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짜리 꼭 챙겨 마셨는데” 숙취해소제 아니라니…이젠 못 믿겠다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서울 한 편의점. 지금도 숙취해소제 코너에서 버젓이 판매 중인 ‘여명’이다.

오랜 기간 숙취해소제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래미의 ‘여명808’과 ‘여명1004’이 올해부터 ‘숙취해소제’란 문구를 표시하거나 광고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월 1일부터 숙취해소 관련 인체적용시험 실증을 거쳐야만 ‘숙취해소’란 표현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명은 인체적용시험 실증자료를 갖추지 않았고, 자율심의기구의 심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여명은 이제 숙취해소나 그와 유사한 표현을 광고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여전히 일선 판매 현장에선 숙취해소 광고 문구가 표기된 제품이 혼용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

식약처는 올해부터 ‘숙취해소 표시·광고 식품의 인체적용시험 실증 의무’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숙취해소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제품만 숙취해소란 표현을 쓸 수 있다. 최근 숙취해소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객관적으로 숙취해소 효능 여부를 전달하는 차원에서다.

식약처에 따르면, 여명은 현재 숙취해소제 표시나 광고를 할 수 없는 상태다. 숙취해소 효과를 입증하는 인체적용시험 실증을 거치지 않아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숙취해소’ 표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체적용시험 자료를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여명의 경우 자료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일선 판매 현장에선 여명808과 여명1004 등이 ‘숙취해소’ 문구가 없는 제품과 ‘숙취해소에 조은차’란 문구가 포함된 제품이 혼재돼 유통되고 있다.

식약처는 오는 6월 30일까지 계도(행정지도)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제도 시행 전부터 유통하던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인체적용시험 실증자료를 갖춘 경우에 해당된다. 여명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숙취해소라는 표기는 인체적용시험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것으로, 자료를 갖추지 못하면 숙취해소 표기는 사용하지 못하고, 일반 식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며 “기유통되는 것들도 ‘숙취해소’ 부분이 안 보여지게 한 후 일반식품으로 판매는 가능하지만, 문구를 그대로 둔 채 판매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그래미 홈페이지에서는 여명808을 숙취해소제라고 명명하지 않지만, 한국식품연구원의 특허를 받았다는 사실을 기술하면서 숙취해소 효능을 조사하기 위한 임상시험 결과 “숙취현상 제거에 유효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 판매 링크에서도 숙취해소제로 안내되고 있다. 실제 편의점에서도 여타 다른 숙취해소제와 함께 진열돼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이와 관련,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헤럴드경제는 그래미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식약처의 이번 정책은 소비자들이 과학적인 입증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피해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등록된 제품을 확인한 결과, 현재 대부분 주요 숙취해소제 제조사들은 숙취해소 효능을 입증하는 인체적용시험 실증 심사를 완료했거나, 심사를 진행 중이다.

글루타치온 성분으로 만들어진 ㈜삼양사의 상쾌환(부스터 제로, 부스터, 스틱 제로 샤인머스캣맛·망고맛)은 심사를 완료해 출시된 상태다. 상쾌한 스틱 제로 청사과맛·납작복숭아맛도 심사를 마치고 출시를 앞두고 있다.

쌀눈대두발효추출물이 담긴 동아제약㈜의 모닝케어 프레스온 H와 프레스온 G, 모닝케어 간솔루션 젤리스틱 등도 심사를 완료했다.

주식회사 한독의 커큐민 성분이 담긴 레디큐(오리지널, 드링크 플러스)도 심사 완료했고, 드링크 오리지널, 드링크 프로, 스틱 패션후르츠맛·망고맛은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밖에 주식회사 홀썸브랜드의 알디콤 플러스, 알디콤V, 알디콤, ㈜종근당의 깨노와 깨노니 땡큐샷, 광동제약㈜의 광동 헛개파워와 롯데칠성음료㈜의 깨수깡 등도 심사를 마쳤다.

컨디션은 ‘컨디션 헛개’의 심사를 완료했고, 컨디션 CEO, 컨디션 스틱 그린애플맛·망고맛과 ㈜히말라야의 파티스마트는 인체적용시험 결과를 갖춘 상태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제도 초창기이다 보니 자율심의가 완료된 것과 진행 중인 것이 혼재돼 어수선할 수 있으나, 계도기간을 통해 제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