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사람들이 올린 상소문과 이완용 등이 올린 상소문을 읽어보면

고종은 자기도 미리 조약내용을 읽어보았기 때문에 이완용 등의 간절한 마음이 이해되어서 승진시켜준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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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일기 고종 42년 을사(1905) 11월 18일(정해, 양력 12월 14일) 맑음


오적들을 주벌하지 않는 뜻이 무엇인지를 따져 물으며 처분을 내릴 것을 청하는 미사신 곽종석의 상소

○ 미사신(未死臣) 곽종석(郭鍾錫)이 시사를 논하는 상소를 올리기를,

“삼가 아룁니다. 최근의 일보(日報)를 얻어 조약을 체결한 전말과 역적들의 정상(情狀), 그리고 대신들과 여러 관리들이 목숨을 걸고서 충성을 드러내어 누차 연명으로 상소를 올렸으나, 성상께서는 한결같이 참작하여 헤아린 바가 있다는 것으로 답하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원로와 두세 명의 재상이 절개를 지켜 의리를 위해 죽은 데 대해서는 폐하께서 이미 몹시 슬퍼하면서 시호와 부의(賻儀)의 은전을 계속해서 여러 차례 베푸셨으니 귀신을 울리고 떳떳한 상도(常道)를 진작시켰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원로와 재상들, 충직한 신하와 뜻 있는 선비들이 한목소리로 쟁변하면서 충분(忠憤)을 쏟아 내다가 걸핏하면 저들 일본 병사들이 월권하여 멋대로 체포하고 구금하며 개돼지 취급하는 등 못 하는 짓이 없는 일을 당하는데도 폐하께서는 도무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하시니, 장차 모두를 죽게 하고야 말 것입니다.

심지어 온 세상이 모두 오적이라고 일컫는 자들을 참정대신으로 승서(陞敍)하는가 하면 버젓이 옛 직임을 맡김으로써 서로 뜻이 맞는 군신(君臣)이 만나 상의하며 정사를 도모하는 듯이 하였습니다.
이는 바로 상벌의 기준이 없고 인사행정이 뒤죽박죽된 것으로서 온 나라의 신민들이 모두 성상의 의도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으니, 어리석은 신으로서 더욱 이 문제를 참작하여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신이 폐하의 소명(召命)을 받았고 또한 종묘사직이 위태롭고 망해 가는 때에 감히 처자가 있는 집에 편안히 누워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고꾸라지면서 달려와 어제 성 밖에 도착했습니다. 단지 한 번 폐하의 용안을 우러러 뵙고서 성상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나 여쭙고자 합니다. 만일 우리 천하의 일이 여기에서 끝날 뿐이라면 폐하께서도 신이 소용없을 것이며 신 또한 폐하께 만의 하나도 보답할 것이 없을 것이니, 다만 죽어 땅속에 묻힘으로써 위로 선왕과 선성(先聖)을 찾아뵐 수 있을 뿐입니다. 창황한 중에 정신도 혼몽하여 말을 제대로 가려 하지도 못하였습니다. 삼가 처분을 기다리니, 오직 밝으신 성상께서 살펴 주소서.”

하였는데, 비지에,

“‘상소를 보고 그대의 간절한 마음을 잘 알았다. 전번의 상소에서 진달한 바에 대해 어찌 깨달아 반성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전번의 비답에서 타이른 것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추운 날씨에 멀리 소란스러운 길을 오느라고 몸이 손상되지나 않았는지 많이 걱정된다.’는 내용으로 비서감 낭을 보내어 전유(傳諭)하도록 하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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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일기 고종 42년 을사(1905) 11월 20일(기축, 양력 12월 16일)


조약을 체결한 일에 대한 전말을 상술하고 자신들을 무함하는 무리들을 처벌할 것을 청하는 학부 대신 이완용 등의 상소

○ 학부 대신 이완용(李完用), 참정대신 박제순(朴齊純), 내부 대신 이지용(李址鎔), 농상공부 대신 권중현(權重顯), 군부 대신 이근택(李根澤) 등이 상소하기를,

“삼가 아룁니다. 세월이 빨리 흘러 효혜전의 대상(大祥)이 어느덧 지나갔으니, 신민들이 애통해하는 마음이 다시금 더욱 끝이 없습니다. 이어 삼가 생각건대 신들이 성명한 조정에 누를 끼치고 삼가 하늘의 토죄를 기다린 것이 여러 날입니다. 그런데 황상께서 특별히 너그럽게 용서하시어 우선 벽력같은 위엄을 보이지 않으셨으니, 이는 실로 하해와 같이 넓은 도량으로 감싸 주신 것입니다.

