章)을 금석처럼 굳게 따라야 합니다. 설혹 그 유폐(流弊)가 정치에 방해가 되어 가감해야 될 경우라도 또한 응당 신주(申奏)하여 해부에 위임하고 자세히 의논하여 정탈(定奪)한 뒤에 황제의 결단을 재가받아 밝게 선포하여 널리 알림으로써 의아함이 없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한다면 처사가 도리에 맞게 되니 먼 데서 온 사람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근자에 조정에서 관여하여 알지도 못하고 해부(該部)의 의논을 거치지도 않고 반행(半行)의 문자도, 한마디의 말도 없이 갑자기 서반(序班)을 시켜 말로 떠들어대고 팔을 휘두르면서 욱박질러 선조 때 이미 정해진 옛 규정을 무너뜨리고 한동안 폐단이 없었던 성법(成法)을 바꿔버렸으니, 저희들이 반복해서 생각해 보아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필시 ‘저 변방의 천한 족속들이야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으니 부르면 오고 가라면 갈 일이지 어느 누가 감히 거역하랴.’ 여기고 마음대로 지시함으로써 그렇게 되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생각건대, 조정에서 외국을 접대함에 있어 그 호령 하나하나가 실로 체통과 관계되고 일진 일퇴(一進一退)하는 것이 곧 등위(等威)와 관계되는 것이거늘, 아무 까닭없이 하루아침에 반품(班品)을 떨어뜨리고 내외(內外)를 구분지어 격리시키니, 이 어찌 체통에 구애되고 사모하여 바라는 마음에 서운함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왕자(王者)의 정치라는 것은 착한 일이 있은 연후에 승진시키면 권장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죄를 저지른 연후에 낮춰 쫓아내면 징계되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 소방은 누세(累世)를 하루처럼 지성으로 사대(事大)하여 특별히 거역한 일이 없었는지라, 황조(皇朝)의 조종(祖宗)에서도 이런 까닭으로 은혜를 두텁게 하여 우대해 주셨고 가상하다고 포상해주신 윤음(綸音)이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저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마치 벌이라도 주는 것처럼 갑자기 폄강(貶降)을 징계하듯 가하는 것입니까?

우리 사왕(嗣王)은 천자의 위엄을 두려워하여 조금도 어기지 아니하였습니다. 배신이 경사(京師)에서 돌아가게 되면 반드시 앞으로 불러내어 성수 무강(聖壽無彊)하신지를 공경히 물어볼 것이고, 심지어는 진공(進貢)한 물건이 오손(汚損)되지는 않았는지, 배려하는 예의 절차에 실수나 없었는지, 황제 폐하를 우러러 뵈고 연상(宴賞)은 공손히 받았는지를 모두 물어보기를 한결같이 전의 법도대로 할 것입니다. 별로 착오가 없었을 것 같으면 일국의 대소 신하들이 서로 경하하며 유사(有司)의 책임도 그런 대로 면하게 되었다고 여기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이 돌아가서 국왕이 물어보신다면 장차 무슨 말로 대답해야겠습니까? 우리 국왕께서 만약 사신의 반열을 어이없게 탈취당하고 또 대정(大庭) 밖으로 내침을 당했다는 사실을 듣기라도 한다면, 반드시 놀랍고 두려운 마음으로 근심에 싸여 ‘상국에 대한 나의 정성이 전보다 못해서 조정에서 벌을 내린 것일까? 배신들이 무상(無狀)하여 조정의 의례를 간범(干犯)했기 때문에 유사가 법으로 재단(裁斷)한 것일까?’ 하고, 일국의 신민(臣民)들과 함께 전전긍긍하며 침식(寢食)을 불안해 하여 장차 그 이유를 구명하시려고 황제 폐하에게 진사(陳謝)하실 것이 틀림없습니다. 배신은 이런 경우를 당해서 무슨 말로 진달해야 되겠습니까? 집사께서는 양찰해 주십시오.

우리 과군(寡君)께서는 소방을 지키시며 조석으로 집무가 있어 직접 오실 수 없는 지라 배신 한두 명으로 하여금 외람되게 하집사(下執事)에게 예물을 바치게 하였으니, 그렇다면 배신이 비록 천한 몸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과군을 대신하여 일을 행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천조(天朝)에서 대접하실 때에 미천한 배신에 대해서야 무슨 생각할 것이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과군의 심부름을 하러 온 사람이라고 하여 우대해주시는 것입니다.

이제 마땅히 서야 될 반열을 잃고 문밖으로 내려와서 배례(拜禮)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비록 배신이 자리를 잃은 것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과군의 수치가 되는 것이며 이것이 비록 홍려시에서 배신을 억제해 축출한 것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조정에서 아무 까닭없이 소방을 욱박질러 내쫓은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황조(皇朝)에서 질종(秩宗)의 관아를 설치하고 훌륭한 공경 대부를 두어서 명확하게 변별하여 판정을 내리고 있으니, 홍려시는 그저 이루어진 규범을 봉행하여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개 유사(有司)일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 조종조 누대를 거듭해 오면서 늘 행해 오던 폐단없는 정의(廷儀)를 갑자기 한마디로 혁파해버리고는 비록 상서 합하나 낭중 대인이 특별히 간곡하신 유시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흔쾌하게 바로잡지 아니하고 여전히 고체(固滯)시키고 있습니다. 천품(賤品)인 미명(微命)이야 애석할 것이 없습니다만, 황조에서 돌보아주시는 융숭한 뜻과 과군이 사모하는 순일한 정성이 모두 허무하게 버려지고 말았으니, 이것이 바로 저희들이 구구한 정성으로 곡진하게 호소하여 마지않는 이유입니다. 당사(堂司)에 다시 고하시어 꼭 시행되도록 곡진한 말씀을 내려주심으로써 옛 반열을 회복하고 이루어진 규범을 폐추시키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 희망만 이루어진다면 이보다 큰 다행이 없겠으니 집사께서는 살펴주십시오. 외람되게 위존(威尊)을 번독케 하여 황송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였는데, 예부가 그 반차(班次)를 다시 바로잡아 영원히 항식(恒式)으로 삼도록 하였다.

-선조실록3권, 선조 2년(1569년) 11월 29일 무술 2번째기사

이는 중국의 명나라 조정에서 자국의 조정(중국의 명나라 조정)에 입조해와 자국의 조정을 섬겨오는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 중 오직 우리나라 곧 조선국에게만 문금을 가하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궁궐 내부를 자유롭게 나들이하도록 조치해준 것과 그 이외에도 오직 조선국에게만 특별 배려를 베풀어온 기록들입니다. 이에 대해 유익한 참조가 되었으면 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