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부나 정책을 고안하고 실행하기 앞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련 통계를 유심히 따지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분석된 통계를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건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오늘은 안타깝게도 통계에 대한 제대로된 분석이 없이 정책을 실행하여

돌이키기 힘든 수준의 부작용을 낳은 두 가지 사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첫번째 사례는 제가 언급한 적이 있는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의 통계 분석입니다.

2017년 6월, 김현미 전 장관은 취임사에서

집값의 상승 이유를 다주택자들의 투기 때문으로 규정하면서

그 근거로 2016년 5월 대비 2017년 5월 서울 주택 거래 현황 분석 결과

5주택 이상 보유자의 매수 건수가 강남4구에서 무려 +53% 증가했음을 들었습니다.

거래 증가율 +53%라는 숫자만 보면

다주택자의 매집이 서울 집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를 거래 증가율이 아닌 거래 건수로 보면

강남4구에서 5주택 이상 보유자의 매수 건수가 지난 1년간 +53% 늘어난건 맞았으나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습니다.

(3주택 이상 보유자의 매수 건수로 범위를 넓혀봐도 비중은 7%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매수 건수가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4%였습니다.

2017년 5월 시점에서 지난 1년간 서울 집값 상승의 이유는

거래 비중이 7%에 불과한 3주택 이상 보유자의 매수 때문이었을까요,

거래 비중이 84%에 달하는 무주택자와 1주택 보유자의 매수 때문이었을까요.

엉뚱한 통계 해석("다주택자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으로 인해 나온 정책이 2017년 8.2 대책이었고

2018년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가 중과되자

서울 집값은 2006년 이래 12년만의 폭등으로 반응하였습니다.

2005년 8.31 대책에서 2006년부터 2주택 이상 양도세가 중과되자

2006년 서울 집값은 역대 세번째(1위 1990년, 2위 2002년)로 높은 상승률로 폭등한 전례로 미루어보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집값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선례를 확실히 남긴 셈입니다.

정책 당국자가 통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과 과거 사례에 대한 면밀한 고찰을 했더라면

이런 상황까지 낳지 않았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두번째 사례는 저출산 대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역대 정부들은 지난 15년 동안 380조원이나 되는 천문학적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아시다시피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하면서

지금은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황서연 연구원께서 내신 보고서를 보면

역대 정부들이 저출산 대책의 번지수를 잘못 짚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황서연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1985년 20ㆍ30대 혼인 가구의 출산율은 12.95%인데 비해

2015년 20ㆍ30대 혼인 가구의 출산율은 14.65%로 오히려 높아졌다는 놀라운 사실이 공개되었습니다.

즉, 전체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바로 "혼인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20ㆍ30대 혼인 가구의 출산율은 과거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저출산 대책에 쓰이는 예산의 지향점은 명확해집니다.

아이를 낳고나서 쓰이는 양육 비용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신혼부부 임대주택 대폭 확충 및 청약 기회 확대 등

혼인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적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엄청난 혈세가 투입되고 난 이후라 만시지탄의 감도 있으나

지금이라도 정책의 방향을 급선회하여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통계에 대한 깊은 분석은 이렇듯 매우 중요하며

시행 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위에 언급된 부동산 대책과 저출산 대책만이라도

이제는 그릇된 방향이 바로잡혔으면 하는 바램에 이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