조약을 체결한 전말에 관해 말하자면 일본대사 이등박문(伊藤博文)이 서울에 왔을 때에 어린애들과 심부름꾼들까지도 모두 필시 중대한 문제가 있을 것을 알았습니다.

과연 11월 15일 두 번째로 폐하를 알현한 뒤에 심상치 않은 사안을 제출하였는데 폐하께서는 즉시 재결하시지 않고 의정부에 맡겼습니다.

다음 날 16일에 참정대신 한규설(韓圭卨), 탁지부 대신 민영기(閔泳綺), 법부 대신 이하영(李夏榮) 및 신 이지용(李址鎔), 신 권중현(權重顯), 신 이완용(李完用), 신 이근택(李根澤)은 대사가 급하게 청하므로 그의 공관(公館)에 모였고, 경리원 경 심상훈(沈相薰)도 함께 자리하였습니다. 신 박제순은 주한 일본 공사 임권조(林權助)가 급하게 청하므로 혼자서 그 공사관에 갔습니다.

모두 어제 제출된 안건에 대해 반복해서 문답하였는데 신들은 끝내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는 의사를 보였습니다. 밤이 되어 파하고 돌아와 폐하의 부름을 받고 나아가서 면대하여 그들과 문답한 말을 자세히 아뢰었습니다. 이어 아뢰기를, ‘내일이면 또 일본 공관에 가서 모일 텐데 만약 그들의 요구가 오늘 한 말을 계속하는 것이라면 신들 또한 오늘과 똑같은 답을 하고 물리치고 말 것입니다.’ 하고는 마침내 물러 나왔습니다.

다음 날 17일 오전에 신들 8인이 일본 공관에 일제히 모였는데 과연 해당 안건에 대해 쟁론이 분분하였습니다. 신 권중현이 말하기를, ‘이 일은 비록 대사가 폐하께 아뢰고 공사가 외부에 공문을 보냈지만 우리들은 아직 외부가 의정부에 제의한 보고를 받지 못하였으니, 지금 당장 토의하여 결정할 수 없다. 또한 중추원의 새 규정이 이미 반포된 만큼 반드시 여론을 널리 수집해야만 비로소 결정할 수 있다.’ 하였습니다.

이에 일본 대사가 언성을 높여 말하기를, ‘귀국은 전제 정치를 하는데 어찌하여 입헌 정치의 규례를 모방하여 대중의 의견을 묻는가? 나는 대황제의 권한이 무한하여 응당 한마디 말로써 직접 결정할 것이고 굳이 허다하게 방해받는 법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내가 이미 궁내부 대신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폐하를 알현할 것을 청하였으니, 여러 대신들은 함께 대궐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하였습니다.

신들이 갖은 방법으로 극구 거절하였으나 시종 말을 듣지 않았으므로 부득이 먼저 의정부 내의 직소(直所)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본 대사는 관원을 거느리고 뒤따라 나와 휴게소에서 기다렸습니다. 조금 있다가 신들이 입대(入對)하여 각각 경위를 진달하였습니다.

이때에 폐하께서는 몹시 괴로워하시면서 앞으로의 조처에 대해 누차 신중히 물으셨는데, 신들은 다만 결단코 허락할 수 없다는 말로써 우러러 답하였을 뿐입니다.

그러자 폐하께서 하교하시기를, ‘비록 그렇지만 감정을 가지게 해서는 안 되니 우선 늦추는 것이 좋겠다.’ 하셨습니다.

이에 신 이완용이 아뢰기를, ‘이 일은 나라의 체모에 관계되는 만큼 무릇 폐하의 조정에서 폐하를 섬기는 자라면 누가 감히 찬성한다고 말하겠습니까? 다만 신하에게 있어 군주는 자식에게 있어 아비와 같으니 만약 품고 있는 생각이 있으시면 숨김없이 모두 진달해주셔야 합니다. 지금 대사가 찾아온 것이 전적으로 이 때문이며 공사가 와서 기다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안건에 대한 결정이 눈앞에 닥쳤는데 군신이 서로 묻고 대답하는 데 다만 ‘불가(不可)’ 두 자로 일축해 버리니, 사체로 논한다면 응당 그래야 하겠지만 이 또한 형식상 처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들 8인이 아래에서 막아내는 것은 과연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현재 일본 대사가 폐하를 뵙기를 굳이 청하는데, 만약 폐하의 마음이 단호하여 흔들리지 않는다면 나랏일을 위하여 진실로 천만다행한 일이지만, 만일 폐하께서 너그러운 도량으로 하는 수 없이 허락하시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미리 강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였습니다.

