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긴 설날연휴 동안, 저는 윤 대통령의 공개변론 동영상들을 정주행 해보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변론은 자신을 법리상 궁지에 몰아넣는 자백성 진술들로 넘쳐 났습니다. 특히 계엄선포 직전의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입회 하에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전달됐다는 문건에 등장하는 ‘국회 운영비 즉시 중단 및 비상입법기구 예산 확보’라는 내용은, 윤 대통령의 계엄이 처음부터 2시간 짜리 ‘경고성 계엄’이 아니라 계엄 장기화 의도를 가지고 치밀한 계획 하에 국회 무력화를 노린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성 계엄’임을 입증하는 중요한 물증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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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탄핵변론 중간 관전평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정에 직접 나타나 변론도 하고 다른 증인을 신문까지 하는 사상 초유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론 등은 윤 대통령 자신을 법리상 궁지에 몰아넣을 뿐이라고 믿는다. 윤 대통령은 일단 12·3 비상계엄이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자신이 받아들여 2시간 만에 끝났고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는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강변하면서 위헌·위법한 계엄을 진행 시킬 의도가 없었다는 식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계엄선포 직후 발표된 포고령 제1호와 관련해 “법적 문제를 알면서도 집행 가능성이 없어서 놔뒀다”고 말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윤 대통령이 포고령을 보고받아 직접 검토하고 헌법 등 상위법에 위배되는 것을 알면서도 승인했다는 ‘자백’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헌법 제77조 제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령관은 “(행)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3부 중 국회만 빠져있다. 국회는 계엄해제요구권 행사를 통해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권 남용을 견제해야 하므로 비상계엄 하에서도 국회는 손을 못 대게 한 것이다. 

- 박정희와 전두환의 비상입법기구가 모델 -

 필자가 보기에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윤 대통령이 국회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함으로써 이 헌법조항을 위반했느냐 여부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 방송을 보고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과 국회 관계자들의 ‘질서유지’를 위해 국회에 280명 정도의 소수 계엄군을 투입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용현 장관은 국회 본청 안에만 280명의 무장한 계엄군이 들어갔고, 전체로는 1,500명 정도의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서로 손발이 잘 안 맞는다. 백번 양보하여 ‘질서유지’를 위해 무장한 계엄군을 국회에 투입했다면, 질서유지는 국회 본청 안이 아니라 국회 본청 밖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질서유지’를 위해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했다면, 그 계엄군이 왜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에 난입하여 중무장한 채 오와 열을 맞추어 국회 본회의장을 찾아 헤매야 하는가.  

 헌법 제77조 제3항 위반은 포고령 제1호 제1항 및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전달됐다는 문건의 내용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포고령 제1호는 맨 앞인 제1항에서 국회 등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규정한다. 비상계엄 하에서도 국회는 손 못 대게 한 헌법 제77조 제3항 위반이다. 그리고 계엄선포 직전의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입회하에 최 경제부총리에게 전달됐다는 문건에는 즉시 국회 운영비를 끊고 비상입법기구 예산을 확보하라는 지시가 담겼다. 계엄군의 국회 투입이 적어도 국회 기능을 마비시켜 국회를 해산 수준으로 무력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특히 이 문건은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가 박정희 대통령의 1972년 10·17 비상계엄과 전두환 등 신군부의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10·17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국무회의’가 비상입법기구로서 국회의 기능을 대신하게 했으며 유신헌법으로의 헌법개정안까지 만들어 공고하게 하였다. 신군부도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통해 전두환 장군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라는 비상입법기구를 설치하여 국회의 기능을 대신하게 했으며 1980년 제5공화국 헌법으로의 헌법개정안 요강까지도 여기서 작성하게 했다. 비상입법기구 예산을 확보하라는 지시가 담긴 문건은 윤 대통령의 계엄이 처음부터 2시간용 ‘경고성 계엄’이 아니라 계엄 장기화 의도를 가지고 치밀한 계획 하에서 국회 무력화를 통한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내란성 계엄’임을 입증해주는 유력한 물증이다.

- 헌법재판관 쟁점화가 의미하는 것은 -

 이런 물증이 나오고 윤 대통령의 자백성 진술이 끊이지 않자,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 여당 집행부는 결국 헌재에 의해 대통령 파면결정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면서 파면결정에 대한 정치적 불복의 핑계거리를 찾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일에 헌법재판관 8명 중 3명에 대해 회피촉구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 그 예이다. 헌법재판관 개인의 성향을 쟁점화하는 것 자체가 정치권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믿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