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삼가 태종 문무 성황제(太宗文武聖皇帝 당 태종(唐太宗))의 실록(實錄)을 살펴보건대, 정관(貞觀) 1년(627, 진평왕49)에 군신(群臣)에게 연회를 베풀 적에 〈파진악(破陣樂)〉의 노래를 연주하자 상이 시신(侍臣)에게 이르기를 “짐이 비록 무공으로 천하를 평정하였으나, 끝내는 문덕으로 해내(海內)를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곧 이어 학사(學舍) 수백 칸을 세워 사방의 생도(生徒)들을 불러 모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번(諸蕃. 열국, 만국, 제국.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의미합니다.)이 부러워하고 사모하면서 추장들이 자제를 보내 수업받게 해 달라고 청하자 이를 허락하였습니다.

(중략)

지금까지 국자감(당나라의 국자감)에는 오직 신라의 마도(馬道)만이 사문관(四門館) 북쪽의 회랑 안에 있을 뿐 무지한 저 제번(諸蕃. 열국, 만국, 제국.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의미합니다.)의 그것은 적적하게 중간에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발해(渤海)의 경우만 하더라도 교상(膠庠)에 학적을 둔 자가 없었고 오직 도야(桃野, 신라)의 제생(諸生, 신라의 학생)만 행단(杏壇)의 학려(學侶)에 끼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해인(海人, 신라)과 천객(泉客, 신라)의 미천한 성명(姓名)이 혹 금패(金牌)에 높이 걸리기도 하였으니 어찌 쓸모없는 군더더기 물건 같다고 부끄러워할 것이 있겠습니까. 어느 때는 영광스럽게 옥안(玉案, 당나라 임금의 눈 앞)에 오르기까지 하였으니, 이는 실로 후광(後光)에 힘입은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비록 학업을 전문적으로 독점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나라에 따라 차이가 없다는 사실〔人無異國〕을 증명할 만했다고 하겠습니다.

-고운집(孤雲集) 제 1권 장(狀) 숙위하는 학생과 수령 등을 차견하여 입조하게 한 장문 신라의 왕을 대신해서 지은 것이다. 아래의 글도 동일하다. 〔遣宿衛學生首領等入朝狀 代新羅王作 下同〕

신라(新羅) 나라 당국(當國)은 숙위(宿衛) 학생 수령을 뽑아 보내어 대국에 들어가 조회하게 함과 동시에 국자감(國子監 태학)에 붙어 학업을 익히게 하시기를 청하며, 삼가 사람 수효와 성명을 갖추어 분석하여 다음과 같이 아뢰오니, 학생은 여덟 명 최신지(崔愼之) 등 대수령(大首領) 여덟 명 기탁(祈婥) 등 소수령 두 명 소은(蘇恩) 등 입니다.

신은 엎드려 태종문무성황제(太宗文武聖皇帝, 당 태종)의 실록(實錄)을 보니 정관(貞觀) 원년에 여러 신하들과 잔치할 때 파진악(破陳樂)의 곡을 연주하자, 황제는 시종신(侍終臣)에게 이르시기를, “내가 비록 무력으로 천하를 평정하였으나 마침내 문덕(文德)으로써 해내(海內)를 편안하게 하겠다.” 하시고, 곧 학사(學舍) 수백 칸을 건립하게 하여 사방의 생도를 모아들이자 얼마 아니가서 여러 번방(藩邦, 열국, 만국, 제국.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의미합니다.)이 좋은 것을 사모하여, 추장(酋長)이 그 제자들을 보내어 수업하기를 청하므로 허락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로부터 신번(臣藩, 열국, 만국, 제국.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의미합니다.)들이 더욱 제항(梯航 제산〈梯山〉 항해의 준말)에 부지런하여 명령(螟蛉)의 아들같은 자들이 조공 바칠 보물과 함께 입조(入朝)하여 드디어 미름(米廩)의 속에 몸을 의탁하고, 직산(稷山)의 아래서 뜻을 가다듬어 사술(四術 문〈文〉ㆍ행〈行〉ㆍ충〈忠〉ㆍ신〈信〉)을 배우되 10년으로써 한정을 삼았으니, 비록 낙양에 들어간 어진이에게 부끄럼이 있으나 기수(沂水)에 목욕하던 수효에 모자라지는 않았습니다. 하물며 개원(開元)시대에 이르러 교화를 확장하여 크게 구준(衢樽)을 베풀어, 저쪽 물을 길어다 이쪽에 쏟되, 가까운 데로부터 먼 데에 미치게 하며, 매양 사신을 내려보내어 정밀히 유생(儒生)을 선택하고, 두 번이나 천장(天章 조서)을 내리어 한결같이 바다의 습속을 변화시키었습니다. 그러므로 고을에는 학교를 헐어버리자는 물의가 없게 되었고, 집에는 베틀을 끊어버린[斷機] 어머니가 없게 되었으며, 비록 회초리 매질로 가르치는 형(刑)을 만들었으니, 거의 형을 놓아버린 것과 같고, 또 찾아와서 배운다는 예를 들었지만 이는 오직 배움이 넉넉해지기를 경쟁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에 책을 짊어지고 온 제자들이 두 서울에 나누어 있어, 자주 왕래했기 때문에 많아질수록 더욱 준비를 갖추었던 것입니다.