이 때에 폐하께서는 아무런 하교가 없으셨고 여러 대신들도 입을 다문 채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신 이완용이 또 아뢰기를, ‘신이 미리 강구하자고 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만약 하는 수 없이 허락하게 된다면 해당 조약의 내용 중에서 또한 보태거나 빼서 고치고 바로잡을 매우 중대한 사항이 있을 것이니, 무엇보다 미리 상의해 두어야 할 것이고 절대로 조약하는 자리에서 구차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성상께서 하교하시기를, ‘이등 대사도 말하기를, 「이번 조약의 내용 중에서 문구를 보태거나 고치려고 한다면 의당 협상할 길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완전히 거절하려 든다면 이웃 나라 간의 우의를 보전할 수 없을 듯합니다.」 하였다. 이 말로 미루어 보면 조약의 내용 중에서 문구를 변통하는 것은 가능한 일인 듯하니 학부 대신이 아뢴 바가 매우 타당하다.’ 하셨습니다.

신 권중현이 아뢰기를, ‘지금 학부 대신이 아뢴 것은 반드시 허락해 주고야 말겠다는 말이 아니라 요컨대 한 가지 문제를 설정해서 여분의 대처 방안을 준비해 두자는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하였는데, 성상께서 하교하시기를, ‘이는 모두 일을 의논하는 규례이니 구애될 것 없다.’ 하셨습니다.

이때에 여러 대신들이 아뢴 것도 모두 권중현의 말과 대략 비슷하였습니다. 성상께서 하교하시기를, ‘그렇다면 해당 조약의 초고가 어디에 있으며 그 내용 중 어디를 고칠 수 있는가?’ 하시니, 이하영이 품속에서 일본 대사가 준 조약 초고를 찾아 꺼내어 그 자리에서 봉진하였습니다.

신 이완용이 나아가 아뢰기를, ‘신의 어리석은 소견으로는 해당 조약 제3조 ‘통감(統監)’의 아래에 ‘외교(外交)’라는 두 글자를 분명히 말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후일 끝없는 걱정거리가 될 것입니다. 또 외교권을 되찾는 것은 우리나라의 실력이 있고 없고에 달려 있으니 언제가 될지에 대해서는 지금 억지로 연한을 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또한 모호하게 지나쳐 버려서는 안 됩니다.’ 하니, 성상께서 하교하시기를, ‘그렇다. 짐의 생각에도 고쳐야 할 곳이 있는데 바로 머리글 가운데 ‘전연자행(全然自行)’이라는 네 글자의 구절은 지워 버려야 할 것이다.’ 하셨습니다.

신 권중현이 아뢰기를, ‘신이 외부(外部)에서 얻어 본 일본 황제의 친서(親書) 부본(副本)에는 「황실의 안녕과 존엄에 조금도 손상이 없게 하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번 조약의 내용은 나라의 체모와 크게 관계되면서도 여기에 대해 한 구절도 언급한 부분이 없습니다. 신의 생각에는 부득이하여 보태거나 고치게 된다면 이것도 별도의 한 조목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하니, 성상께서 하교하시기를, ‘그것은 과연 그렇다. 농상공부 대신의 말이 참으로 좋다.’ 하셨습니다.

이때에 여러 대신 가운데는 성상의 하교가 지당하다고 하는 자도 있었고 이완용의 의견에 찬성하는 자도 있었고 권중현의 의견에 찬성하는 자도 있었습니다. 또 일체 모두를 찬성하는 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석에서 아뢰는 일을 마칠 때가 되자 신들 8인은 일제히 아뢰기를, ‘이상 아뢴 것은 실로 미리 강구하고 준비한다는 의미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러나 신들이 물러나 일본 대사를 만나서는 의당 ‘불갗라는 두 글자로 물리칠 것입니다.’ 하였는데, 성상께서 하교하시기를, ‘비록 그러하나 방금 전에 이미 짐의 뜻을 말하였으니 모양 좋게 조처하라.’라고 하셨습니다.

