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절사(聖節使) 【한효원(韓効元)이다.】 의 서장을 정원에 내리면서 일렀다.

"이제 이 서장을 보건대, 황제가 조고(祖考)와 조비(祖妣)에게 존호(尊號)를 더 올리고 천하로 하여금 표문(表文)을 바쳐 하례를 아뢰게 하였는데, 우리 나라도 하례를 아뢸 것인지를 한효원이 그 당해 도리(都吏)에게 물으니, 답하기를 ‘하례를 아뢰지 않는 것은 그르다. 와서 하례한들 무엇이 해롭겠다는가?’ 하더라고 하였다. 전에 강징(姜澂)이 중국에 사신으로 가서 예부(禮部)에 청하기를 ‘우리 나라는 해외(海外)의 나라이므로 무릇 하례를 아뢸 일이 있는 것을 다 알 수 없으니, 예부가 요동(遼東)에 이자(移咨)하고 요동이 우리 나라에 이자하여 알리는 것이 어떠한가?’ 하였더니, 예부가 허락하였다. 이제 이 하례를 아뢰는 일을 해외로 하여금 다 하게 한다면 요동이 반드시 이자할 것이니, 우리 나라는 요동의 자문(咨文)을 기다린 뒤에 공사(公事)를 만들겠으나, 예조에 혹 고문(古文)을 상고하여 할 일이 있거든 정부(政府)에 신보(申報)하여 승문원(承文院)에 이르도록 하라."

【그 서장은 다음과 같다. "신이 북경(北京)에 도착한 사흘 만에 전례대로 현조(見朝)를 청하니, 서반(序班) 하인(夏隣)이 ‘오늘 황제가 조고·조비의 존호와 고(考)의 존시(尊諡)와 모후(母后)의 휘호(徽號)를 더 올렸으니, 하례를 받은 다음 날 현조하는 것이 옳겠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말대로 다음 날에 현조하고서 외방(外方)은 하례를 아뢰는지를 물었더니, 하인이 ‘알려 줄 수가 없다. 오늘 반행(頒行)한 조문(詔文)을 구해 보니, 외방이 하례를 아뢰는 일은 거론되지 않아서 더는 알 수 없다.’ 하였습니다. 7월의 통보(通報)를 이리저리 구해 보아서 8월 13일에야 7월 20일의 예부의 한 본(本)을 얻어 살펴보았는데, 거기에 ‘대례(大禮)가 이미 끝나서 천하에 고하였으니, 각 왕부(王府)와 천하의 문관(文官)·무관(武官) 5품(品) 이상에게 행이(行移)하여 모두 표문을 바쳐 경하하게 해야 한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인에게 우리 나라가 와서 하례해야 하는지 또 요동 도사(遼東都司)가 이문(移文)하여 알려 줄 것인지를 다시 물었더니 말하기를 ‘예부의 의제사(儀制司)에 물어 와서 대답하겠다.’ 하였습니다. 이튿날 예부로부터 와서 말하기를 ‘당해 도리(都吏)가 「저들은 외국이니 우리 부(部)가 하례하러 오라고 말할 수 없으나, 함께 하례하러 오는 것이 옳고 하례하러 오지 않는 것은 그른데, 다만 여러 왕부와 문관·무관 5품 이상의 아문(衙門)으로 하여금 하례를 아뢰게 하면 본국(本國)은 스스로 전례를 상고하여 할 것이고, 요동이 알릴 것인지도 절로 전례가 있으니 또한 전례를 상고하여 시행할 것이다.」 하더라.’ 하였습니다. 이렇게 대답하고 또 스스로 말하기를 ‘내 생각으로 조정(朝廷)이 귀국을 여러 왕부와 같이 대우하니, 귀국도 해외로 자처하지 말고 이 천하가 다 하례할 때에 소문에 따라 하례하러 오면, 예법에 마땅하고 조정도 그르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또 귀국은 무릇 하례를 아뢸 일을 당하면 으레 각처에 방물(方物)을 바쳤으니 이번에도 예물(禮物)을 많이 써야 할 것이다.’ 하였습니다. 신이 하례를 아뢰는 표문의 격례(格例)를 구해 보려고 하인에게 묻기를 ‘요즈음 경아문(京衙門)의 표문이 왔는가?’ 하였더니, 대답하기를 ‘외방에 있는 아문은 으레 각각 하례하지 못하고 포정사(布政司)가 그 맡은 지방의 각 아문의 표문을 거두어 모아 일제히 올려보내므로 순천부(順天府)가 경성(京城)에 있기는 하나 직례(直隷)의 허다한 부주(府州) 아문의 거리가 같지 않으니, 그대의 행차가 돌아가기 전에는 아마도 미처 바치지 못할 것이다.’ 하므로, 구해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 조서(詔書)와 예부의 제본(題本)은 베껴 써서 동봉하여 올려보냅니다.".】