요즈음 와서는 국자감 안에 유독 신라의 마도(馬道)만이 사문관(四門館)의 북랑(北廊) 안에 있고, 우준(愚蠢, 우둔)한 저 여러 번방(藩邦, 열국, 만국, 제국.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의미합니다.)은 적적하여 중간에 끊어졌습니다. 저 발해(渤海)만 해도 교상(膠庠)에 발붙일 수가 없으며, 오직 도야(桃野, 신라)의 제생(諸生)으로 하여금, 행단(杏壇)의 학도에 끼게 하였으니, 이로 말미암아 해인(海人, 신라)의 천한 성씨와, 천객(泉客, 신라)의 미미한 이름이, 혹은 영광스럽게 높이 금패(金牌)에 걸렸고, 혹 사마귀 붙은 것같음을 부끄러워하며, 혹은 영광스럽게 옥안(玉案, 당나라 임금의 눈 앞)에 올라 실로 남은 빛을 힘입었으니 비록 업(業)은 전문(專門)을 천단[擅]하는 데는 어긋났을지라도 사람이 나라를 달리함이 없다는 것은 증거가 됩니다.

-동문선(東文選) 제47권 장(狀) 견 숙위학생 수령등 입조 장(遣宿衛學生首領等入朝狀)

이는 전세계의 최강대국인 중국의 당나라 조정에서 오직 신라국에게만 특례를 베풀어주었다는 기록입니다. 당나라의 국자감에 오직 신라국의 사람들만 있었고, 중국의 당나라 임금 눈 앞에 오르는 영예도 얻었으며, 중국의 당나라 조정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개최하는 과거제인 빈공과에서 발해가 기원후 800년대 중반 시점부터 급제(합격)자를 배출해 신라의 유일무이한 맞수로써 신라와 경쟁하기 전까진 오직 신라인들만이 급제(합격)자들을 독점해왔다고 하죠.

“돌아보건대 우리 이 일국(一國)은 다른 삼방(三方)과는 다르니라. 어째서 그러한가 하면 복장(服章)을 고치고 정삭(正朔)을 받들어 위로 황제의 나라를 준수하고 아래로 제후의 번방을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옛날에 옥황(玉皇)께서 선조(先祖)에게 시를 하사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예의(禮儀)는 나라 가운데 최고이고, 시서(詩書)는 집집마다 마련해두었다.’라고 하시었고, 또한 지난번에는 황화(皇華) 원계방(元季方)이라는 자가 와서 계림(鷄林)의 정사(政事)를 기록하여 시를 지어 이르기를, ‘다만 시서의 가르침이 아름다울 뿐 일찍이 전쟁의 북소리는 들리지 않으니, 옛 철왕(哲王)의 고요한 다스림이 이곳에 있다.’ 라고 하였다...

-동인지문사륙 > 동인지문사륙 권1(東人之文四六 卷之一) > 사대표장(事大表狀) > 왕위를 이은 것을 인정해줌을 사은하는 표문[謝嗣位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