한규설과 신 박제순 두 사람이 아뢰기를, ‘신들이 한 사람은 수석 대신이고 한 사람은 주임 대신으로서 성상의 하교를 받들어 따르습니다.’ 하였습니다.

신들 8인은 일제히 물러 나왔고 한규설과 신 박제순은 명을 받고 도로 들어가 비밀리에 칙지를 받고는 잠시 후에 다시 나왔습니다.

모두 휴게소에 모이자 일본 공사가 어전 회의에서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를 물었습니다. 한규설이 답하기를, ‘우리 황상 폐하께서는 협상하여 잘 처리하라는 뜻으로 하교하셨지만 우리 8인은 모두 반대한다는 뜻으로 복주(覆奏)하였다.’ 하였습니다.

이에 공사가 말하기를, ‘귀국은 전제 국가이니 황상 폐하의 대권으로 협상하여 잘 처리하라는 하교가 있었다면 나는 이 조약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을 알겠다. 그런데 여러 대신들이 의정부의 책임을 전혀 모르고 한결같이 군명(君命)을 거스리는 것을 위주로 삼고 있으니, 어째서인가? 이러한 대신은 절대로 묘당 윗자리에 두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참정과 외부 대신은 더욱 면직시켜야 마땅하다.’ 하였습니다.

이에 한규설이 일어나면서 말하기를, ‘공사가 이미 이렇게 말한 이상 나는 마음 편히 참석할 수 없다.’ 하였습니다. 여러 대신들이 만류하며 말하기를, ‘공사가 한 말 때문에 참정이 자리를 피한다면 그 사체에 있어서 너무도 온당하지 못합니다.’ 하자, 한규설이 그대로 다시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얼마 있다가 이등 대사가 장곡천(長谷川) 군사령관(軍司令官)과 함께 급히 당도하였고 헌병사령관 및 군사령부 부관이 뒤따라왔습니다.

일본 공사가 대사를 만나 전후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자, 대사가 궁내부 대신 이재극에게 폐하께 알현을 청하는 것을 대신 아뢰어 달라고 수차에 걸쳐 요청해 마지않았습니다.

이재극이 성상의 뜻을 회답하여 전하기를, ‘짐이 이미 각 대신에게 협상하여 잘 처리할 것을 허락하였고 또 짐이 지금 인후통을 앓고 있어서 접견할 수가 없다. 모름지기 모양 좋게 협상하기를 바란다.’ 하였습니다. 이재극이 또 참정 이하 각 대신에게 성상의 뜻을 전하여 알렸습니다.

