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렇게 저렴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선분양을 하는 경우에 분양가를 규제하는 대신에, 사업자금 조달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뭐 대부분의 경우 국가와 시행사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니 선분양이라는 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었습니다만 최근에 추가적인 규제가 들어감에 따라서 확실히 돈이 되는 입지에서는 그 당근 받지 않고 규제 무시해버리겠다고 후분양을 하는 곳이 나오고 있습니다.

3. 국가가 개인에게 로또를 지급하는 청약은 어떻게 하면 공정할 수 있을까요? 사실 절대로 모두에게 공정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현재 제도를 잘 생각해보면 청약시장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 위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특공을 제외한 일반공급에서 젊은 사람들은 절대로 그 커트라인의 가점을 채울 수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일부는 가점제 일부는 추첨제를 했습니다만, 8.2대책 이후로 서울에서 85 이하는 모두 가점제로 바뀌었습니다. 즉 젊은 사람들은 대형평수는 청약 넣을 돈도 없고, 소형 평수는 가점이 딸려서 절대로 당첨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가점제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위해서 특공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열심히 살아와서 소득이 좀 있는 신혼부부에게는 자격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이 소득 커트라인 아래에서도 충분히 돈 모아서 집 살 수 있겠지만, 서울에서는 그 커트라인 아래에서 부모 도움 없이 돈 모아서 청약에 필요한 금액을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4. 규제가 있으면 시장은 어느 정도 왜곡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무작정 자유방임을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책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설계하지 않는 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단적으로 현재의 제도에서는 흙수저 집안에서 자란 대기업 맞벌이 신혼부부가 제일 큰 희생양입니다. 청약을 하자니 가점이 낮아서 일반공급은 택도 없고, 소득이 높아서 특별공급도 택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돈 주고 사자니 또 대출 규제가 심해서 돈 주고 사기도 힘듭니다.

5. 이번에 분양권 전매제한 정책의 경우, 개인적으로 두 가지 부분에서 조금 아쉽습니다.

첫째로는 실수요자에게 혜택을 준다, 이거 참 좋은 얘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앞서 말한 흙수저 대기업 맞벌이 신혼부부는 실수요자가 아닌가요? 이 사람들도 분명히 실수요자입니다. 이번 분양권 전매제한으로 인해서 이득을 보는 계층은 확실합니다. 만약에 이전에 청약 커트라인이 50점대였다면 아마 이걸로 40점대인 사람들도 노려볼 수 있겠지요. 이 40점대 사람들은 무조건 박수를 치고 좋아할만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20점대인 사람들이 청약이 되지는 않을겁니다. 청약이 안 될 사람들은 어떻게든지 초피로라도 잡아서 중도금 대출 받고, 입주하기 전까지 열심히 돈 모아서 살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해질겁니다.

이미 청약시장은 다주택자가 접근 불가능한 시장이었습니다. 뭐 다주택자가 피를 사고 팔 수는 있었겠지만 당첨 자체는 무주택자나 처분조건 부 1주택자만 가능했습니다. 그러한 제도가 변함이 없으니, 앞으로 청약 당첨이 된 사람들은 실제로 입주를 한 후에 전매가 가능하니 입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입주를 이왕 했으면 바로 팔 리가 없습니다, 실거주 2년 채워서 양도세 비과세 받고 팔아야죠.

이 실거주 할만한 자본 여력이 없는 사람들, 그래서 오를 걸 알면서도 눈물을 머금고 피를 파는 사람들이 청약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즉, 급매가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청약시장은 로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피를 파는 사람들이 있다면 로또를 반씩 나눠 갖는 행위인데 이제는 로또를 온전히 먹을 수 있는 사람만 참여를 하게 됩니다.

두 번째로 아쉬운 점은(사실 이 부분은 향후에 보완이 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분양이 날 수도 있습니다. 미분양이 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있으면 쉽게 사업이 진행될 수 없습니다. 2~3급지 신축은 1급지 구축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만 보더라도 비슷한 가격이면 인서울 구축에서 몸테크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냥 신도시로 가서 사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멀리까지 가서 사는데 새 집이라도 되어야지... 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피를 사고파는 사람도 없어지면 2~3급지 신축이 미분양이 날 수도 있습니다. 미분양이 무서우면 공급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2~3급지 신축은 1급지 구축의 대체재가 될 수 있으므로 2~3급지 신축의 공급 부족은 1급지 구축의 가치를 상승시키며 이것은 1급지 신축의 가치를 상승시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서울에서는 별로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입니다만, 지방광역시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분양 난 건에 대해서는 전매제한 규제를 풀어주는 정도만 된다고 하면, 그래도 이번 정책으로 인해서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뭐 그러나, 부포에서 아무리 말한다고 정책이 바뀔 리 없습니다. 그냥 우리는 지금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해야겠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당장 내일 뜨는 청약 넣어볼 것입니다. 실거주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당첨될 확률도 엄청 낮겠지만, 혹시 당첨된다면 나중에 피 받고 팔 생각입니다. 절대로 초피에 팔 일도 없죠, 어차피 7월 넘어가면 분양권 매물이 다 잠기는데 한 2021~2022년 정도에 희소가치가 높아질대로 높아졌을 때 처분하면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