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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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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그 밀사 사건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
1907년,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차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했다. 이준, 이상설, 이위종 세 명의 특사는 대한제국이 일본의 압박 아래 놓여 있으며, 국제사회가 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서구 열강은 "대한제국은 이미 일본의 보호국이므로 공식적으로 발언권이 없다"며 특사들의 요청을 묵살했다.
지금,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100여 년 전 우리 역사의 한 장면과 닮아 있다.
그는 러시아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서방 국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강대국들은 "너희 나라의 문제일 뿐"이라며 외면하거나, 심지어 젤렌스키의 복장 같은 사소한 문제를 꼬투리 잡고 있다.
과연, 1907년 헤이그에서 외면당했던 우리의 특사들과 지금의 젤렌스키 중 누가 더 무례한가?
진짜 무례한 것은, 절박한 도움 요청을 깔보는 강대국의 태도가 아닐까?
강자를 옹호하며 약자를 탓하는 몰염치한 사람들
더 안타까운 것은, 일부 국내 정치인들이 젤렌스키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젤렌스키가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을 초래했다", "외교적으로 무능하다"는 식의 말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1907년의 대한제국을 떠올려보자.
일본의 침략은 대한제국이 외교를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었나?
고종 황제가 국제사회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을사늑약이 체결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일본은 처음부터 대한제국을 집어삼킬 계획이었고, 외교적 노력은 그 침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다. 젤렌스키가 NATO 가입을 추진했든 안 했든, 푸틴의 러시아는 언젠가 침공할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젤렌스키를 비난하는 일부 정치인들은, 마치 "을사늑약도 결국 조선이 외교를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쟁을 초래한 것은 러시아다
우크라이나는 독립국이며, NATO 가입 여부는 오직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부가 결정할 문제다. 이를 빌미로 전쟁을 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러시아의 책임이다.
1907년 헤이그 특사들이 일본의 압박을 세계에 알리려 했던 것처럼, 젤렌스키 역시 국제사회에 러시아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당시 조선을 외면했던 서구 열강들처럼, 지금도 일부 국가들은 젤렌스키의 절박한 호소를 평가절하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내 정치인들은 전쟁의 본질을 외면한 채, 약자인 우크라이나를 비난하는 몰염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1907년의 우리도 젤렌스키와 같은 처지였다는 점이다.
젤렌스키를 향한 근거 없는 비난은, 100여 년 전 헤이그에서 묵살당한 대한제국 특사들을 향해 "외교를 못해서 나라가 망한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과 다름없다.
진정 무례한 것은 누구인가?
젤렌스키의 복장을 문제 삼는 강대국인가,
아니면 그의 절박한 외교적 노력을 비웃는 사람들인가?
우리는 약자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민족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지 않나싶다!
정치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정의는 달라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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