대사가 이어 참정에게 회의를 열도록 청하니, 한규설이 여러 대신에게 각자 자기의 뜻을 진술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대사가 먼저 참정에게 묻기를, ‘각 대신은 단지 어전 회의의 경황만 진술하면 된다. 내가 한번 듣고 싶은데, 참정은 무어라고 아뢰었는가?’ 하니, 한규설이 말하기를, ‘나는 다만 부(否) 자로 상주하였다.’ 하자, 대사가 묻기를, ‘무엇 때문에 반대하는지 설명이 없어서는 안 된다.’ 하였습니다. 한규설이 말하기를, ‘설명할 것도 없고 단지 반대할 뿐이다.’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외부 대신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제순이 답하기를, ‘이는 명령이 아니고 바로 교섭이니 그렇다면 가부가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현재 외교 직임을 맡고 있는데, 외교권이 넘어가는 판에 어찌 감히 찬성한다고 하겠는가.’ 하니, 대사가 말하기를, ‘이미 협상하여 잘 처리하라는 성상의 칙지가 있었다면 어찌 명령이 아니겠는가. 외부 대신은 찬성 쪽이다.’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민영기에게 물으니, 답하기를, ‘나는 반대한다.’ 하자, 묻기를, ‘절대로 반대하는가?’ 하니, 그렇다고 답하였습니다. 대사가 말하기를, ‘그렇다면 탁지부 대신은 반대 쪽이다.’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이하영에게 물으니, 답하기를, ‘현재 세계적인 대세와 동양의 형편 및 대사가 근래 온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우리나라가 외교에 능숙치 않아서 귀국에서 이렇게 요구하는 일이 있게 되었으니 이는 바로 우리나라가 자초한 바이다. 그러나 작년에 성립된 의정서와 협정서가 있는데 지금 하필 다시 외교권을 가져가려고 하는가. 우리나라의 체모와도 크게 관계가 되니 승낙할 수 없다.’ 하니, 대사가 말하기를, ‘비록 그러하나 이미 대세와 형편을 알고 있다면 이 또한 찬성 쪽이다.’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신 이완용에게 물었는데 신이 속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협상하여 잘 처리하라.'는 성상의 하교를 이미 참정이 성명(聲明)하였으니 그렇다면 이 안건의 귀결은 이미 판가름 난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이에 답하기를, ‘나는 조금 전에 연석에서 주달하는 일이 있게 되어 이러이러하게 아뢰었을 뿐이다. 그러나 끝까지 찬성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하자, 대사가 말하기를, ‘고칠 만한 곳을 고치면 그만이니, 이 또한 찬성 쪽이다.’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신 권중현에게 물으니, 답하기를, ‘나는 연석에서 주대(奏對)할 때 대략 학부 대신과 같았고 한 가지 달리 의논한 것은 황실의 존엄과 안녕이라는 구절을 보태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부(可否) 두 글자 사이에서 충신과 역신이 바로 판가름 나므로 참정이 수의(收議)하는 곳에서는 ‘부’ 자 하나로만 단언하였다.’ 하자, 대사가 말하기를, ‘황실의 존엄과 안녕 등의 글자는 과연 마땅히 첨부해야 할 구절이다. 이 또한 찬성 쪽이다.’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신 이근택에게 물으니, 답하기를, ‘나도 연석에서 학부 대신과 같은 생각이지만, 수의할 때에 미쳐서는 충(忠)과 역(逆)의 구분선상에서 말하게 되므로 농상공부 대신의 뜻과 마찬가지이다.’ 하자, 대사가 말하기를, ‘그렇다면 이 또한 찬성 쪽이다.’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신 이지용에게 물으니, 답하기를, ‘나도 연석에서는 학부 대신과 같은 생각이었다. 또한 우리는 지난봄에 임 공사(林公使)와 함께 의정서를 체결하였는데 해당 조문 가운데 독립을 공고히 하고 황실을 안녕하게 하고 강토를 보전한다는 등의 분명한 문구가 실려 있었으므로 애당초 이 안건에 대해서 가부를 물을 것도 없었다.’ 하자, 대사가 말하기를, ‘이 또한 찬성 쪽이다.’ 하였습니다.

이어 이재극에게 대신 아뢰어 달라고 요구하며 말하기를, ‘이미 삼가 협상하여 잘 처리하라는 성상의 칙지를 받들었기에 각 대신들의 의논을 들어 보니 그 논의가 일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실제를 따져 보면 반대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중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한 자는 오직 참정대신과 탁지부 대신 2인뿐이었습니다. 바라건대 주무 대신에게 성상의 뜻을 내리시어 속히 조인하도록 하소서.’ 하였습니다.

이때에 한규설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흐느끼는 듯한 모습을 하니, 대사가 멈추게 하며 말하기를, ‘어찌하여 우는가?’ 하였습니다.

한참 뒤에 이재극이 성상의 칙지를 회답하여 전하였는데, 폐하께서는 ‘이미 협상에 관계되는 이상 번거롭게 끌 것 없다.’ 하시고 이어 또 이하영에게 칙지를 전하여 이르기를, ‘조약의 내용 중에 보태거나 뺄 부분은 법부 대신이 대사와 공사와 함께 교섭해서 바로잡으라.’ 하셨습니다.

각 대신 가운데서 오직 한규설과 신 박제순만이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고, 신 이지용, 신 권중현, 신 이완용, 신 이근택 및 민영기, 이하영은 모두 자구를 보태고 빼고 하는 문제를 따져 논하고 있었는데, 이때 한규설이 피신하고자 하여 머리에 갓도 쓰지 않은 채 폐하 계신 곳에 뛰어 들어가다가 일본인에게 발각되어 곧바로 다시 들어왔습니다. 그때는 저들과 우리 양편의 분분하던 논의가 조금 진정되던 참이었습니다.