【황제의 조서는 다음과 같다. "짐(朕)이 듣건대, 성인(聖人)의 효(孝)는 어버이를 높이는 것을 큰 것으로 삼고 임금의 정치는 효경(孝敬)을 앞세우되 이는 감히 정에 얽매여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실로 예전의 성명(聖明)한 임금들의 중요한 도리라 한다. 짐이 번복(藩服)으로서 우러러 천명(天命)을 받고 우리 황형(皇兄)의 유조(遺詔)를 받들고 우리 성조(聖祖)께서 형이 죽으면 아우가 이으라 하신 말씀을 지켜 짐이 들어와 조종(祖宗)의 대통(大統)을 받들매, 즉위한 처음에 먼저 예관(禮官)에 명하여 조정의 신하들을 모아 칭호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의논하게 했더니, 좌우의 대신은 그릇되게 예도에 어그러지는 의논을 세우고 춘조(春曹)의 경좌(卿佐)는 함부로 정도에 벗어나는 말을 구하여, 부자로서는 그 친속을 끊을 수 있다 하고 자손으로서는 인후(人後)가 된다는 말을 고집하였다. 이 때문에 통사(統嗣)가 흩어지고 기강이 실추되어 인륜이 거의 불명(不明)해지고 고의(考議)가 거의 취송(聚訟)에 가까왔으되, 그때에 짐은 추보(追報)의 정성만을 간직하였고 견문(見聞)에는 소득이 없었다. 위로 하늘이 살피고 도와 나에게 현량(賢良)을 내려 줌에 힘입어 대명(大明)과 대륜(大倫)이 이미 그 천서(天序)를 바루었는데, 존칭·존호가 아직도 상법(常法)에 맞지 않았던 것은, 간사한 무리가 능히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고 실로 내가 어려서 아는 것이 없었던 탓이다. 이제 뒤미쳐 생각하건대, 우리 황조비(皇祖妣) 효혜 황태후(孝惠皇太后)께서는 일찍부터 황조(皇祖)를 섬겨 근검(勤儉)하고 제장(齊莊)하셨는데 그 존칭이 미진하며 황고(皇考) 공목헌 황제(恭穆獻皇帝)께서는 현덕(玄德)이 소창(昭彰)하고 관인(寬人)이 순수하셨으며, 성모(聖母) 장성 황태후(章聖皇太后)께서는 정선(靜善)하고 숙철(淑哲)하여 내치(內治)를 잘 돕고 짐을 양육하시매 깊은 은혜가 망극하셨으니, 몸소 가르치느라 애쓰신 것을 사모하면 보답할 길이 없거니와, 넓은 인애(仁愛)와 높은 은덕을 생각하면 또한 어떻게 기리겠는가? 추보의 정성을 이미 펴지 못하였거니와, 칭송의 정성 또한 조금도 다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다시 전제(典制)를 참고하고 여정(輿情)에 의하여 관헌을 보내어 천지(天地)·종묘(宗廟)·사직(社稷)에 삼가 고하고, 올해 7월 10일에 삼가 보책(寶冊)을 받들어 황조비의 존호를 바쳐 효혜 강숙 온인 의순 협천 우성 태황 태후(孝惠康淑溫仁懿順協天佑聖太皇太后)라 하고, 황고의 존시(尊諡)를 더 올려 공예 연인 극목 순성 헌황제(恭睿淵仁克穆純聖獻皇帝)라 하며, 12일에 삼가 보책을 받들어 성모의 휘호(徽號)를 더 올려 장성 자인 황태후(章聖慈仁皇太后)라 하였다. 대례(大禮)가 끝나매 반시(頒施)할 은사(恩賜)를 뒤에 조시(條示)한다."

【예부(禮部)의 한 제본(題本)은 경하(慶賀)에 관한 일인데, 다음과 같다. " 가정(嘉靖) 7년 7월 10일 황제께서 효경(孝敬)을 더욱 융숭히 하시어 조고비(祖考妣)에게 효혜 강숙 온인 의순 협천 우성 태황 태후의 존호를, 황고에게 공예 연인 극목 순성 헌황제의 존시를 더 올리고, 12일에 성모에게 장성 자인 황태후의 휘호를 올리시니, 대례가 끝나고 천하에 고하매, 각 왕부(王府)와 천하의 문관(文官)·무관(武官) 5품 이상의 아문에 행이(行移)하여 모두 표문(表文)을 바쳐 경하(慶賀)할 것과, 장성 자인 황태후에게 이미 휘호를 더하였으므로 무릇 정조(正朝) 등 절일(節日)과 모든 경하할 때를 당하여 바치는 표문에 일체(一體)로 흠준(欽遵)하도록 해야 마땅하므로, 명이 내린 날에 본부(本府)가 곧 각 왕부와 천하의 문관·무관의 아문에 행이하여 알리겠습니다고 아뢰어, 성지(聖旨)를 받드니, 그리하라 하셨다." .】

-중종실록63권, 중종 23년(1528년) 9월 21일 경인 3번째기사

이는 보시다시피, 중국의 명나라 조정에서 자국(중국의 명나라 조정)을 섬겨오는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 중 오직 조선국만 외국이 아닌 한 몸으로 간주해 자국의 황실 행사에 참여하도록 조치한 기록입니다. 이를 통해, 조선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역대 왕조(고조선~조선)들의 굉장히 드높아온 국제적 위상, 총체적 역량, 종합적인 선진화 수준을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유익한 참조가 되어드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