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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딱 하나 직접 물음

"비상입법기구란 게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

윤석열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담당판사(차은경 부장판사)께서 윤에게 유일하게 질문한 것입니다. 윤이 최상목에게 "비상입법기구"를 만들테니, 예산을 확보하라고 금낭지계를 전해줘서, 나온 비상입법기구라...어디에서 불쑥 나온 것이고, 그 의미는 뭘까요. 같이 연구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정상입법기구가 어디냐? 당연히 국회지요. 국회가 입법권을 가지니까요. 민주국가에서 국회 이외에 입법권을 갖게 한다면, 위헌 위법의 핵심입니다. 국회를 배제하고, "비상한" 입법기구가 입법권을 갖게 하자...이게 12.3내란계엄의 한 필수부분입니다. 그 말이 하도 생소해서 주목을 덜 받았지만, 윤 계엄집단의 내심에는 국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케 하고(즉 사실상 폐지하고), 대통령의 뜻대로 움직이는 비상입법기구를 만들어, 맘대로 하자는 것이니까요.

2. 우리 역사에서 비상입법기구는 모두 세차례, 다 내란적 쿠데타 집권상황에서 만들어져 운용되었습니다.

(1)군대동원 내란쿠데타의 모델은 5.16군사쿠데타입니다. 1961년 5.16세력은 합헌적 민간정부를 전복시키고, <국가재건최고회의>란 비상기구를 만들었는데, 이는 입법권.행정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최고통치기관이었습니다.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는 2년반동안 법률을 1,008건이나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당시 법률의 2/3 이상입니다. 이를 '초헌법적 기구'라 했지만, 정확히는 '헌법.법률.민주주의에 명백히 반하는 불법통치기구'였습니다.

(2) 박정희는 종신집권을 위해 1972 유신친위쿠데타를 일으켜, 국회를 해산시켰습니다. 당시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없으므로, 그 자체 내란범죄였습니다. 그리고 <비상국무회의>에 입법권을 주어, 그 비상국무회의에서 각종 통치악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뒤 유신국회 선거를 하여, 국회에 입법권을 돌려줍니다. 

(3) 전두환이 군사통치를 연장하기 위해 1980년 5.17비상계엄을 확대하고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를 만들어, 박정희의 <국가재건최고회의>처럼 최고통치기관으로 운용합니다. 그리고 <국가보위입법회의>를 만들어, 국보위에서의 입법안을 조금 다듬어 마구 통과시킵니다. 모두 악법 중의 악법들이지요.

(4) 그런데, 이런 법률의 위헌성에 대해 찜찜하지요. 그래서 그 직후 나온 헌법 부칙에서는, 비상입법기구에서 제.개정한 법률의 효력은 다툴 수 없다고 못박아 버렸습니다. 그래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이 비상입법기구의 법률들은 *국회의 악법개폐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정을 통해 하나씩 폐지 내지 개정되었습니다. 그만큼 악법의 집약체이지요. 헌재에서 위헌 여부 판단할때, 비상입법기구에서 통과한 법이냐 아니냐는 것도 판단기준 중 하나였습니다. 

3. 현 시점에서 비상입법기구는 이렇게 약효가 다할대로 다하여, 그용어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청년학자 시기에 악법.불법을 극복하기 위해, 비상입법기구의 법령을 분석해놓았기에, 위에 말한 정도를 쓸 수 있습니다만,  요즘 학자들에겐 관심거리도 아니지요.) 그런데 우리 헌정사의 창고 속에 죽은 유물인 "비상입법기구"를, 또한 헌법의 조문에만 존재하고 있던 "비상계엄"을 꺼집어내어 마구 휘두르고자 했던 망상적 대통령을 현물로 대할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4. 요컨대, 윤이 말한 비상입법기구는, 이렇게 군사통치 하에서 <국가재건최고회의> <비상국무회의> <국가보위입법회의> 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국회를 깡그리 무시하고, 대통령의 철권으로 맘대로 입법기능을 행사하겠다는 것입니다. 계엄내란쿠데타를 획책한 것은, 바로 이렇게 자기 맘대로 입법하고, 행정하고, 처단하고, 재판하고 하는 절대철권을 쥐겠다는 그런 뜻입니다. 윤은 "전두환이 그래도 정치는 잘했지"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은 진심이었음이 여기서 확인되는데, 윤의 비상입법기구 구상은 전두환 따라하기의 예가 됩니다. 

5.  영장담당판사가 이것을 직접 질문했을때, 윤은 어물거리기만 할 뿐이고, 정상적 답변을 할 수 없습니다. 내란죄의 핵심이니까요. 이런 질문을 "정곡을 찌른다"는 것입니다. 판사님,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