대사가 직접 붓을 들어 우리들이 말하는 대로 조약의 초고를 개정하고 이어 올려 어람하도록 하여 폐하께서 모두 자세히 살펴보셨던 것입니다. 또한 본국이 부강한 뒤에는 이 조약이 무효가 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뜻의 문구를 별도로 첨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용의 성상의 칙지를 다시 전하니, 대사가 또 직접 붓을 들어 더 적어 넣고 다시 어람하시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조인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현장에서 벌어진 사실은 단지 이것뿐입니다. 그런즉 신들은 의정부의 직임을 맡고 있으면서 나라의 체모가 손상되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죽음으로써 극력 간쟁하지도 않았으니, 신하된 분수로 헤아려 볼 때 어찌 감히 스스로를 변명할 길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탄핵하는 사람들이 해당 조약의 이면을 따지지 않고 당일 밤의 상황도 모르면서 말끝마다 신들 5인을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이니 ‘나라를 그르친 역적’이니 하는데, 이것은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만약 해당 조약에 대한 죄를 의정부에 돌린다면 8인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데 하필 5인만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단 말입니까.

한규설로 말하자면 처지가 수석 대신이었습니다. 거센 풍파를 막아 낼 만한 위의(威儀)와 명망, 국운을 만회할 만한 능력이 있다면 자기 혼자서라도 앞장서 감당하여 방법이 없다고 걱정할 것 없이 밤새도록 굳게 주장하며 갖은 방법으로 막았어야 할 것인데, 연석에서 주대(奏對)할 때에 전적으로 성상의 결정만을 청하였고, 일본 대사와 문답하는 자리에서는 협상하여 잘 처리하라는 말이 성상의 뜻임을 힘주어 진술하여 저들에게 전제 국가라는 구실을 제공함으로써 여러 대신들의 천 마디 만 마디가 소용없는 지경이 되게 하였습니다.

단순히 말로만 반대한다고 하고 울려고도 하고 도망가려고도 하면서 명예를 건지려는 꾀를 냈지만 중대한 논의가 이미 결판남에 미쳐서는 조약의 초고를 찢어 버리지도 못하고 꾸짖어 인신(印信)을 물리치지도 못하였으니, 그렇다면 신들 5인과 애당초 다르다고 말할 것이 없습니다.

또한 일본 대사가 일을 끝내고 돌아간 뒤에 의정부에 물러가 앉아서는 기존의 법규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초안하여 아뢰어 신들에게 죄를 넘기고 실상을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본심을 따져 보면 오직 자신의 죄를 면하고자 한 데에 불과하니, 한규설의 잘못을 논해 보면 신들 5인보다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밖의 반대한다고 말한 대신들은 처음에는 반대한다고 말했지만 끝에 가서는 개정하는 일에 힘쓴 만큼 고심(苦心)한 것이 신들 5인과 동일하며 별달리 경중의 구별이 없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걸핏하면 5인을 들어 사실무근한 죄명을 가하여 신들로 하여금 천지 사이에 몸 둘 곳이 없게 한단 말입니까.

대체로 이상 말씀드린 일의 경위는 폐하께서 충분히 알고 계시므로 관대하게 용서해 주시는 은전을 곡진히 베푸시고 차마 신들에게 죄주지 않으셨으며, 면직을 청하기라도 하면 사직하지 말라고 권면하시고 인혐하기라도 하면 인혐하지 말하고 타이르셨으니, 이때야말로 참으로 신들이 조금이라도 보답을 도모할 기회입니다.

그런데 저들은 성상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날로 더욱 시끄럽게 떠들어 대면서 치안을 방해하고 정령(政令)을 지체시키는 것도 돌아보지 않으니, 이것이 참으로 무슨 심보입니까. 삼가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나라의 체모를 깊이 진념하시어 속히 법관에게 엄히 명하여 이러한 어지러운 부류가 떼 지어 일어나 무함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모조리 죄의 경중에 따라 율문을 적용하여 처벌함으로써 신들의 죄가 사실무근임을 밝히게 하소서. 이것이 어찌 신들 5인에게만 다행한 일이겠습니까.”

하였는데, 비지에,

“‘상소를 보고 경들의 간절한 마음을 잘 알았다.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나랏일에 마음을 다 쏟는 것은 모든 신하가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그러나 혹 당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행한 일의 결과에 대해 물의(物議)가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도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의 위급한 형세로 말하면 오직 다 같이 서로 힘을 합하여 진력하는 데에 달려 있다. 그러면 위기를 돌려 안정을 회복하기를 바랄 수 있을 것이니, 경들은 각자 더한층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속히 타개할 계책을 도모하라.’는 내용으로 부랑(府郞)을 보내어 선유(宣諭)하도록 하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